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독서평설 2022.5 독서평설 2022년 5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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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지필평가가 끝나고 저희 반 아이들과 아침 자습 시간에 지문 읽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오랫동안 원격수업을 받은 탓인지 현재 아이들이 예전 같은 학년 아이들에 비해 어휘와 문해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국어교사도 아니고 거창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 목표를 두고 첫걸음을 뗐습니다. 그런데 지문을 선정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너무 길어도 안 되고, 너무 짧아도 안 되고,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너무 쉬워도 안 되고. 신문사 사이트를 연일 탐색하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이 [고교 독서평설] 책을 읽게 되었어요. 

 

고등학생에게 딱 어울리는 소재와 적정한 난이도의 다양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총선 후 가장 큰 논쟁이 되었을 정치 문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 대학 선배들의 인터뷰, 영화와 문학, 책에 관한 소개 등 제가 읽으면서도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이 중 제가 처음 골라본 지문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내용입니다. 정치적인 것을 들이밀기엔 예민한 아이들이라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문 자체도 '-습니다' 체로 적혀 있어서 참여한 아이들도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고요. 

 

저는 특히 한국사 부분이 실려 있어 좋았어요. 가뜩이나 어휘력이 부족해 쩔쩔 매는 아이들이, 한국사 시간에 한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보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평소에 최대한 설명해주려고 애쓰지만 한계가 있고, 진도에 허덕대다보니 요즘 트렌드인 '재미있는 역사' 수업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이렇게라도 지문으로 접하면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실린 글은 <이순신을 둘러싼 오해> 예요. 임진왜란하면 이순신, 그리고 우리나라 위인 중 꼽으라면 이순신과 세종대왕이죠. 

 

지문 선택하는 데 고생 중이던 차에 <독서평설>을 만나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독서평설도 출간되는 모양이던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 한 번 도전해보려고요. 아이들과 꾸준히 읽으면서 저도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우리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도 향상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지학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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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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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만 열리는 약방의 문. 과연 어떤 여자들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약방 문을 두드렸을까요! 미스터리와 신비함이 느껴지는 작품일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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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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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들을만한 눈에 띄는 재능은 없었지만, 엄마인 자신은 료가라는 사람의 좋은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점을, 그 애가 어릴 적 더 많이 칭찬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할 줄 아는 깔끔함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착실함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실함을. 무언가에 대한 좋고 싫음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진중함을. 자신의 의견을 구태여 내놓지 않는 상냥함을. 엄마인 내가 제대로 입 밖에 내어 인정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p104

 

단순히 '어느 날 위암 선고를 받은 서른 셋의 남자'가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였다면, 어쩌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향인 오카야마에서 도쿄로 온 지 13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트라몬토'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사모토 료가는 어느 날 극심한 명치 통증과 구토로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진단을 받는다. 그가 병에 걸린 후의 시간들이 료가 자신과 그의 엄마(여기서는 어머니보다 엄마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 형제인 교헤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만난 고등학교 동창 야다 이즈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을 읽다 나는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켜야 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엄마인 도코가 아들이 몹쓸 병에 걸린 후 자책하는 장면 때문이다. 칭찬받을만한 눈에 띄는 재능이라. 그런 것이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할까. 아이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하지 않은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다정함, 엄마가 만든 음식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올려주는 상냥함, 혼자서 쓱쓱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의젓함. 작품 속 료가를 보면서 첫째 아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이가 요즘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칭찬해줄만한 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의 단점에만 집중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 한가득인 이 때 도코의 마음을 묘사한 부분을 읽게 되니 저절로 가슴이 미어졌다. 너무 늦지 않게 이 작품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 

 

작품명에 '오렌지'가 들어가서 과일을 가리키는 중 알았는데, 료가가 열 다섯에 아버지와 교헤이와 함께 설산에 올랐을 때 신었던 신발의 색이었다. 료가는 위암 진단을 받고 교헤이와 소변을 보러 갔다가 추락하고 조난된 당시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때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남긴 편지도. 그 편지에 료가가 무슨 말을 적었는지는 작품 후반부에 드러나지만,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할 때조차도 료가는 어쨌거나 필사적으로 살아남았던 그 때를 추억한다. 그리고 이 투병생활도 그 때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 편지를 쓴 열다섯 살 때부터 19년 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 날 만큼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하지 않고, 크게 눈에 띄는 일 없이 살아가고......산에 자라난,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영락없이 행복했다. 과거의 사사모토 료가가 느낀 행복을, 그 후 19년 동안 고스란히 느껴온 것만 같다. 

