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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평점 :

애정하는 시리즈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는 <클래식 클라우드>. 그 중 저는 특히 작가님들을 다루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어렵다고만 생각해 잘 이해하지 못했던 작품들도 이 클클주사 한 방이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거든요. 헤세에 대해 정여울님이 쓰신 글은, 긴 말 필요없이 명작이고요! 이후 헤세와 정여울님 모두에게 팬이 된 데다 이 [헤세 x 정여울] 편은 틈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그런 강렬한 경험을 이번에도 맛볼 수 있을지, 그런데 소올직히 이번 [가르시아 마르케스 x 권리] 는 걱정 70프로로 읽기 시작했어요. 저, 남미문학에 특히 취약합니다. 땀 약간;; 정서상 안 맞는 건지, 아직 독해실력이 부족해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건지 모르지만 이번 클클 책 읽고 안심했어요. 권리 작가님도 [백년의 고독]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셨다잖아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 중 [백년의 고독]은 언감생심, 완독은 욕심도 못내봤어요. 처음 시도했을 때는 몇 장 읽다 덮었고, 그 다음에는 그 몇 장보다 더 읽기는 했지만 머리속이 뱅글뱅글 돌면서 진도가 안 나가더라고요. 제가 그의 작품 중 완독한 작품은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 유일합니다. 분량도 얼마 안 되는 데다가, 마지막에 등장한 그 단어! 어쩌면 스포가 될 듯도 하여 입 밖에 내지는 못하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 단어가 주는 강렬함이 여전히 머리에 남아 있어요. 이 정도면 [백년의 고독]도 읽어볼 수 있겠다-싶었으나, 뭐, 책만 펼치면 저만의 마콘도로 꿈 속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그렇게 긴장하며 읽기 시작한 책인데 와우, 이 책 너무 멋집니다. 딱 제 취향이에요. 문학과 여행의 감성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저의 마음의 문을 톡톡 두드렸어요. 사실 클클 시리즈는 전문분야에 따라 글 쓰신 분이 달라서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기는 해요. 그 중 전문적인 지식으로만 소개되어 있는 예술가들은 여전히 구름 위의 존재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헤세, 페르메이르, 그리고 이번에 읽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책의 공통점이라면 저자가 대상인물에 대해 느끼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적 주축은,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태어나고 자랐다는 태생적인 요소 외에도 그의 외조부모로 인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남편을 내조하는 듯 했지만 실제적으로 집안을 이끌고 미신과 주술에 정통했던 외할머니.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바로 그런 외조부모와 생활했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외할아버지를 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의 설명 부분을 보니 확실히 이해가 더 잘 됩니다. 여기에 작가의 가족 이야기 조금 더, 사회적인 역할과 그가 거쳐온 인생역경, 바나나 학살, 보고타 사태, [백년의 고독] 해설 부분이 알차게 실려 있어요.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작가와 함께 살아온 여인들의 삶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물론, 어머니 또한 '큰아들'인 작가의 아버지 뒤치닥거리로 한평생 몸살을 앓았을 것 같은데 굳건하고 강인한 이미지로 우뚝 서 있는 듯 해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평생의 반려 메르세데스는 어떻고요. 인생 초반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남편과 생활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법도 한데 가족이 찍힌 사진 속에서 그녀는 너무나도 활짝 웃고 있습니다. 특별한 예술가 옆에는 역시 특별한 반려자가 함께 하는 법인 걸까요. 그런 경험들이 모두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백년의 고독] 자체는 무척 복잡하고 심오한 작품일 것 같은데, 저는 이번 클클 책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웃는 얼굴만 계속 떠올라요. 여유와 자유로움 같은 것이 제가 있는 이 공간에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 앉아 맥주 한캔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습니다. 그가 어떤 입담을 가진 작가인지 본격적으로 궁금해졌어요. 그렇다고 당장 [백년의 고독]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우선 [콜레라 시대의 사랑] 부터 가볍게(?) 시작해볼까요! 이번 여행도 너무 멋졌습니다!
**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