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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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을 심도있게 그려낸 고퀄리티 한국만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처럼 지내온 고모와 막내삼촌의 영향으로 만화책에 입문했습니다! 지금도 발행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달에 한 번, 혹은 격주에 한 번 발행되는 만화잡지를 읽으러 할머니댁에 가는 게 큰 낙이었어요. 책과 만화책, 영화와 팝송. 학창시절 제 낭만을 형성해 준 것은 모두 고모와 막내삼촌이 가르쳐 준 것으로,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무슨 재미로 살았을지 지금도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 당시 만화계의 큰 별은 강경옥, 이은혜, 황미나, 신일숙, 그리고 김혜린이 아니었을까, 감히 꼽아봅니다 (혹시 이 분이 빠졌다 하시면 꼭 알려주세요!! 일단 기억나는 분만 적었거든요 :)). 소장용으로 출간되는 책들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놓친 작품들도 많은데, 요즘은 예전 작품들이 다시 출간되는 것 같아 무척 기뻐요.

 

그런데 저는 사실 김혜린님의 작품 중 소장하는 책이 단 한 편 뿐입니다. [불의 검]. 제가 기억하는 한 유일하게 해피엔딩인 작품이예요. 작가님의 책 중에는는 대부분 비극적인 사랑과 새드엔딩이 그려진 것들이 많아 어린 나이의 저는 그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새드엔딩이 여운도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왕이면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새로 출간된 [테르미도르] 는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만에 만나는 한국만화인지!! 요즘은 도서대여점도 거의 사라져서 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작품의 제목인 '테르미도르'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7월을 가리켜요. 1789년 7월 14일,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1794년 7월에는 공포정치를 연 로베스피에르가 반대파로 몰려 단두대에서 참수되기도 했고요.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하셨다시피 [테르미도르]는 프랑스 대혁명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념, 혁명 당시의 상황에 대해 그린 작품입니다.

 

혹시 만화를 책도 아니라고 폄하하는 분들 계시려나요. 학창시절 제가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님은 '만화가 무슨 책이냐고, 다른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습만화가 존재하는 것처럼, 만화를 통해 배우는 것들도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민중들의 마음은 어떠했고, 그런 민중들로부터 공격받았던 귀족들은 무슨 생각이었으며, 혁명을 진행시키기 위해 어떤 이는 칼로, 어떤 이는 시로 협조했다 같은 것들은 인문 역사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 아닐까요. 물론 혁명의 전개과정과 마무리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만화를 통해 전달되는 생생함은 인문 역사서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혁명이 초기의 목표를 잃어가고 하나의 뜻으로 모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갈라지고 적으로 몰아가는지, 신분과 신념 차이에 의해 적으로 만났던 남녀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인상적입니다. 저에게는 추억의 만화이지만, 예전 작품들이 더 많이 복간되어서 지금 세대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거북이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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