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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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기를, 여자들은 한 번쯤 상상한다. 그 상상 속에서 상대방은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으며 성격이 좋은 데다 능력있고 부자인 대단한 남자다. 이건 여자가 속물이라거나 허영심으로 가득차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능한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상상은 상상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그 상상 속에 빠져 살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잘 안다.  

행복한 사랑이야기. 좋다. 행복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라는데 그것을 마다할 여성 독자가 어디 그리 흔하겠나.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언젠가 자신도 행복한 사랑을 해보리라 다짐하며 다시 활기차게 자신의 인생 속으로 뛰어들게 해준다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처방전이 될테니 괜찮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사랑이야기 하나인데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래, 그냥 여주인공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말하련다. 이 소설 속 여주인공, 잡지사 기자다. 명품 구두와 가방에 열광하고 카드값에 치이는 여자. 스타들의 가십을 쫓아다니다가 한류스타 남성의 차를 들이받아 은밀한 비밀을 사진에 담은 후 그것을 빌미로 티격태격, 결국에는 그와 사랑에 골인한다. 물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여인과 또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꽃미남으로.  

내가 화가 났던 건 여주인공이 아주 멍청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치 모든 여자들이 그런 것처럼 주인공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낸 작가에게도 화가 났다. 나는 앞장 선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자가 바보처럼 보이는 건 싫다. 명품 가방과 구두는 사정이 되면 사는 거고,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거다. 그것을 사기 위해 카드 한도를 초과해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여자가 있기야 있겠지만 얼마나 될까. 게다가 멋진 남자가 나타난 후에 그 여자의 생활에서 어느 새 일은 사라진다. 생활이 꽃미남들과의 연애 줄다리기로 채워지는데도 직장에서는 잘리지도 않는다.  

나이를 먹었나보다. 이런 스토리가 이제는 유치하고 황당하다. 인터넷에 청소년들이 써서 올리는 상상의 산물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좀 더 깊이있는 내용과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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