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 과학.문화.미래 편 - 불통不通의 시대, 교양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져라 차이나는 클라스 3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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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정신을 살찌우는 이야기들]

'저게 뭐지?' 하며 시청하기 시작했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한 채널의 대표 교양 프로그램이 되었다. 1편에서 <국가, 법, 리더, 역사>를, 2편에서 <고전, 인류, 사회> 에 대해 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과학과 문화, 미래에 대한 질문과 답이 대화 형식으로 실려 있다. 예전에는 방송도 꽤 챙겨 보았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TV를 보지 않다보니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었는데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일반 교양서에서 다루었다면 다소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졌을 지식들이 TV에서 각 명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형식 그대로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층 이해하기 쉬웠다는 것도 이 책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소재부터 흥미롭다. 고고학이 아닌 고인류학. 고고학과 달리 고인류학에 필요한 화석은 천운이 따라야 발견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99퍼센트는 죽은 뒤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면 무엇이든 흔적이 발굴되겠지만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니 연구하기 그리 쉽지 않은 학문일 것이다. 우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 이 학문에 대해, 대한민국의 고인류학 박사 1호인 이상희 박사가 고인류학이란 무엇인지, 화석을 인간으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지, 지금의 우리는 언제 등장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그 뒤를 잇는 유전자 혁명, 노화도 치료가 되는가, 면역에 관한 이야기는 평소 관심을 갖지 않던 부분이라 다소 낯설면서도 신기하게 읽었다. 아무래도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미래 편에서는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포노 사피엔스, 로봇과 인간의 관계, 민족과 국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정신 차리고 바짝 읽은 부분은 <2장 문화>편이다. 요즘들어 특히 음악과 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 덕분이다. 나도 클래식을 듣거나 명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깊이있게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지라,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에서 접하면 나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수준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 덕분에 양정무 교수가 들려주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무엇이 다른지, 어두운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의 이야기, 우리가 미술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누구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신동흔 교수의 '엣날 이야기'와 관련된 강의도 인상깊었는데 옛날 이야기의 현실 반영성, 옛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자세 등도 흥미로웠다. 조은아 교수가 들려주는 교향곡과 오케스트라 이야기도.

주제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있고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이었다. 마음과 정신을 살찌우는 이야기라고 할까. 사실 차클의 앞 두 권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 책을 읽고나니 앞의 두 권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는 선선해지고 사고 싶은 책은 많아지고. 이번 가을은 차클을 시작으로 인문 교양 서적을 좀 더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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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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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후유증으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전직 정신과 의사 애나. 그녀의 취미는 별거하는 남편 에드와 올리비아와 통화하기, 인터넷으로 심리상담해주기, 밤 새워 고전영화보기, 그리고 카메라로 이웃집 훔쳐보기이다. 카메라 안에는 자신들도 깨닫지 못한 이웃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어느 날 207번지로 한 쌍의 부부와 아들이 이사오고, 묘하게 신경을 끄는 그들의 집을 엿보던 애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들과 교류하게 된다. 비록 자신의 집 안에서 뿐이지만.

 

다소 강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이는 아버지, 활달하고 사랑스러우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어머니, 모범적이고 순종적인 아들. 어머니와 아들이 아버지에게 억압당하며 생활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애나는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들인 이선에게는 모성애마저 느낀다. 그리고 목격한 207번지의 살인사건. 그녀는 사고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밖으로 나가기를 시도하지만 허무한 미수로 그치고,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병원으로 실려간다. 퇴원 후 듣게 된 충격적인 상황. 살해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이선의 어머니라 나타난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다! 경찰은 오히려 애나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빨리 망상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술과 약을 함께 먹어 정말 헛것을 본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만나고 이야기한 그녀는 누구인가. 나는, 그 사고 이후로 미쳐가는 것인가.

 

데뷔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압도적인 스릴러가 등장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성이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 다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독자들도 애나를 완벽하게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밖에 나가지는 않고 온종일 체스를 두거나 밤새워 고전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심리상담을 해주는 여성. 게다가 그녀는 약을 술과 함께 복용하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녀가 남편 에드, 딸 올리비아와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 도무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모르겠는 상황인 것이다. 결론은 둘 중 하나. 애나의 망상이거나, 누군가 살인사건을 없었던 일로 꾸미려 한다는 것. 진실을 찾아 헤매는 애나의 모습은, 마치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누군가의 몸부림 같다.

