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은 있겠지만  세상에 좋은 이별이란 것이 있을까. '좋은'이라는 단어와 '이별'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겠다. 확실히 이별 앞에서 우리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눈물과 불평이 늘고, 마음 속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휑하며, 어떤 것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죽음으로 겪게 된 이별이든, 마음이 변해서 겪게 된 이별이든 큰 차이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슬픔을 표현하고 아픔을 토로하며 지금 겪고 있는 이별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별의 아픔 속에 영원히 파묻히지 않고 그것조차 좋은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좋은 이별의 정의가 아닐까. 

[사람 풍경]과 [천 개의 공감]이라는 두 권의 심리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 김형경이 이번에는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주제로 그것을 견뎌내는 '애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랑을 잃거나 소중한 대상을 상실한 후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비롯되는 몸과 마음의 병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애도'를 치료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대상을 더 이상 마음으로 붙잡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잘 떠나보내는 일은 어쩌면 좋은 인연을 찾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애도에 대해 서서히 다가가는 단계, 2장은 소중한 대상을 잃은 후 겪게 되는 마음의 변화 상태, 3장은 잘 떠나보내지 못한 감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례, 4장은 마음의 병의 치유와 변화를 이야기한다. 국내 시인들의 시가 각 장의 소제목들로, 수많은 문학작품이 사례로 소개되어 이해를 돕는다. 내 경우에는 읽었던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아서 완전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한 번에 다 기억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다스려지는 듯한 기분에 편안하기도 했다. 

이별 앞에서 내 모습은 어땠었나. 이 책을 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리고 만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별에 관한 책이니까. 이별 후에 나는 한동안 참 많이 아팠었다, 마음 뿐만 아니라 몸도. 이별의 말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주할 용기가 부족했다. 마치 발이 허공에 붕 뜬 듯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던 것 같다. 

나는, 그렇다. 낯을 가리고 마음 주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한 번 마음을 주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아주 오래 간다. 그건 사람이 아닌 물건의 경우에도 그렇다. 중학교 때 쓰던 펜을 지금도 쓰고 있는데 그 펜이 없으면 시험을 보기도 겁이 났었다. 누구든 감정을 거두고 잃어버린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슬퍼할만큼 슬퍼한 후에는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사랑도 이별도 상실의 아픔도 결국은 우리를 성장시켜 줄 테니까. 정말로 언젠가는 다 지나갈 일일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 책에 나온 과정을 거의 따랐던 것 같다. 이별 앞에서 도망도 쳐봤고, 먹을 것에 심취도 해봤고, 욕도 했다가, 시도때도 없이 울어도 봤다. 어느 날은 걸려온 전화에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가도 언제 또 전화가 올지 몰라 어딜 가든 전화기를 손에 쥐고 살았다. 원망도 하다가 그래도 내 잘못인 것 같아 내 탓도 해보고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다시 화를 냈다. 그러다. 하고 싶은 말을 몽땅 메일에 적었었다. 결국 그 메일은 보내지 못했지만 그렇게 속에 있는 것을 모두 글로 표현한 뒤에야 나는 편안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슬퍼할만큼 슬퍼했고 아플만큼 아팠다. 그러니 이제는 그 기억에서 자유롭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래 그런 일도 있었다고 아프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김형경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소설이든 심리에세이든, '아픔'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의내릴 수 없는 신뢰가 간다. 이 사람도 지금의 모습으로 있기 위해 노력했겠지, 고통의 시간을 끝낸 후이니 이제야 겨우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라는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사람의 관심은 종국에는 사람. 그 과정에서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다면 그 때야말로 '참 잘했어요' 도장을 우리 삶에 쾅 찍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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