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오감발달 동물원 사운드북 우리 아기 오감발달 사운드북
샘 태플린 지음, 페데리카 아이오사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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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본코리아의 핫!한 사운드북!

이번 책은 새로 나온 [동물원 사운드북]입니다.

첫째 곰돌군 때 이런저런 사운드북을 구입했지만 상태가 너덜너덜~

똑같은 사운드북을 둘째 곰돌군에게 사주자니 아깝기도 하고 망설이던 차에

어스본코리아에서 나온 사운드북을 알게 되었어요.

 

 

어스본코리아의 사운드북은 색감이 예쁘기로 유명해요.

저도 책을 볼 때마다 이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부모들을 유혹하기 위한 책인가,

그도 아니면 예술작품인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사운드북인만큼 '사운드'가 중요하죠!

 

 

동물원을 주제로 하고 있는만큼 다양한 동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코끼리의 뿌우우!부터 원숭이들의 끽끽 거리는 소리는 물론

댕기흰찌르레기의 삑삑소리와 맹그로브 물총새의 재재 지저귀는 독특한 소리까지 실려 있습니다.

저는 바다표범들의 옹옹거리는 소리가 자꾸 귓가에 울리더군요.

사진을 통해 느끼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물 그림들이 올록볼록하게 표현되어 있어 촉감발달에도 좋을 것 같았어요.

둘째를 위해 들인 책이었는데

첫째 곰돌군이 어린이집 가기 전 저런 진지한 자세로 관람(?) 중입니다.

사운드북이니만큼 소리가 무척 중요하잖아요.

집에 있는 사운드북 중에는 소리가 무척 큰데 조절기능이 없어서

한 아이가 낮잠이라도 자고 있는데, 또 다른 아이가 사운드북 볼 때면 늘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그런데 이 사운드북은 소리가 그리 크지 않고 적당해서

언제 어느 때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워낙 유명한 어스본코리아의 사운드북!

아이들은 물론 엄마인 저도 즐겼을 정도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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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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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의 책은 [합리적 의심] 딱 한 권 읽어봤을 뿐이지만 [판결의 재구성]을 보니 소설보다는 논픽션 작가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합리적 의심]에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라 여겨지는 부분이 다소 있었던 데 반해, [판결의 재구성]은 좀 더 깔끔하게 갈무리 된 느낌이다. 작가 자신이 밝힌 것처럼 '밀도'라는 측면에서 지금껏 가장 공을 들인 글들이기 때문일까. 적당히 사건을 조합하지 않고 반드시 판결문을 구해서 참조했다는 말에 작가의 정성과 의지가 돋보인다. 이 책은 작가 도진기가 20년의 판사 생활을 통해 들여다 본 30번의 판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는 명쾌하게 해결된 사건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콜드 케이스로 남은 사건도 있어 조금 답답증을 느끼게도 한다는 점이 단점 아닌 단점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핵심은 변호사가 된 후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판결의 재구성> 원고이다. 각 파트의 끝에 실린 짧은 수필들은 조선일보 <일사일언> 코너에 쓴 것이고, 다른 매체에 게재한 서평도 두 건 있다고 밝혀져 있다. 또 글을 쓴 뒤 새로운 사건 전개가 있은 경우 추신을 달아두었는데, 대법원에서의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유족이 나라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등이 메모되어 있다. 2004년 사라진 변호사 사건을 시작으로 1997년의 이태원 살인사건, 그 유명한 2010년 낙지 살인사건과 1995년에 벌어진 김성재 살인사건, 2010년 부산의 시신 없는 살인사건, 2017년 약물로 아내를 살해한 의사 사건, 1999년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판결과정과 결과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깔끔하게-라는 단어를 쓰기가 참 민망할 정도로 각각의 사건들이 다 너무 무섭고 잔혹해서 가슴이 떨려온다.

