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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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793년, 스톡홀름의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파트부렌 호수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맞은 시체가 발견된다. 사지와 두 눈, 이가 하나도 없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체. 제복만 입은 명목상의 방범관인 미켈 카르델은 이 시체를 호수에서 처음 건져낸 인연으로 치안총감 놀린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세실 빙에와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그들이 칼 요한으로 이름붙인 시신은 오랜 시간을 두고 사지가 절단되어왔으며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인간의 엄청난 악의와 잔인함이 숨어있음을 감지한다. 하지만 폐결핵으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빙에. 게다가 그에게 전권을 준 치안총감 놀린은 너무도 정의로워 권력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탓에 곧 그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해 있다. 야망에 찬 후임 치안총감이 오기 전까지, 그리고 자신의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빙에와 자신이 물속에서 건져 낸 칼 요한의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카르델.

 

-빙에 씨, 혹시 '호모 호미니 루푸스 에스트'라는 말의 의미를 아십니까?

-플라우투스가 포에니 전쟁에서 남긴 말이지요. '사람은 만인에게 늑대다'.

......

빙에 씨, 제가 어째서 당신을 도와야 합니까? 죽음을 눈 앞에 둔 제가 뭣 하러 두 늑대 중 더 힘센 쪽임을 증명한 살인범을 잡는 헛된 도전을 하겠습니까?......당신은 어떤 늑대입니까?착한 늑대입니까? 능숙한 사냥꾼입니까?......제가 냄새를 맡는 걸 도와드렸으니 이제 냄새를 좇아 숲으로 들어가 발자국을 찾으십시오. 당신의 표정이 바뀌는 걸 전 분명히 봤습니다. 절 속일 생각은 마시지요! 당신이야말로 진짜 늑대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당신이 늑대인 건 분명하지만, 만에 하나 제 짐작이 틀렸다 해도 당신은 조만간 완연한 늑대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늑대 무리와 함께 달리려면 늑대들의 법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송곳니가 생기고, 포식자의 눈빛을 띠겠지요. 피에 굶주린 본능을 거부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 주변에서 피 냄새가 악취처럼 피어오를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당신의 이가 피로 벌겋게 물들고 나면 당신도 내 말이 옳았단 걸 알게 될 겁니다.

p92-96

1700년대의 격변의 시대를 거치고 있는 스웨덴을 배경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선사하며 숨 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전개되어가는 [늑대의 왕].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대패하고 파산 위기에 처해진 나라 안에서 죽지 못해 삶을 이어가는 백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카르델은 전쟁에서 아끼는 친구를 잃었고, 죽음의 순간 왼팔을 잃었으며 여기저기에서 횡행하는 고된 삶의 모습을 외면하고자 술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호수에서 건져 올린 칼 요한은 카르델에게 과거의 악몽을 상기시키는 인물이자, 파도에 휩쓸려 죽은 친구를 놓치지 않고 무사히 뭍으로 데리고 올라온 것 같은 기분을 전해주었다. 결국 그 기분에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빙에에게도 사연이 있기는 마찬가지. 폐결핵에 걸린 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그 현장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아 스펜스 백작 집에서 방 하나를 빌려 살고 있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반을 두고 범죄자에게도 심문받을 권리를 주어 충분히 그 이야기를 듣고 죄를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한 빙에. 어쩌면 인생 마지막 사건일 수도 있는 수사에, 마지막 남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작품은 이들의 이야기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소제목은 1793년 가을로 시작해 여름, 봄, 겨울로 끝을 맺는데 순서가 엉켜 있어 처음에는 책이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했다. 하지만 1793년 가을에서 빙에와 카르델이 칼 요한을 발견하고 수사하기 시작한 것을 묘사했다면, 여름에서는 칼 요한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크리스토페르 브릭스의 회고록이 펼쳐지고, 봄에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을 대표하는 안나 스티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그리고 겨울에서는 마침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된다. 인상적인 인물들과 다양한 시각에서 묘사된 사건의 깊은 이야기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며 그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들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 인물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작품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여러모로 가슴 아픈 작품이다. 어쩌면 등장인물 중 그나마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한쪽 팔이 없는 미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각자의 사연이 기구하다. 빙에의 이야기도, 크리스토페르의 이야기도.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안데르스 페테르에게 겁탈당할 뻔 했음에도 오히려 매춘부로 몰려 교화소에 끌려가 죽음의 공포를 겪어야 했던 안나 스티나의 이야기는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얼마나 보잘것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비극성이 더해진다.

