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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1 - 인도, 문명의 나무가 뻗어나가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1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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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명화를 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지만, 전 여전히 대학교 때 들었던 '동양미술사학' 수업을 잊지 못해요. 어쩌다 그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과정은 생각나지 않지만, 저 정말 그 강의를 사랑했거든요. 오죽했으면 강의가 있던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렸고, 수업이 끝나면 너무 아쉬워서 공허함까지 느꼈겠습니까. 저도 모르게 등한시하고 있던 동양미술, 작품들과 그 작품들에 담긴 이야기에 푹 빠져 관련 학과로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비록 현실과 어정쩡한 저의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포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동양미술 세계로 흠뻑 빠져들었던 그 시간들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 책을 보고 어찌 기뻐 날뛰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난처한> 시리즈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몇 권 읽어보기도 했지만, '동양미술'에 중점을 둔 책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첫 편이 무려 인도!! 와, 이건 그냥 '나를 위한 책이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대학 때 들은 그 강의에서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기초를 살짝 배운 저로서는 이 책을 통해서도 그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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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하면 이런저런 것들이 연상됩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인도신화, 여행 등등.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주 먼 옛날부터 시작된 이야기들 속에서 저의 눈길을 끈 것은 '아쇼카 석주'였어요. 할아버지가 세운 마우리아 제국을 이어받아 원정에 나선 아쇼카 왕. 천하를 얻은 아쇼카 왕이지만 자신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 흐른 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었던 그는 어느 날 정복한 마을을 둘러보며 그 참상을 목격하고 불교에 귀의하며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죠. 다스리는 지역 곳곳에 왕의 말씀을 새긴 돌기둥이 세워졌는데요, 이것이 바로 '아쇼카 석주'입니다. 눈길을 끈 이유는, 제가 수업 시간에 봤던 바로 그 사진이었기 때문이에요. 석주에 새겨진 내용은 불교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겨질만한 내용들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암의 <화조구자도>로 편안하게 시작된 동양미술 이야기. 사실 많은 분들이 '그림'이라고 하면 서양 명화를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저 또한 그랬었고요. 동양미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떠올리더라도 수묵화나 산수화 같은 그림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씀처럼 동양미술의 세게는 정말 넓고 깊더라고요. 시시하고 사소한 것, 언제나 곁에 있을 법한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동양미술이 가진 독특한 매력인 것 같아요.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이어진 인도 미술에 관한 이야기는 쉽고도 재미있었어요. 역사를 공부할 때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마음 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예술 분야도 역시 '왜?'라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서양미술 관련 책은 여러 권 있지만, 동양미술 관련 책은 어떤 책이 좋은지 알 수 없어 쉽게 고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저에게 있어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사회평론>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