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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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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공존,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바람이 담긴 목소리]
대통령에게 묘한 주문같은 말이 적힌 문자가 도착합니다. 나이파 이한필베. 아무리 읽어도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문장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는지 비서진에rp 주문의 내력을 알아보도록 지시합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은하수 행정관은 대학다닐 때 같은 과 동기였던 이형연이 법학이 아니라 다른 학문을 파고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그에게 연락을 하죠. 저주인 듯 하기도 하고 예언인 듯 하기도 한 이 말을 풀기 위해 예상밖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은하수. 이 묘한 말은 사실 점차 출산율이 낮아지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부부 한 쌍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시대에 돌입한 거예요. 제 주위에도 결혼은 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의 삶을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아요. 저는 아들 둘을 낳아 키우고 있고 비록 힘들어도 아이들을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이 작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분들의 결정도 존중합니다. 터무니없는 집값으로 결혼마저 포기하게 되는 이 시대에,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엄청난 경제적·신체적·정신적인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부디 '예전에는~라떼는~'이런 말씀은 접어주세요. 지금은 예전과 같지 않으니까요.
저는 상대적으로 육아휴직과 육아시간 등을 사용하기 자유로운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예요. 아이 한 명당 얻을 수 있는 육아휴직은 3년. 두 명이면 6년인데, 저는 그 육아휴직을 코로나 시대에 모두 소진해버렸습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아이가 나오면 어린이집이고 유치원이고 문을 닫는 데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면 격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복직을 할 수 있었겠어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6년을 보내고 작년에 복직했는데, 두 아이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옆지기든 저든 연차와 조퇴와 지각을 반복하며 생활했습니다. 2022년 하반기는 아이들이 또 코로나에 걸렸고 감기를 달고 살아 조퇴를 하도 써대니 관리자가 저만 조퇴한다 하면 확인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관리자 눈밖에 나도 어쩌겠어요.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는 것을요.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지만, 일단 가족이 먼저였기에 어쩔 수 없다 다스리며 그래도 꿋꿋하게 조퇴와 지각을 쓰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니 더 막막해요. 학교는 유치원보다 더 빨리 끝나는 데다, 나머지 시간에 아이를 학원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학교 방과후와 돌봄교실을 이용해도 구멍은 존재하고, 그렇다고 시터를 고용하기에는 경제적 문제와 사람에 대한 불신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제가 주변에 '아이는 낳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어요.
작가님은 신작 [풍수전쟁]에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일제강점기 우리의 정기를 끊어놓으려 했던 침략자들의 음모를 한데 묶어 풀어놓았습니다. 고려와 조선의 정기를 끊고 나라 자체를 축소시키려 했던 풍수사들의 계략과 그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려했던 한 청년의 이야기예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현실에서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생각에 등한시하기 쉽죠. 하지만 작품 속에서 형연이 말하는 것처럼 '마주하든 않든 역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과거의 일이 어떻게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들이 당장 생활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굳이 밝혀서 뭐 좋을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불편한 마음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읽다보면 이것이 정녕 현실인가 허구인가 구분하기 어려워요. 덕분에 등장하는 인물, 소개된 책들, 지명 등을 검색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이든 허구이든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백해요. 형연의 마지막 결정이 보여주듯이, 용서와 화해, 공존입니다. 더불어 국가 소멸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해지는 인구 절벽 상황을 개선해주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2030년부터는 인구 부족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나라 경제력이 이제 곧 추락해 20년 후면 세계 36개국 중 우리나라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고 전망했다는 말을 들으면 소름이 돋지 않나요.
비록 소설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부디 깨어나기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처가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대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나라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 머리를 맞대보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 <이타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