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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라부 의사 시리즈로 유명한, 그 오쿠다 히데오의 최근작입니다. 저는 사실 아라부 의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보다 [스무살 도쿄]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유머의 강도도 이 두 작품이 훨씬 강하고, 또 제가 재미있어 하는 유머코드와 잘 맞았다고 할까요. 저는 원초적인 유머를 좀 좋아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우훗. 어떤 분은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은 [남쪽으로 튀어] 라고 하시던데 그 책은 아직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요, 정말 행복한 고민입니다.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감성을 지닌 오쿠다 히데오의 이번 작품 [올림픽의 몸값]은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매우 심각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이야기의 방향을 과연 어디로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만들어요. 앞의 작품들과는 달리 가볍게 읽어넘길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을 보세요. 올림픽의 '몸값'이잖아요. 저는 처음에 사람도 아닌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몸값을 요구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더라구요. 또 제목만 보고서는 어떤 테러리스트가 단순히 올림픽을 치르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범행에 대해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이 짜자잔~하고 나타나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만으로 '현 시점에서 나의 최고 도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작가가 강하게 어필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소설은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1964년을 배경으로 시간과 시점이 교차하면서 전개됩니다. 우선 올림픽 경비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스가 저택에서 폭탄이 터지고 경찰학교 기숙사 또한 공격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는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들이 혈안이 되어 있는 한편에는 올림픽으로 인해 들떠 있는 스가 다다시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곱상한 외모에 도쿄대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던 학생 시마자키 구니오가 있습니다. 아키타의 촌마을에서 올라와 노동자로 일하던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던 구니오는 형이 하던 일을 한 번 체험해보고자 노동현장에 뛰어듭니다. 그 곳에서 겪에 되는 삶의 부조리함과 생각의 변화는 그를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게 되죠. 

전쟁에 패배한 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일본의 활기가 책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올림픽 개최를 발판으로 경제와 정치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도약을 이루려는 일본. 많은 국민이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곡적으로 올림픽을 치룰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그런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전쟁의 패배와 함께 화족 계급이 몰락했다고는 해도 부자인 사람은 여전히 부자로,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었을 겁니다. 올림픽으로 인해 활기와 흥분에 가득 차 있는 도쿄 사람들과 달리 아키타의 촌마을 사람들은 그저 먹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테죠. 도쿄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많은 극빈자들에게도요. 구니오가 느끼는 삶의 부조리함은 스가 다다시로 대표되는 부유층과 노동현장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의 대조로 한층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올림픽의 몸값, 과연 치뤄질 수 있을까요. 

1권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과정을 비교적 세세하게 묘사하는 터라 아마 어떤 분들은 지루하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과정을 충분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좋아하는 편이라 만족스러웠지만요. 2권에서 대체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벌써부터 마음 한켠이 옥죄어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모두 다 행복할 수 있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불안 때문일까요. 나머지는 2권을 읽은 다음 또 이야기 나누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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