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터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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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잠자는 것이 행복하고 또 그만큼 잠이 많은 나지만 늘 이불 속에 들어가는 것이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깊고 아늑한 밤 시간을, 밤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해 준 소중한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는 자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내 몸이 좀 더 잠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밤을 새워도 좋겠지만 적당한 시간을 자주지 않으면 금새 몸에 이상반응이 생기는 체질이라 잠은, 꼭 자야 한다. 그럴 때면 자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아깝다. 그 시간을 영원히 멈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 안타까운 시간을 한 시간만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자정이 되면 그로부터 한 시간동안 푸른 어둠이 찾아오고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으며 오직 선택된 사람들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캬. 다른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진다.
[어글리] 시리즈로 유명해진(?) 작가 스콧 웨스터필드가 이번에는 '시간'을 소재로 쓴 작품을 선보인다. 특정한 나이가 되면 전신성형을 받고 못난이에서 예쁜이로 모두가 변신해야 하는 사회라는 특이한 상상력을 자랑한 작가는 자정이 되면 온 세상이 멈추고 선택받은 '미드나이터'만 움직인다는 세상을 창조했다. 빅스비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종할 수 있는 마인드캐스터 멜리사와 전승을 읽고 해석할 줄 아는 '보는자' 랙스, 수학 천재 데스, 하늘을 나는 자 조너선, 불을 가져오는 자인 제시카는 그들의 적 슬리더, 다클링과 싸우면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친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신기한 것이다.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고 오늘 지난 시간은 내일 다시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며 그 흐름과 함께 사람의 몸 또한 변화한다. 시간은 또한 우리에게 공간의 개념이 되기도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내일 가게 될 어딘가는 모두 시간과 맞물려 있으며 우리 삶을 지배한다. 때문에 사람은 시간에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시간에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토록 목마르게 시간여행,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방법 등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25시간이었던 하루, 그 중에서 한 시간이 접혀 오직 선택된 자들만 활동할 수 있고 이제 그 영역은 점점 넓어져 푸른 어둠 속에서 존재하던 사악한 무리들이 그 경계를 뚫고 나오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살 수 있고 누구나 꿈꿀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다섯 명이지만 그들의 생활이 부럽다고만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 책임이 너무나 크긔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결말 부분이다. 작가가 속편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깔끔하게 매듭지어졌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속편이 나와준다면 즐겁게 읽을 수는 있겠지만 무리한 전개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판타지 소설로서 흥미로운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시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하늘을 나는 능력 등 누구나 한 번씩 꿈꿔보았을 신비한 일들이 푸른 어둠 속에서 펼쳐진다. 태양 대신 떠오르는 검은 달과 하늘에서 내리다 멈춘 수정같은 빗방울, 내리치다 멈추게 된 번개들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책 소개글에 적힌 것처럼 한밤중에 읽기 안성맞춤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