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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잊혀진 여걸 강빈 이야기
김용상 지음 / 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소설[소현]을 재미있게 읽었다. 문장에 작가의 감정이 깊게 섞여 마치 작가 자신이 소현인 양 쓰여져 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생애를 생각해 볼 때 이런 문장도 가끔은 괜찮다 싶었다. 많은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차마 이루지 못하고 가슴 속에 품어둔 채 눈을 감았던 소현. 짧은 지식으로만 대하던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이미 늦었으나 잠시라도 그를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현과 함께 관심을 갖게 된 인물이 바로 그의 아내, 강빈이다. 남편이 죽은 뒤 얼마 후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한 그녀. 그녀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소현과 함께 보낸 8년이란 시간 속에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 지 궁금했다. 

강빈이 실제 어떠한 인물이었는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는 없으나 이 책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은 '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자호란 때 포로로 끌려온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은 물론, 더 이상 대 줄 식량이 없으니 직접 농사를 지으라는 청의 요구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청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물건을 구해주면서 거상의 모습을 내비치기도 하고, 언젠가 귀국하면 새 시대를 만들리라 결심하며 포부를 가지기도 하며, 자식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에 마음 아파하는 한 많은 어미이기도 했다. 
 
소현과 강빈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다면 인조는 참 못났구나 싶은 감정이 드는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물론 인조라고 해서 임금으로서의 고뇌와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세자는 자신의 아들이고 강빈은 며느리가 아니던가. 역사 속에서 권력 다툼으로 인해 많은 목숨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으나 전쟁을 겪고 인질로 끌려간 아들 내외와 손자들에게 어찌 그리 비정할 수 있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조는 과연 책에 그려진 것처럼 무능한 왕이었을까. 간사한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아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까 전전긍긍한 못난 아비였을까. 나로서는 그에게도 무슨 생각이 있었기를,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여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에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무자비할 수밖에 없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소현과 강빈의 세월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이렇듯 안타까운 강빈의 일생이지만 책 자체에 몰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현]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힘들었다면, [별궁의 노래]는 생각지도 못하게 무덤덤하다. 강빈이 청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도 했으며, 세자와의 사이에는 아이가 몇 있었고-식의 나열 정도라고 할까.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 대해 세세하게 밝힌 것도 몰입을 방해한 요인이라 하겠다. 강빈과 세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들의 생에 대해 약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책 자체가 주는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아 아쉬웠다. 

소현세자와 강빈의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밝혀진 자료는 많지 않다 한다. 세자의 죽음이 정말 병으로 인한 것이었는지, 독살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심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서술방식과 문장, 감정표현에 있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소현]과 [별궁의 노래]를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그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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