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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2024년을 마무리할 매혹적인 스릴러]
블랑슈, 통칭 마담 B의 주요 고객은 사기꾼, 살인자 등의 범죄자입니다. 그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벌인 일을 뒷처리하는 전문이죠. 파리 지하 세계의 범죄 청소부로 일하는 그녀의 십수 년간 범죄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살아온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건의 의뢰. 언제나처럼 전달받은 현장에 도착해 청소하던 마담 B는 청부 살인 피해자의 소지품에서 20년 전 자살한 어머니의 유품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장면,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어요. 숨이 턱 막히고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지 않았을까요? 어머니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 분명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 마담 B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유일하게 그녀를 지지하고 돌봐주던 양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머니가 겪었던 정신착란 증세가 마담B를 위협하면서 사건은 뱅글뱅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영미 스릴러와 일본 미스터리에 절여져있던 저를 아주 새로운 스릴러의 세계에 푹 잠기게 해 준 작품입니다. 사실 그 동안은 프랑스 스릴러에 대한,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서 비롯된 거부감으로 건너뛰어왔는데요 작품의 주인공 직업 자체가 너무 흥미롭지 않나요! 유품정리사나 사망한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하 세계 자체에서 암암리에 활동하는 청소부라니, 이건 당연히 범죄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직종인 것을요. 그 와중에 자신의 과거, 어머니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은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더듬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질문까지 던집니다.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죠. 그 과거를 블랑슈 같은 사람이 지워준다고 정말 철저히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범죄 현장을 정리하던 블랑슈조차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현재에서 또 다시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치게 되는 것을요.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일들, 어떻게든 애써 덮어두려고 하는 일들은 특히 그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일수록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결국 우리 역시 블랑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겠죠.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흥미로운 전개, 완벽한 결말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시리즈로 나와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마담 B 시리즈>, 강력 요청합니다!
** 출판사 <다산책방>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