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5 - 듄의 이단자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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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커다란 유대를 맺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라키스에 있는 우리 성의 호의와 그곳에 있는 우리 지휘관의 도움을 제공하겠습니다.
p 310

베네 게세리트와 틀레이랙스의 위험해보이는 동맹. 양측 모두 명예의 어머니를 적으로 간주하는 듯 하다. 심지어 베네 게세리트는 그들을 '매춘부'라고 부르는데, 루실라 같은 각인사를 만들어낸 것은 명예의 어머니들을 경계하기 위함일까. 속내를 감추고 진행되는 동맹. 긴장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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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아밀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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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로드킬>을 읽으면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가 떠올랐다.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받고, 교육받고, 생태계에 내보내기 전에 적응 훈련을 거쳐야 하는 인종. 그들의 이름은 '인간 여자'였다. 보호소의 소녀들은 [나를 보내지 마]의 학교에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을 연상시켰으며, 그 곳에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다른 점을 꼽으라면 이들은 진짜 여자라는 것, 진화하면 월경과 임신과 출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분명 더 나은 삶을 위해(누가 그리 정했을까) 관리되고 있는 생활일텐데, 그들은 탈출을 꿈꾼다. 세상에 나가면 죽을 수도 있었다. 로드킬 당한 동물들처럼. 그럼에도 길을 나선다. 그 길을 건너면,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어쩐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라비>로 이어졌다. 주술사의 하나뿐인 손녀로 태어나, 이미 결정되어 있는 삶을 살게 된 라비. 예전 같았으면 명예로웠을 주술사의 삶은 그러나 이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런 라비를 '탐구'하기 위해 학자들이 왔다. 그리고 라비는 그들을 통해 달라질 수도 있는 자신의 삶의 한켠을 엿본다. 라비 또한 <로드킬>의 소녀들처럼 지금 삶에서 탈출하고 싶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라비의 인생은 <로드킬>처럼 환상적이지 못하다.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자들이 으레 맞이했을 그런 현실, 그런 비극. 

 

<로드킬>을 비롯해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로드킬]에서는 <오세요, 알프스 대공원으로>를 제외하고 모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때로는 환상적으로, 때로는 오싹한 스릴러 스타일로, 그리고 비극적인 설화의 형식을 빌려 전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에서는 하나같이 '행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들을 억누르는 것은 환경, 상황, 남편, 자신을 폭행하고 죽음의 위기로 몰았던 누군가, 그리고 전통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여성들의 목표는 결과론적인 '행복'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 그들의 시도는 성공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기도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 몸부림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서글퍼졌다.


무사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은 아내를 곁에 두기 위해서일 뿐이다. 재산도 잃고 아들도 잃었는데 아내마저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p 281

 

모든 것은 작품 속 여성들 외, 타인의 이기심 때문이다. 누구도 그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는다. 심지어 여성들의 미래를 자신들이 결정하기까지 한다. 성공과 실패도, 기쁨과 슬픔도 타인이 결정해줄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므로. 해피엔딩이라면 좋겠지만,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이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리가 그저 닫힌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게 가만 놓아달라. 그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어느새 작품 속 여성들은 우리가 되고, 우리가 그녀들이 된다.

 

이 작품집이 품고 있는 씨앗이 흥미롭다. 라비가 꽃과 열매를 맺었듯이, 아밀이라는 작가가 어떤 과정을 밟아나가 자신만의 무언가를 터뜨릴지 궁금해졌다. 펜이라는 칼로 무엇을 베고, 펜이라는 도구로 어떤 문을 열어나갈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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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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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힌 듯, 금방이라도 끅끅거리는 울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다. 마치 깊고 깊은 늪에 빠진 듯 끈적거리는 무언가에 온몸이 뒤덮여서 헤어나오려 해도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듯한 느낌. 어쩌면 그것은 '말(言)'이었다. 아불루의 예언이 네 명의 소년들 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옭아매어 그것에 묶어버렸다. 언제 어디서나 말이 나를 따라다닌다.


이케나, 너는 붉은 강에서 헤엄칠 것이나 다시는 그 강물에서 떠오르지 못할 것이다. 네 생명은......


p 112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한 부재 속에서 소년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평소대로였다면 잊지 않고 걸레로 훔쳤을 책장도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금지된 강 오미알라에서 낚시를 시작한 후 자신들을 '어부들'이라 부르며 즐거워한다. 비록 얼마 후 들켜 아버지로부터 엄한 매질을 당하지만, 평범하고 소박했던 소년들의 생활에 균열을 일으킨 것은 광인 아 불루였다. 사고로 인해 미치광이가 된 자, 어떤 이유에서인지 타인의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게 된 자. 그가 이켄나를 향해 말한다. '너는 어부의 손에 죽을 것이다'라고.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이켄나는 그 '어부'란 다름아닌 동생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점차 가족과 거리를 둔다. 언행은 거칠어지고 신경은 예민해져 작은 일에도 화를 냈으며 그 누구도 자신의 곁에 오지 못하게 했다. 마치 성경 속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상황 속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여기에서 일의 앞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일어날 일이었기 때문에 아불루가 예언을 하게 된 것인지, 말의 주술적인 힘에 이끌려 운명이 뒤틀려버린 것인지. 가슴 아프다는 말조차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비극 앞에서, 형들을 지붕처럼 여기고 살았던 벤의 허무함과 절망이 짙어져간다.

 

나이지리아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만큼 배경 묘사가 뛰어나다. 1990년대의 안정되지 않은 정치적 상황, 그로 인해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불안한 생활, 가난과 질병.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매달릴 것은 종교와 미신 뿐이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이켄나는 아불루의 말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그러나 아불루는 말했다. '이케나'라고. '이켄나'가 아닌, '이케나'라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소년의 섬세한 감성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은 두려움과 공포는 어쩌면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지.

 

시적인 언어 속에서 피어난 비극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못하겠는 이유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는 아버지와, 떠나갔던 누군가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죄책감이든 뭐든, 묶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이번에 그들을 묶는 것은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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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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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무원이라도 빈둥빈둥 시키는 일만 하면서 월급 받아 먹는 인간들과는 사정이 달라. 직함, 두뇌, 성격 죄다 상관없어. 검거한 범인의 수로 평가받는 게 형사다. 범인을 잡을 수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아.
p70

이누카이 멋있다!! 이렇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임무에 뛰어드는 남자라니!! 이상하게 아스카가 계속 얄미운데, 그녀도 이 말에는 찍 소리 못하는 것이 유쾌!!

부디 능력을 한껏 발휘해서 이 범인을 꼭 잡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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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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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안타까운 마음 한가득이다. 결과론적이누이야기이기는 하나,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자체적인 물리력도 없고, 대중적인 지지도 미약했는데 무엇을 보고 개화만이 살 길이라 단정해버린 것일까.

나라는 준비되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신문물에 눈을 떠 마음이 급해진 사람들. 차분히 생각해보면 분명 다른 길도 있었을 것 같은데, 우리 역사는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

 

그나저나 친일파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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