 

칼 요한의 시체는 그 묘사된 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어떻게 인간이 한 인간에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가. 범인 앞에서조차 빙에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범인이 어떻게 괴물이 되었고 왜 칼 요한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 당연히 연민이 느껴진다. 범인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도 마음이 아프고, 그의 보호자에게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가 칼 요한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일에 변명은 될 수 없다. 그리하여 빙에는 자신만의 정의를 실행한다. 그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길 방법으로. 그는 결국 한 무역상의 예언처럼 피에 굶주린 늑대의 왕이 되고 만 것인가!

 

작품이 전달하는 특유의 분위기, 주먹을 주로 쓰는 카르델과 예리하고 냉철한 분석력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빙에, 이 두 사람의 조합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하나의 구멍도 발견할 수 없는 치밀한 구성과 입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들까지. 어느 하나 비판할 거리가 없다. 이런 노련한 작품이 데뷔작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부디 빙에를 폐결핵으로 잃게 하지 마시기를. 18세기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벨만 누아르 삼부작' 중 첫 번째 책인 [늑대의 왕]을 시작으로, 2019년 출간된 후속작 [1794]또한 출간 즉시 여러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는데, 여기서도 이들을 볼 수 있으려나. 어서 [1794] 도 만나보고 싶다. 빨리!

 

참고로 작가의 이름이 무척 발음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나트 오크 다그'는 '밤과 낮'이라는 의미를 지닌 현존하는 스웨덴 최고의 귀족 가문으로, 이 성은 가문의 문장인 금색과 푸른색으로 위 아래가 나뉜 방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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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회화실록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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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7월, 태조의 즉위식 기사에서 시작하여 1910년 8월, 국권을 일본에게 넘긴다는 순종의 교서로 마칠 때까지 조선의 하루하루를 지켜보아온 [조선왕조실록]. 조선의 역사는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잘 아는 부분이면 신이 나지만, 또 세세하게 들어가면 복잡해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역사.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가장 가깝게 이어져 있는 조선이지만, 우리는 과연 그 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단순히 글로만 읽어왔던 조선의 역사를 이제는 그 때의 회화와 함께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조선회화실록]은 역사와 당대의 그림들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조선'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 바로 태조가 아닐까. <태조 어진>은 태조 재위 당시에 그려진 원본이 아니라 1872년 이모한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그림이 낡거나 상했다면 이를 이모하여 새것으로 모시는데 어진의 경우에는 <태조 어진> 외에도 후대에 이모된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화면 정중앙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태조. 용상은 금빛 용문으로 가득하고 앉은 자태만으로도 큰 키에 당당한 체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희로애락을 드러내놓지 않은 표정. 저자는 가볍지 않은 인물의 성품과 함께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지위를 보여주는 듯하다고 해설한다. 유능한 무장이었던 이성계. <태조 어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가 즉위할 당시의 상황, 중국 황제처럼 황색 곤룡포를 입지 않은 이유, 명과의 관계, 그 유명한 왕자의 난을 일으킨 세자 책봉 등의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다.

 

또 눈길을 끄는 그림 하나. 광해군 시절에 그려진 <파진대적도>이다. 명과 후금 사이에서 갈등에 휩싸인 조선의 현실. 결국 명의 원군으로 명과 후금의 전쟁에 끼어들지만 이 <파진대적도>를 통해 당시의 긴장과 상황을 더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그림은 [충렬록]의 삽화로 제작되었는데 각 열마다 다른 무기를 들고 적을 향해 선 조선군의 모습을 강조했다. [충렬록]은 김응하라는 장군의 장렬한 죽음에 대한 헌사인 까닭에 버드나무에 기대 선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보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쟁이 끝난 후 패전 수습과 공훈에 대한 포상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조선이, 명나라에 대해 의리와 충성을 다했음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해설한다. 그리고 역시 이어지는 광해군의 정치적 역량, 계축옥사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태조 어진>과 대척점에 있는 것은 어쩌면 <고종 어진>이 아닐까 싶다. 흥선대원군이 실각한 후 고종의 친정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 맺게 된 외국과의 통상조약, 일본과의 조일수호조규, 조미수호통상조약, 갑신정변 등은 나라가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을 지 짐작하게 한다. 그 이후의 상황이야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기에. 그런 배경 속에 그려진 <고종 어진> 속 고종은 군주다운 위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기분 탓일까. <고종 어진>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

 

