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 내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이승재 옮김 / 더모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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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편지로 인해 더욱 선명해지는 삶의 궤적]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낀다는 화가라고 한다면 단연 '빈센트 반 고흐'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작품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그림을 보는 순간, '이건 반 고흐 그림인데!'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요. 저도 <꽃피는 아몬드 나무>와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좋아해서 액자식으로 된 그림을 가지고 있는데요, 거실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더니 반 고흐와 관련된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이 금방 알아보더라고요. 그 후로도 언제 어디서나 반 고흐의 그림이 보이면 아는 척을 하기도 한답니다.

생전에는 그림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음에도 사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화가와 그런 형을 응원하고 경제적으로 지지한 동생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이 편지글이 실린 유형의 책도 많이 출간되어 있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음에도 반 고흐의 편지를 한 번쯤은 읽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나 익숙해서 읽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던 반 고흐의 편지를, 그가 영혼을 담아 그린 150여점의 그림들과 함께 처음으로 펼쳐보았습니다. 반 고흐 탄생 1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된 뜻깊은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을 통해 접한 반 고흐의 생애는 상상 이상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는 이야기만 얼핏 들었을 뿐, 셀 수도 없는 방황과 고독의 밤을 보냈을 화가를 생각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런 형을 지켜보았던 테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사실 저는 이 책을 통해 동생 테오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화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반 고흐도 반 고흐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해 방황하고, 결국에는 화가라는 길을 찾았음에도 끊임없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야만 했던 형을, 테오는 과연 사랑하기만 했을까요? 반 고흐가 2년 동안의 파리 생활 동안 테오의 집에서 집에서 보냈을 당시 테오가 여동생 빌레미나에게 보낸 편지에는 '정말이지 형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토로되어 있습니다. 믿고 싶고, 믿어야만 했던 형. 그럼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자신에게 도움을 원하는 형에 대한 괴로운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습니다.

편지를 통해 반 고흐의 삶 뿐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그의 생각도 생생하게 전달되어 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꽃피는 아몬드 나무>에 대한 반 고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어요. 이 그림이 왜 그리 마음에 닿는지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작품은 테오의 아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반 고흐가 테오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큰 축복과 사랑의 마음을 담았을지 상상이 되실까요? 자신의 작품 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화가, 자신이 지금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그림 기법 등을 세세하게 적은 편지를 보면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절실히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판형과 종이 질감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겉표지와 속표지가 다른 것도 매력 포인트. 특히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이라 그랬을까요 :)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의 울림같은 편지와 그가 그린 그림들을 한 번쯤 심도있게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아마 테오에게 보낸 이 편지들을 읽게 된다면 반 고흐의 그림을 더 잘 이해하게 되실 거라 생각해요.


** 출판사 <더모던>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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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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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을 심도있게 그려낸 고퀄리티 한국 만화!! 다른 작가님들의 대작들도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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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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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을 심도있게 그려낸 고퀄리티 한국만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처럼 지내온 고모와 막내삼촌의 영향으로 만화책에 입문했습니다! 지금도 발행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달에 한 번, 혹은 격주에 한 번 발행되는 만화잡지를 읽으러 할머니댁에 가는 게 큰 낙이었어요. 책과 만화책, 영화와 팝송. 학창시절 제 낭만을 형성해 준 것은 모두 고모와 막내삼촌이 가르쳐 준 것으로,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무슨 재미로 살았을지 지금도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 당시 만화계의 큰 별은 강경옥, 이은혜, 황미나, 신일숙, 그리고 김혜린이 아니었을까, 감히 꼽아봅니다 (혹시 이 분이 빠졌다 하시면 꼭 알려주세요!! 일단 기억나는 분만 적었거든요 :)). 소장용으로 출간되는 책들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놓친 작품들도 많은데, 요즘은 예전 작품들이 다시 출간되는 것 같아 무척 기뻐요.

 

그런데 저는 사실 김혜린님의 작품 중 소장하는 책이 단 한 편 뿐입니다. [불의 검]. 제가 기억하는 한 유일하게 해피엔딩인 작품이예요. 작가님의 책 중에는는 대부분 비극적인 사랑과 새드엔딩이 그려진 것들이 많아 어린 나이의 저는 그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새드엔딩이 여운도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왕이면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새로 출간된 [테르미도르] 는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만에 만나는 한국만화인지!! 요즘은 도서대여점도 거의 사라져서 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작품의 제목인 '테르미도르'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7월을 가리켜요. 1789년 7월 14일,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1794년 7월에는 공포정치를 연 로베스피에르가 반대파로 몰려 단두대에서 참수되기도 했고요.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하셨다시피 [테르미도르]는 프랑스 대혁명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념, 혁명 당시의 상황에 대해 그린 작품입니다.

