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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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녹턴! 작가의 손끝에서 어떤 색깔의 음율로 되살아날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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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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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맨사, 일명 샘. 남자친구 마크와 헤어진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홀리 마이클스를 살해한 죄로 복역하고 있는 데니스 댄슨 뿐이다. 살인죄로 18년동안 감옥에 갇혀 있는 데니스의 다큐멘터리를 처음 본 이후, 샘은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 그와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훑었고 새로운 증거와 관련된 진술을 법정 조사에 채택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데니스에게 애정 어린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데니스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을 받은 샘은 편지 속 그의 모습에 매료되며 점점 그를 사랑한다 생각했고, 결국 데니스를 만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미국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그려왔던 데니스와의 첫만남. 현실과 꿈결 사이를 오가는, 조금은 몽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만남은 상상했던 것처럼 로맨틱하지는 않았지만 샘과 데니스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고 생각했다). 잠시 흔들리는 샘을 붙잡는 데니스의 청혼. 샘의 엄마는 그녀를 걱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충고하지만, 엄마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샘은 엄마의 조언을 무시한 채 교도소에서 데니스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홀리 사건의 진범이 나타나며 석방된 데니스.

 

지난 세월을 보상받듯 그에게 언론의 서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출판,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그의 사연을 담은 창작물을 만들자는 제의가 쏟아진다. 오랜 세월 세상과 동떨어져 지낸 데니스를 보살피며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샘이지만, 어째서인지 데니스는 감옥에 있을 때만큼 그녀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그녀의 손짓, 키스, 잠자리를 거부하는 데니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데니스의 아버지가 자살로 사망하게 되고, 그들은 데니스가 태어나 성장한 집을 청소하고 단장하여 그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왜?!!! 게다가 이 남자, 어딘가 수상하다! 고교 동창인 린지와의 기분 나쁜 끈끈한 관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언행, 여전히 그녀에게 닿지 않으려 하는 데니스.

 

소설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 여자가 과연 제정신인가-싶었다. 아무리 누명을 썼다 믿는다 해도 어떻게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애정어린 편지를 보내고, 직장마저 그만둔 후 직접 만나러 갈 수 있는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범죄자들에게 사랑 편지를 보내고 그들 중 하나와 결혼까지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글자로나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있으려니 기가 막혔다. 그래도 그녀의 머리 한 구석 제대로 판단하는 기능이 조금은 남아있었나보다. 데니스를 만나러 가는 첫날부터 불안감을 느끼는 샘.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옳은 일인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으로 그를 만났다. 그 이후로 죽 이어지는 원인모를 불안감과 데니스를 향한 의심. 그런데 왜 그는 그녀에게 닿는 것을 어색해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스릴러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추미스 세계에서 엄청 깜짝 놀랄만한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데니스와 샘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긴장감, 무언가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전개되는 불안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부분은 있다. 이것이 바로 심리 스릴러의 매력이라고 할까. 사건들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중반 부분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긴장이 고조되는 마지막 부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 그래도 여전히 결말 부분의 모호함은 잘 이해가 안됨. 그래서 그 사람은 결국 그랬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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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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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달라는 마음 속 외침을 들을 수 있다면]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기욤 뮈소 시리즈의 세 번째 책 [구해줘] . 첫 작품 [스키다마링크], 질 보르도 감독, 존 말코비치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두 번째 소설 [그 후에]의 뒤를 이었던 기욤 뮈소의 세 번째 작품이다. 무려 85주 동안이나 연속으로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작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소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읽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천사의 부름]처럼 두 남녀가 등장해서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는 사건사고가 발행하는 데다 미스터리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된다는 기본적인 구조의 이야기.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미국에 온 프랑스 아가씨 줄리에트 보몽. 감성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언젠가 유명한 배우가 되고 말 거라며 미국에 왔지만 현실 속 그녀는 카페 종업원일 뿐이다. 줄리에트에게 돌아오는 배역은 그녀가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먼 단역들 뿐. 게다가 프랑스 본가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인지라 그녀가 스스로 벌어 생활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결국 자신의 꿈을 버리고 프랑스로 돌아가 현실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한 줄리에트. 자신과는 달리 메이저 법률회사에 당당히 취직한 룸메이트 콜린이 헤어짐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은 채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버리자, 배신감과 외로움으로 예정에 없던 외출을 감행한다. 익숙하지 않은 밤의 풍경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줄리에트는 순간 차에 치일 뻔하고, 차의 주인인 샘 갤러웨이와 만나게 된다.