미스터리와 추리, 스릴러 장르를 즐겨 읽는 나로서는 사건의 과정과 결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읽어내려가다보니 제목만 보아도 속이 울렁거릴만큼 현실이 더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표출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이웃의 곤경을 방치한 사람들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작가가 다룬 사건 속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소설의 악인과 다르지 않았다. 나라면 이 원고를 집필하면서 몇 번이나 펜을 집어던졌을 것 같다. 작가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재판의 경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역시 그 또한 재판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잃지 않고 '가령 ~'을 방패삼아 약간이나마 분노하게 하는 판결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준다. 그럼에도 대구에서 황산 테러를 당한 태완이 사건을 읽으면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떤 이유가 있든, 어린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챕터 사이에 실린 [망량의 상자] 서평과 [GOTH 고스] 서평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망량의 상자]는 나도 예전에 읽었고 소장하고 있던 터라 무척 반가웠지만 [GOTH 고스]는 이제는 절판에 도서관 목록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아 어떻게 구해 읽어야 하나 아쉬울 따름이다. 이 와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지옥으로!>라니, 제목만 보고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작품의 홍보문구에 대해 묻는 출판사 직원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를 지옥으로 보내겠다!'라고 했다니, 그 출판사 직원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한편으로는 정말 그 문구를 썼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법부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질서이다.

하지만 판결 안의 추론 과정에서마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늘 옳다는 보장이 없고, 얼마든지 헤집어 볼 수 있다.

유전무죄 비판과 진영 논리들 때문에

오히려 면책되었던 판결의 '내부'를 짚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판결이졸지 않고, 외곯 논리는 도태된다.

사실 범죄나 재판 관련된 논픽션 책들은 즐겨 읽지 않는다. 그것은, 말하자면, 미드 CSI를 즐겨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은 도저히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범죄 장면은 허구지만 현실에서 등장하는 범죄는 말 그대로 '리얼'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굳이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며 두려움에 젖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꽤 재미있다. 일반인인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판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재미라고 할까. 덕분에 절차나 정당방위, 심신상실 등 법 원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법에 대해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한 가지 더 느낀 것은 작가 도진기의 '성실함'과 '준비성'이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가 이 책을 가볍게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깊이 생각하며 써내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으로 이제 두 작품 만난 셈인데, 차곡차곡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은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가 궁금한데 그의 대표작이라 꼽히는 소설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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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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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열두 살이었던 1952년 6월 15일 일요일 오후, 어머니와의 다툼에서 격분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낫으로 죽이려고 한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시작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다. 외동딸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작가는 이 날을 기점으로 그녀의 삶이 양분되었고 그 충격은 그녀의 삶에 깊이 각인되었다고 기술한다. 떠오르는 건 울음소리와 비명 뿐. 그녀는 아버지에게 '아빠가 내 불행을 벌어놓은 거야'(공포스러운 일을 겪은 후 영원히 미치거나 불행해진다는 뜻의 노르망디 사투리)라는 말을 했다는 것과, 그 일이 있은 후 세 식구가 자전거를 타고 근처에 산책을 나갔다는 것을 기억한다. 돌아온 후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식당 문을 열었고 그 일은 다시 입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 사건은 작가의 소녀시절을 단번에 파탄내버리는 중대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부모가 가벼운 말다툼만 해도 아이들은 두려워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 하는 모습을 목도한 자식이라니, 그 충격은 가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작가의 앞에서 가벼운 애정표현을 하거나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는 것이다. 어른들만의 대화가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과정을 보지 못한 작가에게는 그 또한 충격이었다(그리하여 요즘 아동심리학 책에는 부모가 다툰 후 화해의 과정까지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았지만 그 한 번으로 그녀의 내면이 변화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가슴 깊이 알고는 있었으나 차마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그녀 가족이 속한 세계와 그 바깥 세계, 서민 계층과 부르주아 계층으로 양분된 두 세계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그녀는 '부끄러움'이라 명명한다.

