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의 나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사의 나라
유홍종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힘들기만 했던 월요일에 한 가닥 기쁨의 빛이 비추기 시작한 것은 모 방송사에서 시작한 드라마 <선덕여왕> 이 시작될 때부터였습니다. 원래 사극을 좋아라 하기도 하지만 예전 소설 [미실]을 읽었던 기억도 나고, 또 고현정님이 그 미실을 연기한다고 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도 많이 했거든요. 사실 저의 <선덕여왕> 사랑은 덕만공주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미실을 향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덕만공주는 물론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위대한 인물임에는 틀림없겠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다른 드라마들에서도 볼 수 있는 선한 역할,  그 이상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복합다단한 인간의 내면심리를 소름끼칠 정도로 탁월하게 간직한 미실이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이 리뷰가 <선덕여왕> 예찬론으로 끝이 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시나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이 아니었다면 저에게 이 책은 그저 흔한 역사연애소설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평가도 더 낮아져 있겠죠. 이 책에 재미를 느끼게 된 데는 그 동안 <선덕여왕>을 보면서 쌓아온 배경지식 덕분이거든요. 물론 드라마를 통해 쌓은 지식이라 살짝 왜곡된 점도 있겠고 진실과 완전히 다른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사실에 변함은 없을 테니까요. 그 점이 이 책을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었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벌이는 권력 다툼, 신라와 신라에 속해 있던 가야와의 복야회 갈등, 가야의 여인 아사와 신라 장군 설오유의 인연, 그리고 대를 이어 전해지는 사비의 이야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한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기본 바탕은 아사와 설오유 장군의 사랑에 두고 있지만 만약 이 소설이 그들의 연애담만을 늘어놓은 책이었다면 '그냥 슬픈 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여겨졌을 겁니다.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 것은 작가의 역사적 지식이었어요. 이제는 익숙해진 선덕여왕과 김춘추, 김유신 외에도 원래는 가야 땅이었던 대야주를 둘러싼 백제와 신라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처한 백제의 정치적 상황, 당나라까지 끼어들게 된 사국의 대립이 소설을 생동감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 아사와 설오유 장군의 애달픈 사랑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요. 전란의 한 가운데서 피어난 사랑, 이보다 사람의 마음을 쥐어짜는 요소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그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대사들이 살짝 간지러워서 잠시 손발이 오글오글하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이 책을 통해 그 동안의 이미지와 살짝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백제의 의자왕입니다. 의자왕과 3천 궁녀. 다들 아시죠? 전란 속에서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강물 속으로 뛰어든 가련한 여인들의 이야기를요. 저는 그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의자왕을 천하의 바람둥이에 호색한이라고 여기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역시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의해 여러 번 혼인할 수밖에 없었던 의자왕의 처지와,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롭고 쓸쓸했을 그의 마음을 생각하니 지금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무덤에서 발굴된 토적을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인지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에도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던 마음의 가치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멋진 이야기였던 듯 해요.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고 난 듯한 벅찬 기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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