 

시종일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읽어내려가다가 결말 부분의 반전 부분에서는 숨을 헉! 몰아쉬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 급변하는 전개. 마치 내가 애나가 된 듯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졌다. 그 와중에 밝혀지는 애나의 사고 진실. 으아,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내가 애나였어도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과거를 품고 단 하루도 살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도 술과 약을 함께 먹었을 테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어둡고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둠이 선사하는 분위기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섬세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화가 가리키는 사건의 이미지들 또한 절묘하고, 스릴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은 대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꽤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부디 이 작가의 기억할만한 첫 여정에 동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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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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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부터 나한테는 당신 안의 차분함이 보였어요. 사람들이 책에 써놓았지만 실제로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은, 내면의 고요함 같은 것. 그래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죠. 저 여자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러다가 저건 후회가 없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결정을 내릴 때......아주 차분한 마음으로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는 사람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 그게 나를 멈칫하게 했죠. 그래서 그걸 다시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p370-371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속 등장하는 명대사 중 하나. 나는 이 장면을 읽고나서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이제 막 시작되는 감정을 숨기고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해소하기 위해 장난처럼 던졌던 질문. 그 질문에 대한 상대의 대답은 시간이 조금 흐르고서야 들을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이 만나 다시 이 대화를 나누기까지 보내야했던 그 많은 시간들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똑똑히 기억하는 대답. 읽는 순간부터 뇌리를 떠나지 않고 가슴 시린 눈물을 끝내 흘리게 만들었던 장면이었다. [우아한 연인]을 읽은 독자라면 어째서 내가 이 부분을 이렇게 사랑하는지, 왜 잠을 이룰 수 없었는지 이해할 것이다.

 

1966년 10월의 어느 밤, 중년의 끝자락에 이른 케이트와 밸 부부는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워커 에반스가 1930년대 말에 뉴욕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로 찍은 인물사진들을 처음으로 전시하는 자리. 밸과 함께 찬찬히 사진을 둘러보던 케이트는 그 안에서 예상치못한, 팅커 그레이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를 멈춰서게 한 두 장의 사진. 이미 3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단번에 기억 속에서 떠오른 그 남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녀를 휘어잡은 팅커의 사진은, 케이트를 다시 달콤했지만 불확실했던 과거로, 그 때의 우연한 만남들이 빚어낸 찬란하고 순수한 시대로 불러들인다.

 

재즈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1937년의 뉴욕. 서로를 사랑하는 친구 케이트와 이브는 젊고 능력있는 신사 팅커와 우연히 만나 맨해튼의 사교계에 발을 들인다. 멋진 음악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서로에게 이끌리는 세 사람. 만약 그 날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사고는 일어났고 이브가 얼굴과 다리를 다치게 되자, 팅커는 죄책감에 그녀의 인생을 책임지기로 결심한다. 조지 워싱턴의 '품위의 규칙'을 삶의 철칙으로 삼던 팅커의 결정으로 세 사람의 관계는 급변했다. 극장에서 누가 누구의 옆에 앉을지 결정하는 것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케이트와 팅커 두 사람만 만나 커피를 한 잔 했다는 것에 이브가 질투했던 소소하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날들. 그 날들을 뒤로 한 채 이제 그들은 결정하고 받아들이고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데뷔 소설이 아니라 열 번째 작품같다'는 찬사를 들었던 것으로 유명한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이 시대의 낭만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완벽한 표지와 판본으로 개정되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은 뒤 그의 데뷔작이 궁금했지만 절판되어 읽을 수 없었던 아쉬움을 이 개정판으로 달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 엄청난 찬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이 작품에 깊이 빠져버렸다. 서로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케이트와 이브, 팅커의 마음이 유치하고 치졸하지 않고 담백한 문체와 절제된 감정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실제 틀어놓지도 않은 음악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고, 케이트가 읽는 책들은 또 얼마나 인상적이었던가. 그녀가 무인도에 간다면 가지고 간다던 [월든]을, 팅커가 나중에 읽어보았다는 대목에서도 내 심장은 덜컹거렸다. 상대의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것. 어떤 매개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뉴욕에는 아직 가 본 적이 없고, 1930년대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는 더더욱 모르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시간, 그 장소로 우리를 데려간다. 우연한 만남이 빚은 사랑, 사고, 그 만남들에서 파생된 또다른 만남들. 전쟁의 비극과 대공황의 시련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젊은 그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만끽하며 음악과 문학을 자유롭게 즐기고 웃는다. 시대가 전하는 순수와 낭만. 아, 정말이지 나는 이 작품이 전달하는 이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마치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가슴 설렘. 아련한 향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사람.