자신의 가족에게 있었던 일을 묘사하고 '부끄러움'에 대해 알게 되어버렸다-고 서술한 뒤에는 작가가 '우리'라고 지칭하는 서민 계층의 세계관, 생활공간, 행동규칙, 언어습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가늠하기 어렵지 않게, '우리'와 대조되는 사립학교의 행동규칙과 생활양식의 자세한 묘사가 뒤를 잇는다. 후반부는 그 두 세계에 걸쳐 있는 작가의 입장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물질적 궁핍만이 아니라 지배계층의 생활양식과 언어가 몸에 배지 않았다는 것에서 비롯된 열등감으로 가득찬 수치심에 시달렸다. 이 부끄러움은 한 순간 느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안에서 그와 함께 살아가고 생명력을 띠는 하나의 '존재'로 간주된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살아있는 부끄러움을 겉으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하나의 기록체, 인류학적 자료의 일종으로만 취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부끄러움'은 항상 그녀와 함게 살아간다. 그것 없이는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도 없을만큼 이미 그것은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그 과거를, 수치심으로 각인된 그 날의 사건을, 그러나 그녀는 담담히 응시한다. 이미 사립학교의 시선으로 자신의 부모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과거의 자신 또한. 부끄러웠지만 부끄러움을 공개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고요하고 조용하게 응시할 뿐이다. 그래야 자신의 글쓰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표지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 그 여인이 바로 작가임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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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 그림책이 참 좋아 57
최숙희 지음 / 책읽는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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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계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최숙희 작가님의 이름은 아마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을 단행본으로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알게 되었는데요, 어쩐 일인지 집에 한 권도 없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작가님의 그림책을 다 사고 싶은데 한꺼번에 사기에는 개인적으로 인증이 안 되었고, 그렇다고 안 사자니 뭔가 허전하고. 이렇게 망설이는 중에 결국 한 권도 못사는 결정장애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생겨 최신작인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참 좋네요. 정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요!

 

주인공은 사람아이 두르와 생쥐 쪼르예요. 두르는 쪼르와 산딸기로 큰 솥 가득 잼을 만들어 다 같이 나눠먹고, 돼지 아줌마가 열두 쌍둥이를 낳자 아끼던 외투를 풀어 목도리를 짜기도 하고, 쪼르의 연이 나무에 걸리자 더 크고 멋진 연을 만들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기도 해요. 연을 타고 날아간 강 건너에는 검은 숲이 있는데요, 그 숲에는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운이 없는 산양 할머니가 있었답니다. 두르느와 쪼르는 함께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을 끓이기로 하죠. 준비된 큰 솥에 처음 개미들이 쌀 한 줌을 가져오고, 두더지가 양파를 가져오고, 토끼가 당근을 가져오고, 고슴도치가 감자를 이고 오기도 합니다. 고라니의 시금치에 어떤 동물의 브로콜리에, 또 어떤 동물의 가지 등등 재료가 점점 많아져요! 두르가 끓인 죽은 정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게 됩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이라 해서 혹시 성경에 나온 기적을 생각하신 분 계신가욥! 전 살짝 떠올렸습니다. 히히.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 함께 죽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는 가히 기적에 비유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것을 나누며 더욱 많아지는 죽, 그리고 풍성해지는 마음. 동물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던 것을 자기 것이라 꼭 움켜쥐고 있었다면 이렇게 맛있는 죽을 많이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하나의 재료가 한 솥이 되는 기적, 바로 나누는 마음이 만들어 낸 거에요.