 

빈민가 출신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으나 열심히 공부한 덕에 의사가 된 샘. 그는 같은 거리 출신인 친구 페데리카와 결혼했었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아내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 일로 큰 절망을 느끼고 다른 여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샘은, 평소에는 가지 않던 길을 이용해 퇴근하다가 사고가 날 뻔하고 줄리에트에게 사과할 겸 저녁을 함께한다.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는 두 사람. 줄리에트는 자신이 변호사라고, 샘은 아내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애써 감정을 부인하지만 결국 줄리에트가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애틋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극복하지 못한 오해로 줄리에트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그녀가 떠난 후 얼마되지 않아 그 비행기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샘. 당연히 줄리에트가 죽었을 거라 생각한 그 앞에 그레이스 코스텔로라는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 줄리에트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남긴다.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인 소설이다.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 계속 암시되고 있는 샘의 비밀, 그레이스 코스텔로의 비밀스러운 정체, 그레이스의 딸 조디를 구하기 위한 액션 등등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여 기욤 뮈소만의 특별한 세계가 만들어졌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샘과 줄리에트의 급격한 감정변화에 다소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이 예뻐보여 흐뭇하게 읽었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가 얽혀 있으니 더욱 흥미진진! 누군가를 만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구원받는다 여겼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이야기도 좋았지만 그레이스와 그녀의 동료이자 고백하지 못한 사랑 마크의 이야기도 아련하게 가슴을 적셔온다. 그런데 어떻게 만난 지 일주일만에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걸까?!!

 

기욤 뮈소의 작품을 세 편 정도 읽고나니 그의 작품의 특징이 보이는 듯 하다. 다소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재미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문장에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장면이 무엇일지,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갈 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결말이 늘 해피했다는 것. 읽고나면 꼭 크리스마스나 축제를 함께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가슴이 설레고 즐겁다.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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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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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분노를 일으키는 최악 of 최악의 인물들]

 

 

빌려 살고 있는 다케나카 가에서 자그마한 탐정 사무소를 열고 업무를 보는 스기무라 사부로. 그는 한때 대기업 회장의 사위였지만 아내의 배신으로 이혼, 딸인 모모코는 아내가 맡아 키우고 있다. 소박하지만 지혜로운 그에게 어느 날 들어온 의뢰 하나. 자살 미수로 입원한 딸과 한달 째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모자라 사위는 딸의 자살 시도 이유가 장모인 자신에게 있다며 절대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 하물며 문자와 통화도 두절된 상황. 의뢰인의 딸인 사사 유비가 입원해있다는 클리닉에 찾아가봤지만 스기무라 역시 면회를 거절당한다. 사사 유비의 남동생과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통해 사사 유비의 남편인 사사 도모키는 표면적으로는 좋은 남자지만 여성을 깔보는 태도와 선배의 말이라면 거역하지 못하는 성향의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 스기무라. 불안한 마음으로 사사 유비의 행적을 쫓던 그는, 사사 도모키가 소속된 운동 클럽의 회원인 다마키 고지의 아내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마키 부인의 죽음이 사사 유비의 행방불명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p144

책을 읽다가 가슴에서 천불이 났다. 오랜만에 현실 분노가 극에 달할만큼 <절대 영도>에 등장하는 범인들은 비열하고 비겁하고 더럽고 치사하고 인간 말종 중의 말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글로 써서 이 정도에 평소 욕을 잘 하지 않는 나지만 <절대 영도>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과 마주한 순간, 이 범인들이 허구의 인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여자인 주제에-라는 말을 쓰는 남자를 나는 만나본 적도 없고 설령 만났다면 엉덩이를 뻥 걷어차주었을텐데 이눔의 사사 유비는 '그런 점만 빼면 좋은 남자에요'라고 끝까지 우기는 모습을 보니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뺨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지경이다. 대체 이놈들은 여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저 성적인 도구로만 생각한 나머지 한 가정을 파탄내고 한 여성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그들은 대체 '남자인 주제에' 뭐 그리 잘난 일을 하셨을까. 차마 여기에는 쓰지 못할 말이 가슴에 차올라서 답답하고 구역질이 났다. 그 끝에 찾아온 것은 그저 슬픔.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나라면 차라리 그놈들을 내 손으로 지옥으로 보내버렸을 거다. 그러니 당연히 그 남자의 선택에 그 어떤 비난도 할 생각이 없다.