 

에이모 토울스는 한 작품당 4년은 시간을 들인다고 했다. [모스크바의 신사]가 국내에 출간된 것은 2018년. [우아한 연인]은 데뷔작인만큼, 다음 작품을 읽으려면 2022년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때까지 [우아한 연인]과 [모스크바의 신사]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열심히 기다리련다. 이제는 에이모 토울스와 사랑에 빠질 시간. 부디 이 작가와의 우아한 밀회를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시기를. 올해 읽은 작품 중 TOP5 안에 들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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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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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얻게 된 권총 한 자루. 이 권총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하기 위해 현우, 태영, 중식이 태영의 자취방에서 뭉쳤다. 인생은 한방, 권총은 기회. 현우의 제안으로 농협의 현금수송차량을 털기로 결심한 세 사람은 자신들이 보기에는 완벽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계획을 짜고 이를 실행한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이어도 모자란 판에 이들이 벌인 탈취극은 점차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변하고, 결국 막다른 길에 몰린 세 사람은 '어위크'라 쓰여진 편의점으로 돌진, 알바생을 인질로 삼아 경찰과 대치한다. 요구사항을 경찰에게 전달한 후 알바생의 제안으로 시작된 신비롭고 미스터리하며 경쾌하기도 하고 오싹한 일곱 가지 이야기들. 이야기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여덟 명의 작가가 모여 '어위크'라는 편의점을 소재로 다양한 재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시대 궁궐 화재의 비밀을 캐는 검사 이준, 어느 킬러의 방음 제로 아파트 잡입기, 평행우주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또 다른 나를 만난 남자의 이야기, 박과장을 죽이기 위한 살인계획, 사람을 집어삼키는 구멍과 게임의 비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편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아비에 뛰어든 한 여자의 비극적인 이야기, CEO 리스크에 맞선 편의점 점주들의 분투기. 미스터리와 호러, 코미디와 드라마, SF가 고루 곁들여져 골라 읽는 재미가 있는 단편집이다.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골라 읽어도 좋지만 순서대로 처음부터 읽는 것도 좋겠다. 다음에 등장할 이야기는 과연 어떤 장르일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는 것도 멋진 일이니까.

 

읽기 전만 해도 과연 얼마나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줄 지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다. 일본문학에서 자주 보이는 기묘한 괴담집같다고 할까. 독서편식에 이런 저런 방면으로 부족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와 문체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안해질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우리나라의 장르소설도 좀 더 흥하기를. 이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골라골라 읽어봐야겠다.

 

그나저나 편의점 알바생의 정체는 뭐였을까. 이 책은 띠지도 독특해. 부디 띠지의 재미도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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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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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연수생 클라리스 스탈링. 존 크로포드 부장의 호출로 희대의 식인살인마인 한니발 렉터의 인터뷰를 맡게 된다. 그와의 대화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서. 아홉 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는 엽기적인 사건을 벌였던 한니발 렉터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다. 여성들을 납치, 살해하고 살가죽을 벗긴 후 유기하는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한니발과의 대화를 통해 스탈링은 자신의 과거, 자신 안의 어둠과 조우한다. 감옥 안에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 하는 한니발의 모습은 그가 희대의 살인마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와의 면담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얻은 스탈링. 그리고 납치된 또 한 명의 여성. 과연 그녀를 시간 안에 구출할 수 있을 것인가.

아주 오래 전 본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서늘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던 미소. 이리저리 대화를 이끌어가며 자신 앞에 앉은 스탈링을 '요리'하는 것처럼 보여 '뭐지, 스탈링이 양을 상징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그 때. 렉터가 저지른 살인과 그 후 인육을 먹는 행각은 엽기적이지만, 스탈링을 앞에 둔 그의 모습은 마치 그녀의 멘토를 자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소 위협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대화를 통해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려하고 스탈링이 간직한 상처, 어둠을 대면하게 만드는 렉터. 아이러니하게도 스탈링은 렉터와의 만남을 통해 혁혁한 공을 세우고 내면적인 성장까지 이루는 인물로 비춰진다. 여성이기에 받아야 했던 모멸과 차별, 영화와 마찬가지로 원작 안에서도 팽배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렉터는 그녀를 마치 애정하는 딸처럼 대할 뿐이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시종일관 궁금했는데 이 궁금증은 작품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시원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니발]과 [한니발 라이징]을 읽으면 알게 될 지.

작품이 출간된 지 벌써 30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스릴러다. 사건의 묘사와 행적이 잔인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렉터와 스탈링의 대화가 빚어내는 심리 묘사 또한 흥미롭다. FBI 내에서 약자로 나타나는 스탈링과 사회에서 약자이자 암적인 존재로 나타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 둘의 대조 또한 의미심장하다. 토머스 해리스의 신작 [카리 모라]도 출간되었던데, 사실 이 작품보다 출간 3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한니발 시리즈에 더 마음이 간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쩐지 매력있는 캐릭터인 한니발 렉터. 작품을 읽으니 영화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데, 일단 [한니발]과 [한니발 라이징]부터 정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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