 

이 책은 나눔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굿네이버스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제안을 받고 작가님은 아이들의 착한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죽]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이 책은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나눔교육'에 널리 활용되며, 작가의 인세 일부는 굿네이버스를 통해 세계의 빈곤 아동을 돕는 데 쓰여질 예정이라고 해요. lg 유플러스도 동영상을 제작해 그 뜻을 함께 한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여러분, 멋진 그림책을 얻는 것과 함께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나눔을 할 수 있다니, 멋쟁이 우리가 발 벗고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과 함께 요렇게 귀여운 '사랑나눔 저금통'도 함께 왔어요. 아이와 그림책을 읽은 뒤 나눔에 대해 이야기도 해보고, 요렇게 저금통도 채우며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그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면 어떨까요. 저도 가까이로는 동생과 장난감을 나눈다는 것부터 살짝 멀리는 친구들과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그 동안 그림책을 통해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지만, 이번만큼은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책읽기였던 것 같아요. 5불어 최숙희 작가님의 책에 대한 신뢰도도 증가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이라면 분명 다른 작품들도 따스할 것이라 생각돼요. 그림책으로 나눔을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어른인 우리가 먼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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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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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달라질 때마다, 출판사를 바꿔 출간될 때마다 구입하는 책 중 하나가 바로 [빨간 머리 앤]입니다.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없이 이 독특한 소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톡톡 튀는 발랄한 언행에,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당해도 뒤끝없이 사과를 주고받거나, 누구보다 상냥한 마음으로 자신을 거둬준 매슈와 마릴라 아주머니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앤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울해할만한 상황들이 벌어질 때도-자신이 아닌 남자아이를 원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나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린드 부인에게 대든 후 혼이 났을 때 같은-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재빨리 잊거나 해결하고 앞을 향해 달려나간다는 느낌이에요. 이런 저와 함께 빨간 머리 주근깨 아가씨에게 흠뻑 빠진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다카야나기 사치코 작가입니다.

 

삽화가이자 수필가, 아동문학 작가인 다카야나기 사치코는 일본에서 출간된 '빨간 머리 앤' 시리즈는 물론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여러 소설의 삽화를 그렸으며 빨간 머리 앤이 사는 '초록 지붕 집'을 닮은 초록색 지붕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빨간 머리 앤을 향한 고백을 공개한 이 [빨간 머리 앤]에는 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요. 전 세계의 소녀들이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상상해왔던 소설 속 소품들, 자연배경, 인물들이 그녀만의 그림체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에이번리 지도 뿐만 아니라 앤이 사는 초록 지붕 집, 앤이 처음 매슈 앞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이나 앤이 지내게 되는 동쪽 방의 모습, 마릴라가 앤을 위해 지어준 세 벌의 드레스 등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놀라운 점은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사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종류별로 소개하며 각각의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물론 세심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의 결과물을 살펴보면 작가의 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빨간 머리 앤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또 있죠. 저의 경우에는 앤의 절친 다이애나와 후에 앤의 남편이 되는 길버트입니다. 앤이 실수로 다이애나에게 과일주를 먹인 경우를 제외하고 두 사람은 사이가 벌어진 적이 없는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서로의 마음을 깊게 허락하는 데는 용기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소녀 시절의 로맨스 또한 빠트릴 수 없는데, 처음에는 앤을 '홍당무'라 놀리던 길버트가 나중에는 앤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자며 손을 내미는 대목에서는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요. 히히. 말하자면 [빨간 머리 앤]은 저의 소녀시절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작품인 겁니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책 뒷편에 등장하는, 작가가 모아놓은 <앤의 말들>도 인상깊었는데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앤의 목소리가 마치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기, 마릴라 아주머니,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일이 바로 기뻐하는 일의 절반이에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상상은 할 수 있잖아요.

 

이 책을 읽다보니 [빨간 머리 앤]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한 때 열 권 짜리 전집을 구매한 적도 있었는데, 결혼하면서 자취를 감춰버린 그 전집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쓰라리네요. 하지만 꿈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앤이 지금도 어딘가의 누구에게 친한 친구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빨간 머리 앤]의 작가인 몽고메리는 자서전 [험난한 길]에서 '요정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요. 부디 이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가 당신에게 그런 여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잊고 있었던 시절의 당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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