뒤에 실린 -도판 목록-을 보면 한층 생생하게 그림들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그림이 만나는 지점에서 잘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사관과 화가의 붓이 포착한 500년 조선사의 명장면, 부디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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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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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Journey. 인도 뭄바이에서 이루어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제목이다. 저자는 기차역에서 만난 사람들을 작품에 참여시켜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을, 각자의 삶의 무게 속에서 허덕이는 인도 사람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역설적으로 들렸을지. 저자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버리고 싶거나 타인에게 주고 싶은 물건 하나를 가져오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이름과 함께 이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먼 곳에서 왔는지를 적어주십시오'라고 요청하며 기차역에서 익명의 여행자들을 참여자이자 조력자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그들 삶의 일부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공동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기꺼이 자신의 일부를 제공했을까. 누군가는 토끼 발을, 누군가는 간단한 이력이 적힌 기차표를,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물건을 건네주고 사라지지만 누군가는 며칠을 오가며 지켜보다가 귀한 무언가를 집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쓸 데 없는 물건이 대부분일 것이라 예상한 저자와 큐레이터에게, 누군가는 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었던 분홍색 양말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20년간 팔에서 끼고 다니던 팔찌를 빼서 주기도 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진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울랄라, 당장 첫장부터 독특하다. 사진작가가 피사체를 정해두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이 과정에 동참시킨다. 작가는 이미지가 아닌 실재의 과정을 불러들인 것은 그것을 감지하는 지각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가 손으로 느끼고 만질 수 있는 실재. 공공장소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을 작품에 참여시키는 불안정하고 도전적인 일을 통해 작가가 얻고자 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자신의 물건을 전달한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가 행한 도전이, 사람들이 건넨 물건들이, 뜻하지 않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페인의 섬마을 안드라치의 중심가에서는 주민들에게 100개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타인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들, 하지만 할 수 없었던 질문들'을. 그리고 그 질문의 형식은 반드시 '애' 혹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고통의 무게>라는 제목을 가진 챕터에서는 스페인 북부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고통의 무게만큼의 돌을 모아 보자기에 담아주십시오'라는 요청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과 출생지, 생년월일이 적힌 보자기에 돌을 담아 가져왔다고 한다. 왜 그는 고통받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까? 빌바오의 일간지 <베리아>기자에게 받은 이 질문에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스스로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 물음과 같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1000개의 이름들>은 암스테르담에서 이루어진 퍼포먼스-설치 작업으로, 시민들이 빈 공간을 채워 작업을 완성시키는 주체로 참여하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슬렁슬렁 넘겨나가던 페이지가 점차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괴상해보이기만 하는 작업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퍼포먼스들에 점점 빨려들어갔다. 사진에서는 피사체가 그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피사체조차도 작가의 의도 아래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 작품에 실린 퍼포먼스들은, 물론 작가와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지만 그 안에서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었다. 어째서인지 그 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소통과 교감을 강조한 작가의 퍼포먼스 앞에서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실제로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현장감, '당신은 지금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 앞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라는 말이 전하는 내적 교감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작가가 던지는 하나하나의 질문 앞에서 마치 내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보다 훌륭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고 싶은 사람들, 마음이 혼란으로 가득차 괴로운 사람들이 읽는다면 차분하게 안정시켜줄만한 책인 듯하다. 읽을 수록 커지는 매력.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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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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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바탕 표지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강아지 한 마리.

이 강아지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요?

페르는 집도 없이 혼자 떠도는 개입니다.

가진 거라곤 목에 두른 빨간 스카프 뿐이에요.

새카만 털은 비에 흠뻑 젖었고, 발밑도 축축한 풀 때문에 차가웠죠.

무엇보다 페르의 마음을 외롭게 하는 것은 자신이 혼자라는 것.

편안하게 몸을 뉘이고 쉴 데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페르의 눈 앞에 팔랑팔랑 춤을 추며 물에 내려앉는 나뭇잎이 보입니다.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따라가보는 페르.

냇물이 밀려왔다 가면서 나뭇잎을 데려가버리고

페르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페르의 발밑은 어느새 콘크리트 바닥으로 바뀌었죠.

탁,탁,탁,탁 소리가 났어요.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페르도 머물 곳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온종일 돌아다녀도 쉽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계속 페르를 쫓아내기 위해 소리쳤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먹을 것을 찾아 식당으로 들어가 난동을 부리게 된 페르.

그건 정말이지 고의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놀란 사람들이 페르에게 소리쳤고

무서워진 페르는 더 크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겁에 질려 도망치고 만 페르.

정신없이 달린 페르는 한 공원에 도착했어요.

잔뜩 웅크린 페르 앞에 나타난 한 소녀!

 

그 아이가 페르에게 빨간 스카프를 내밀며 다정하게 이야기합니다.

'이거, 네 거지?'

 

과연 이 소녀와 페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앞으로 페르는 이 소녀와 함께 하게 될까요?

그토록 원하던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페르의 눈에 비친 도시는 차갑기만 합니다.

아무도 페르를 신경쓰지 않고 자기 볼 일 보느라 발걸음들을 재촉하죠.

하지만 그림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 소녀는 항상 페르를 지켜보고 있었네요!

