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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의 맨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있나요?!]
2025년 새해의 시작을 스릴러 리뷰로 열어봅니다! 꽤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전작 [히든 픽처스] 때문에 눈길이 갔던 작품이에요. 3년 만에 딸 매기로부터 전화를 받은 프랭크 저토스키. 오랜만에 전화한 딸이 수화기 너머로 전한 소식은 결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는 저명한 기업가인 에롤 가드너의 아들인 에이든. 예술을 하며 먹고 산다는 사위가 영 마땅치 않지만, 프랭크는 어쩌면 영영 얼굴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딸의 연락에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그러나 어딘가 미심쩍은 딸의 결혼식. 결혼식을 위해 떠나려는 프랭크 앞으로 도착한 한 장의 사진에는 '돈 태거트는 어디 있지?'라는 글귀와 함께 에이든과 어떤 여성이 찍혀 있고, 알고 보니 에이든에게는 음침한 추문이 뒤따르고 있었어요. 본능에 따라 매기의 결혼을 막으려고 하지만 매기는 프랭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결국 프랭크는 이 결혼의 진실이 무엇인지 쫓기 시작합니다.
아마 이렇게 예상하셨을 겁니다. 분명 저 에이든 가드너는 나쁜 남자고, 저 남자와 사귀었던 게 분명한 돈 태거트라는 여자는 그가 죽인 게 틀림 없다고. 에이든의 아버지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돈의 죽음을 묻었고, 에이든은 그 사실을 숨긴 채 매기와 결혼하려 한다고요.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잉! 중후반에 던져진 반전으로 인해 입이 떡 벌어졌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거든요. 엄청난 스포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을 아껴야 하겠지만, 저는 이 결혼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내 아이를 과연 얼마나,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요. 어린 아기였을 때는 부모와 그 가정이 세상의 전부였을텐데, 어느 덧 아이는 자라고 다른 세상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갑니다. 그 넓어진 세계 속에서 부모의 위치는 어디쯤일까요. 내 아이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믿어줘야 하는 건지, 내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아이를 듬뿍 사랑해주면 된다-는 말로 제 마음을 다독이기에는, 새삼 아이라는 존재가 낯설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뻔히 결말이 보이는 스릴러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밝혀진 진실이 너무 추악하고 역겹긴 했지만, 결국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삶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않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네요.
[히든 픽처스] 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늘 예상을 깨는 전개로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소재로, 또 어떻게 독자들을 놀라게 해줄지 궁금합니다!
** 출판사 <문학수첩>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