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이야기한다. 연애는 시작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그 시간이 제일 좋은 때라고. 만나기 전의 설레임, 손만 잡아도 터질 듯 두근거리는 가슴, 생각만해도 구름 위로 가볍게 안착해버릴 수 있는 몽롱함까지. 하지만 그 좋은 때는 아쉽게도 얼마 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해지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그것을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인지라. 애인이 있음에도, 그리고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되뇌이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찾아 눈을 돌리게 될 수도 있...지 않다!! 주인공 안토니아가 걱정하는 것 또한 그런 성질의 것이었다. 권태기를 맞이한 커플의 위기로 애인 루카스가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날까 두려워하는 가엾은 안토니아. 루카스가 전애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서 질투의 불길을 활활 태우면서도 자신이 속좁은 여자로 비쳐질까 전전긍긍한다. 루카스가 질리면 안되니까. 사랑한다는 문자 대신 식빵 한 봉지 사오라는 문자만 달랑 보내는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언젠가 이 권태기도 끝날 것이라 믿는 안토니아. 그런 그녀에게 루카스의 전 애인 자비네의 관계는 너무나 큰 위기다. 내 눈에 루카스는 지상 최대 둔남이든지, 일부러 안토니아의 성질을 긁는 최강 악독한 남자로 보였다. 현재의 애인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전 애인과 환경운동을 한답시고 돌아다니고, 현재 애인이 외로워하고 슬퍼하는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면서도 전 애인이 부르면 일이라고 냉큼 달려가고, 그러면서도 안토니아가 잘 생긴 게이 커플과 같이 있으니 금새 질투나 하는 루카스. 내 눈에 안토니아의 질투와 외로워하는 마음은 당연하게 보이건만 그게 왜 루카스의 눈에는 안 보이는 걸까. 이 책을 읽은 다른 남자들도 안토니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무척 궁금하다. 루카스의 마음을 다시 사랑으로 불태우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안토니아의 모습이 마냥 우습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인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속 브리짓처럼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토니아. 결국 사랑을 얻었지만 그 길은 너무나 멀고 험했으니.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