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맨사, 일명 샘. 남자친구 마크와 헤어진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홀리 마이클스를 살해한 죄로 복역하고 있는 데니스 댄슨 뿐이다. 살인죄로 18년동안 감옥에 갇혀 있는 데니스의 다큐멘터리를 처음 본 이후, 샘은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온라인 모임에 가입해 그와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훑었고 새로운 증거와 관련된 진술을 법정 조사에 채택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데니스에게 애정 어린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데니스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을 받은 샘은 편지 속 그의 모습에 매료되며 점점 그를 사랑한다 생각했고, 결국 데니스를 만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미국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그려왔던 데니스와의 첫만남. 현실과 꿈결 사이를 오가는, 조금은 몽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만남은 상상했던 것처럼 로맨틱하지는 않았지만 샘과 데니스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고 생각했다). 잠시 흔들리는 샘을 붙잡는 데니스의 청혼. 샘의 엄마는 그녀를 걱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충고하지만, 엄마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샘은 엄마의 조언을 무시한 채 교도소에서 데니스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홀리 사건의 진범이 나타나며 석방된 데니스.
지난 세월을 보상받듯 그에게 언론의 서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출판,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그의 사연을 담은 창작물을 만들자는 제의가 쏟아진다. 오랜 세월 세상과 동떨어져 지낸 데니스를 보살피며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샘이지만, 어째서인지 데니스는 감옥에 있을 때만큼 그녀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그녀의 손짓, 키스, 잠자리를 거부하는 데니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데니스의 아버지가 자살로 사망하게 되고, 그들은 데니스가 태어나 성장한 집을 청소하고 단장하여 그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왜?!!! 게다가 이 남자, 어딘가 수상하다! 고교 동창인 린지와의 기분 나쁜 끈끈한 관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언행, 여전히 그녀에게 닿지 않으려 하는 데니스.
소설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 여자가 과연 제정신인가-싶었다. 아무리 누명을 썼다 믿는다 해도 어떻게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애정어린 편지를 보내고, 직장마저 그만둔 후 직접 만나러 갈 수 있는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범죄자들에게 사랑 편지를 보내고 그들 중 하나와 결혼까지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글자로나마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있으려니 기가 막혔다. 그래도 그녀의 머리 한 구석 제대로 판단하는 기능이 조금은 남아있었나보다. 데니스를 만나러 가는 첫날부터 불안감을 느끼는 샘.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옳은 일인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으로 그를 만났다. 그 이후로 죽 이어지는 원인모를 불안감과 데니스를 향한 의심. 그런데 왜 그는 그녀에게 닿는 것을 어색해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스릴러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추미스 세계에서 엄청 깜짝 놀랄만한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데니스와 샘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긴장감, 무언가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전개되는 불안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부분은 있다. 이것이 바로 심리 스릴러의 매력이라고 할까. 사건들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중반 부분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긴장이 고조되는 마지막 부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 그래도 여전히 결말 부분의 모호함은 잘 이해가 안됨. 그래서 그 사람은 결국 그랬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