p365-366

 

작품을 읽는 내내 이 료가라는 인물이 인간적으로 너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디 그가 병을 이겨내고 살아남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 와중에도 료가는 자신은 잘 살아왔다고, 좋은 인생이었다고 술회한다. 어쩌면 삶의 마지막에 다다른 것일지도 모르는 순간, 잘 살았다고 담담히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렌지빛으로 빛났던 과거의 소중한 것들을 여전히 기억하면서 미래에 추억할 수 있도록 많은 오렌지빛 기억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료가의 투병 기록을 읽는 것은 괴로웠지만 그들의 가족 이야기는 좋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좋았다. 가족은 무엇인지, 가족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부모와 자식은 무엇인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 

 

출판사 <달로와>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렇게 따스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라 신간이 나오면 찾아 읽게 된다. 현재까지 [어제의 오렌지]를 포함해 총 네 권의 작품을 출간한 <달로와>. 앞으로 또 어떤 깊이있는 이야기들로 감동을 전해줄지 기대된다.

 

** 출판사 <달로와>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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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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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읽다보면 대부분 어라라-하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여느 미스터리 작품 속 인물들과는 영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알코올중독자. 일정량의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손이 떨린다. 자신이 마실 술을 흘리면서 따를 정도로. 바텐더로 일하는 그의 일과는 일어나자마자 햇볕이 드는 곳에 가서 하루의 첫 잔을 드는 것으로, 그 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근처 공원에서 여유롭게 술을 즐기는 그가 맞닥뜨린 것은 폭탄사고. 그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누었던 여자아이가 걱정된 나머지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가 놓친 것은 바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위스키 병과 컵을 남겨두고 왔다는 것. 

 

이쯤되면 또 어라라-싶다. 이 사람 뭐지. 대체 정체가 뭐길래 자신의 지문이 묻은 위스키 병과 컵을 걱정하는 거지. 아니, 사실 걱정이랄 것도 없다. 그저 -아, 그걸 남겨두고 왔구나. 경찰이 보존하고 있는 내 지문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담담히 술회할 뿐.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폭력배의 보스같은 남자의 방문을 받고, 예전 동거했던 여인의 딸이 찾아와 그녀가 공원에서의 폭발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등 남자의 삶에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대체 당신은 누구??!!-를 입 밖으로 크게 꺼내기에 다다를 무렵 밝혀지는 이 남자, 시마무라 게이스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기쿠치 도시히코의 과거. 그가 22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해 온 이유, 그리고 현재 폭발사고에 휘말릴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명탐정도 아니요, 형사나 경찰도 아니요, 막말로 살인청부업자도 아닌 기쿠치가 살고 있는 시대는 1971년, 그리고 22년이 지난 1993년이다. 따라서 트렌디한 미스터리물에 등장하는 DNA 라는 단어는 물론, 그 흔한 휴대전화도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도쿄대생이었던만큼 명석한 두뇌와, 복싱으로 단련된 몸과, 22년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얻은 빠른 상황파악이랄까. 아무리 그래도 그 어떤 난관도 척척 넘어버리는 장면들에 -이게 가능한가- 싶다가도 금새 -뭐 어때-라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책을 읽는동안 어느새 그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만 탓이다. 

 

알코올중독자에게 물은 필요 없지만 잔 속에서 흔들리는 얼음을 바라보았다. 물이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동체시력, 반사신경, 펀치의 무게. 지금에 와서는 잃어버린 게절의 저편에 있는 단어들일 뿐이다. 

p190

 

내가 제일 푹 빠진 부분은 기쿠치의 바를 찾아왔던 폭력단의 보스인 아사이와 기쿠치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남자 대 남자, 혹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대화가 빛을 발했던 장면.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상대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목숨까지 걸게 만드는 의리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온다. 그리고 그런 아사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어떤 향수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22년의 세월. 그는 과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가. 아니다.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그는 현재의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 지나간 그의 시간에 대해 향수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독자의 몫일 뿐. 

 

사건의 진실, 그리고 테리리스트와 파라솔의 관계는 작품 클라이맥스에 등장한다. 손가락이 근질거리지만 너무나 중요한 단서가 되므로!! 분위기도, 인물의 서사도 무척 좋았던 작품. 어째서 사상 최초로 41회 에도가와 란포상(1995)과 제114회 나오키상(1996)을 더블 수상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1948년생이시라 어쩌면,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2007년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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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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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리의, 미스터리에 의한, 미스터리를 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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