 

혹시 만화를 책도 아니라고 폄하하는 분들 계시려나요. 학창시절 제가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님은 '만화가 무슨 책이냐고, 다른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습만화가 존재하는 것처럼, 만화를 통해 배우는 것들도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민중들의 마음은 어떠했고, 그런 민중들로부터 공격받았던 귀족들은 무슨 생각이었으며, 혁명을 진행시키기 위해 어떤 이는 칼로, 어떤 이는 시로 협조했다 같은 것들은 인문 역사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 아닐까요. 물론 혁명의 전개과정과 마무리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만화를 통해 전달되는 생생함은 인문 역사서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혁명이 초기의 목표를 잃어가고 하나의 뜻으로 모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갈라지고 적으로 몰아가는지, 신분과 신념 차이에 의해 적으로 만났던 남녀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인상적입니다. 저에게는 추억의 만화이지만, 예전 작품들이 더 많이 복간되어서 지금 세대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거북이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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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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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면은 물론, 역사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에 관한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일 것 같아 궁금합니다. 에도시대물 뿐만 아니라 현대물에서도 빛을 발하는 작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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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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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들이미는 잔인한 현실 앞에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두 명의 여성이 총살당한 채 잔혹한 모습으로 발견됩니다. 두 명 모두 성매매를 생업으로 삼는 데다가 어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무정한 엄마였습니다.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을 예감하게 하는 사건들이었지만, 보도 프로그램은 살해당한 여성들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엄마들의 비극'으로 각색해 여론을 조성해요. 곧이어 전해지는 세 번째 희생자에 대한 예고장.

 

이 사건과 별개로 오래 전부터 프리랜서 기자 기베 미치코는 식풍공장 악성 클레임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물질이 들어간 도시락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익명의 여성을 납치한 후 구하고 싶다면 돈을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던 공장장. 어느 날 그에게 '세 번재 희생자를 내기 싫으면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문이 도착하고, 전혀 다른 사건이라 여겼던 두 사건이 '세 번재 희생자'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오랜 시간 사건을 조사해온 기베 미치코는 사건의 이면에 다른 무엇이 있음을 직감하죠.

 

간단하고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사건의 중심부로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이해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왜 여성 살해사건과 공장장이 협박당하는 사건이 같이 병행되는 것인지, 분명 어디선가 접점이 발견되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순간까지 더듬어가는 과정이 속도감있게 그려져 있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저의 심리적인 방어막이 한몫 하기도 했습니다. 성매매를 생업으로 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정말 막다른 골목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생존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결정을 비난할 마음도 없고요. 제가 불쾌하게 여겼던 것은, 그런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태어난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고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그녀들의 태도였습니다.

 

엄마인 그녀들의 삶은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저는 냉정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30분에 5천엔이면 딸을 남자와 단 둘이 있게 하고, 집에서 손님을 받아 남자가 돌아갈 때까지 아이가 밖에서 서성이게 하는 데다, 제대로 된 교육현장을 제공하지 못한 채 똑같은 삶을 되물림하는 엄마. 그런 지옥같은 환경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동생이라도 탈출시키고 싶어했던 스dp오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의 가슴에 자리잡은 한없는 절망과 나락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하세가와 쓰바사에게 화가 났어요. 어째서 부족할 것 하나 없는 환경 안에 살고 있으면서 그것을 함부로 대했는지, 왜 만족하지 못하고 남을 이용해서 살아남거나 누군가를 무시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지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만으로 하세가와 쓰바사를 단언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문장 하나하나, 기베 미치코의 한걸음 한걸음이 묵직합니다. 그녀가 사건을 따라가는 굽이굽이가 마치 지옥으로 향하는 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자에게 성급한 재미가 아니라, 누구나 알지만 모두가 못 본 척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한 단면을 끄집어내 독자 앞에 적나라하게 들이밉니다. 여기에 대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가지는 감상은 단순한 감상일 뿐, 지금도 존재하는 빈곤과 폭력의 되물림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을요. 그것이 저에게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게 합니다.

 

작품만으로 이야기하자면, 경찰, 보도 프로그램, 기자인 기베 미치코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저널리스트로서의 기베 미치코의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양극화와 빈곤이 초래하는 사회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고, 인간성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 안에서 섣불리 정보를 누설하지도 않고, 진실을 알게 되었으나 그 진실의 가치를 스스로 가늠하는 캐릭터로 존재해요. 국내에는 2014년 [신의 손]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선보였다는데 검색해보니 나오질 않네요. 앞으로 꾸준히 그녀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출판사 <모모>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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