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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콘스턴스 브리스코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성공스토리, 누구나 좋아할만한 소재입니다. 특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사람이 오직 자신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 자리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 웬만한 끈기와 집념이 없다면 이루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어제 영화 <인빅터스>의 시사회에 다녀왔는데요, 마지막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편견과 고통을 극복하고 모든 것을 용서함으로써 완성되는, 고난극복이었으니까요.
[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또한 어머니의 지독한 폭력과 폭언, 따돌림을 극복하고 판사가 된 한 흑인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 참 복잡한 사이입니다. 엄마와 친구처럼 잘 지내다가도 뭐 하나 틀어지면 바로 티격태격. 좋아서 하하호호 웃다가도 한 번 전쟁(?)이 일어나면 언제 좋았냐는 듯 집안이 시끄러워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감정은 서로에 대한 사랑일 겁니다. 때로 그 사랑이 버겁게 느껴져도 그래도 가족이니까, 엄마니까 하는 마음으로 또 화해하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이 흑인소녀 클레어와 엄마 카르멘의 관계 속에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다른 자매들과 클레어를 차별하고 상처주는 말들을 던지고 심지어는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엄마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일 밤 침대를 적시는 그녀를 벌준다는 명목으로 젖은 시트와 담요, 잠옷을 그대로 입힌 채 재우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어린 소녀에게 생활비를 내라거나 굶기기도 합니다. 차라리 뭔가 이유가 있었으면, 만약 클레어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조금은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배아파 낳은 자식에 대한 절대적인 미움과 분노를 뭐라 이름할 수 있을까요.
소녀 클레어는 강한 아이입니다. 법원으로 달려가 의붓아버지를 고발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수그러들지라도 바른 소리로 엄마에게 대들기도 해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결국에는 법정변호사 자격을 따고 1996년에는 영국의 흑인여성으로는 최초로 판사직을 맡기도 했다니, 그녀가 어떤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었을 지 짐작조차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성공스토리와는 별개로 저는 책읽기가 불편했어요. 책의 대부분은 그녀의 성공기록이라기보다 '학대기록'이라고 해야 좋을 정도로 어둠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고난은 되도록이면 짧게, 성공의 과정을 차근차근 과정있게 그렸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왜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이렇게 기분 나빠해야 하는 걸까'라는, 이상한 의문이 들게 하는 책이랄까요. 게다가 평생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클레어의 아픔과 어둠이 저를 붙잡아채는 것 같아 무서웠어요.
때로 인생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하지만 이 책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난 뒤 카르멘이 자신은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았다며 소송까지 걸었다니, '대체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불유쾌한 기분만을 남긴 책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가족들 사이에서 상처를 남기는 일이 그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