 

<절대 영도>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나 커서 두 번째 단편인 <화촉>과 세 번째 단편인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조금 텀을 두고 읽어야 했다. <화촉>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가볍게 읽어넘길 수 있었지만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의 등장인물도 속 터지게 하기는 마찬가지. 가족이 저지른 일로 자신의 '과거'가 뒤덮여버리고, '미래'마저 결정되어버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절대 영도>나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와 같은 사건의 의뢰만 들어온다면 나는 탐정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건들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지켜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의뢰인이 몰고 온 어둠에 같이 잠식당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사건 속에서 스기무라 사부로가 서 있는 자리만 공기가 다르다. 그가 존재하고 있는 곳은 청정지대, 혹은 회색지대. 사건에 휘말려 눈물을 쏟고 마음 아파하지만 결코 어둠과 손을 잡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샘솟게 하는 남자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스기무라 사부로의 행복한 탐정 시리즈. 이제 초보의 단계를 가까스로 벗어난 사람이지만 그가 가진 혜안과 따뜻한 마음으로 구원받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후속편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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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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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엘러리 퀸 콜렉션의 두 번째 책은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그의 명성에 대해서는 앞서 읽은 [로마 모자 미스터리] 리뷰에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으니 이번에는 생략. 궁금하신 분은 [로마 모자 미스터리] 의 리뷰를 읽어봐주십셔! 우야둥둥 이 엘러리 퀸 시리즈에는 중간합류인지라 앞서 달리고 계신 분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지런히 읽고 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무척 재미납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머리에 와서 콕콕 박히는 기분이랄까.

 

이번 사건은 뉴욕 중심가에 위치한 프렌치 백화점에서 벌어진다. 사장 사이러스 프렌치와 임원들이 중요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백화점 위층에 자리한 프렌치의 개인 아파트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그 때. 19XX 5월 24일 정각 12시, 1층 전시실, 직원이 전시 중인 벽침대를 내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버튼을 누른 순간 침대와 함께 시체 한 구가 굴러 떨어진다. 시신의 신원은 사이러스 프렌치의 두 번째 부인인 위니프레드. 게다가 그녀가 재혼하면서 데리고 온 딸 버니스도 행방불명인 상태다. 마침내 이 곳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등장한 퀸 경감과 그의 아들 엘러리 퀸! 위니프레드가 전날 밤 백화점을 찾아왔다는 증언에 의거, 그녀가 소지한 아파트 열쇠가 사라졌다는 사실,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발견된 립스틱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점 등에 착안한 엘러리는 마침 프렌치 사장 밑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위버와 함께 사장의 아파트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주변인물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엘러리의 눈에는 쏙쏙 들어오는 단서들.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단서들의 퍼즐을 맞춰나가며 결국 사건 뒤 숨어있는 진실과 범인을 찾아내고야 만다.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구역질 날 것 같은 엽기적인 묘사가 등장하는 책만 아니라면 즐겨읽는 나는, <엘러리 퀸 시리즈>를 통해 신세계를 발견한 듯 하다. 내가 이렇게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했었나, 혹시 원래 내 취향은 이쪽인 건가 싶을 정도로 졸린 눈을 부벼가며 아주 열심히 읽었다.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날카로운 시각과 굳건한 논리로 무장한 엘러리의 사건 수사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눈 앞에서 한 편의 연극이 상영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명 한명의 등장인물이 나타나 주어진 대사를 사용해 독자(=관객)에게 힌트를 주며 '범인 잡아봐라~'하는 것 같은 느낌. 아무리 열심히 따라 읽어도 도무지 범인이 모르겠는 나에게 엘러리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답답하면서도 그것은 그것대로 또 매력이라! 엘러리가 차분차분, 조근조근 들려주는 사건의 진상을 듣고 있노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충만함까지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소거법을 사용하여 범인을 색출해내는데 읽고 있는 나까지 심장이 쫄깃할 지경. 범인은 얼마나 다리가 벌벌 떨렸을까.

 

독특한 인물소개와 제목들의 재치도 여전하고, 줄과 줄 사이가 촘촘하여 피곤할 때 읽으면 글자들이 겹쳐보이는 점도 똑같다. 다만 이번 작품 중 등장인물 소개에 버니스에 관한 것이 딱 한 줄, '불행한 아이'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스포가 될 것 같아 더는 언급하기가 무섭고, 또 모든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지만, 확실히 그녀는 불행했다.

 

이렇게 꽉 짜인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오랜만이라 <엘러리 퀸 시리즈>를 읽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아직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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