페이지마다 이 소녀를 발견했을 때의 가슴 벅참이란!

 

소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었을 때 페르의 심장도 이렇게 뛰었겠죠?

페르에게 소녀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지만

분명 소녀에게 페르도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었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

이 겨울을 따스하게 비춰주는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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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 명문대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 프로젝트가 밝힌 성공의 8가지 공식
로널드 F. 퍼거슨.타샤 로버트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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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곰돌군들이 하버드라. 그래, 아이들이 원한다면 가도 좋겠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편향되지 않은 사고의 시간을 얻을 기회. 단, 아이들이 원해야 한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고보니 하버드로부터 이미 러브콜을 받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사실 나는 공부, 학습에 대해 곰돌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 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미 대학을 나온 것만으로는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루기란 어려운 시대, 공부가 전부가 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현장에서 공부에 치인 아이들의 내면이 어떻게 피폐해져가는 지 듣기도 보기도 했기 때문에, 학습에 있어서의 부모 역할이란 무엇인가 너무나 고민스럽다. 또또 게다가. 아이가 병에 걸려 근심걱정으로 밤잠을 못 이루는 엄마도 간접적으로 지켜본지라 그저 건강하고 튼튼하고 행복하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바뜨.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과연 무엇이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잘 맞을 지 앞으로 잘 생각하고 가족 간의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를 읽은 이유는 '우리 곰돌이들을 반드시 하버드에 보내고 말겠어!'라고 다짐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 교육에 정답은 없지만 공식은 있다-는 문구에 과연 그 공식이 뭘까 궁금하기도 했고, 자식들을 하버드에 진학시킨 부모의 가정교육은 어땠을 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 외곽에서 태어나 열네 살이라는 나이에 <타임>지에서 선정한 아프리카의 미래 지도자 25인에 꼽힌 산구 델레. 그는 최고 우등생의 영예를 안으며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까지 모두 하버드대학교에서 이수했다. 줄리아드 음대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전 음악감독인 앨런 길버트와 카네기 홀에 오른 메기 영, 농장집에서 자라며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묘목 세는 일을 하면서 산술능력과 끈기를 키웠고 아홉 살 때는 근면한 성격과 우수한 성적으로 주의회 의사당에서 사환으로 선발되어 일찍이 정계 진입의 기회를 가졌던 것을 발판으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주 선출직 관리가 된 라이언 퀄스. 이 세 사람의 성공의 근원은 부모의 양육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하버드 학생들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버드대 로널드 퍼거슨 교수와 언론인 타샤 로버트슨은 이 질문에 체계적으로 답하기 위해 15년간 하버드생들을 비롯해 큰 성공을 거둔 수백 명의 사람들의 성장 과정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부모로서 자녀의 성공을 돕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놀라운 점은 이 성공의 공식이 부모의 학력이나 지위, 경제적 능력과는 무관하며 부모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와 로버트슨은 이 하버드 프로젝트가 찾아낸 전략적 교육을 ‘양육 공식(The Formula)’이라 부르며, 이 책을 통해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부모의 8가지 결정적 역할을 알려준다. 조기학습 파트너, 항공기관사, 해결사, 계시자, 철학자, 롤 모델, 협상가, GPS 등 수많은 실제 사례와 검증된 학습이론, 뇌 과학과 아동발달 등 최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밝혀낸 이 양육 공식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분석적이고 전략적인 해답을 알려준다. 또한 자녀를 잘 키우는 전략가가 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 중 무엇보다 당연한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자녀의 성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그렇게 알아낸 성향에 따라 교육방식을 조정한다. 또 부모의 비전과 그 비전을 떠받쳐줄 강렬한 동기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녀를 하버드에 보낸 부모들의 특징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읽기와 기본적인 산술을 이미 익히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부모마다 의견에 격차가 있는데, 어떤 부모는 어차피 익힐 거 한글도 최대한 빨리, 셈하기 등의 산술도 최대한 빨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경우에는 최대한 늦게라고 할까. 한글을 일찍 깨우치면 그림책을 볼 때 그림이 아니라 글자에만 집중해 아이의 상상력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한글이나 간단한 셈하기 등은 자연히 해결될 문제이므로 안달복달 하며 괜히 아이를 잡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글 중에서 역할놀이와 글짓기(어려운 수준이 아닌 아이들이 놀면서 하는 말짓기?) 등은 나도 흥미롭게 생각하던 부분이라 더 관심있게 읽었다.

 

처음부터 끌까지 유용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연령별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다양한 학생과 그 부모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계기로 자신의 교육관은 무엇인지, 지금 아이의 학습 상황은 어떠한지, 학습이 개입한 후 아이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등 현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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