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담담하지만 불안하다. 그것이 이 책의 150여 페이지까지를 지배하는 분위기다. 어떤 사람은 그 분위기를 지루하다는 말로 대신할 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분위기를 '지루하다'는 것으로 여겼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위태로운 것이었다. 아프리카 석유전쟁으로 고향과 가족을 모두 잃고 영국으로 건너왔지만 어디에 가든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는 리틀비. 2년의 시간을 수용소에서 보내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바깥으로 나온 순간부터, 리틀비는 '그 남자들'을 두려워하고 언제 잡혀갈 지 모른다는 말로 독자들의 마음 속에 위기의 싹을 틔워놓는다. 그럼에도 정작 리틀비의 말투는 담담한 것도 같다. 늘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어느 정도 가신다는 그녀에게, 죽음은 멀지 않은 것, 항상 함께 있는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그 죽음을 피해 언니와 함께 해변으로 달려나갔던 순간 리틀비는 한 부부를 만났었다. 

과거의 나이지리아의 해변. 아내의 불륜을 남편이 알아차렸고 파탄난 그들의 관계를 다시 이어붙이기 위해 휴가를 온 부부. 그런데 그들 앞에 나이지리아 소녀 두 명과 그녀들을 붙잡으러 온 병사들이 나타난다.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당신의 가운데 손가락을 자르라며 칼을 던지는 병사. 절망감과 공포,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찬 남편은 결국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지 못하고 대신 아내가 스스로 자신의 손에 칼을 꽂는다. 행복과 새출발을 그리며 찾아든 해변에서 그들이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선택을 해야 한다. 오늘 저녁은 뭘로 할까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무엇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해야할지에 대한 선택까지.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우리 인생에 흔하지 않다. 또한 나의 손가락을 잘라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은 어떤 대상에 한정될 것이다. 나의 가족,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두려워도 손가락을 자를 수는 있겠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하지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제 막 만난 소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라면, 글쎄, 나는 해변의 부부 중 아내보다는 남편이 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 같은 것. 난민은 리틀비 한 명 뿐만은 아니며 지금 이 순간도 지구 곳곳에서는 수많은 난민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것이다. 왜곡되고, 일부러 보지 않으려 하고, 서로 눈감아주는 세상 속에서 불행은 개인의 문제라 여겨지고 결코 온전히 나의 것은 될 수 없다. 리틀비가 이야기하던 '개는 개이고 늑대는 늑대'인 것처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잊지 않기 위해서.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고, 도우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벽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시간이 더 흐르고 나이를 먹어야만 알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점에서 해변에서의 사고 이후 괴로워했을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리틀비의 불행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해결하려는 아내의 공명심도. 어쩌면 그 둘의 마음은 나에게 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험한 선택의 순간, 자신에게 당당했던 리틀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것은 안다. 완전한 평화, 그녀의 원래 이름인 우도(평화)가 실현되었던 시간. 부부의 아들 찰리가 나이지리아의 아이들과 물을 튀기며 노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 시간. 그것이 두려움과 어둠 속에서 리틀비가 찾아내고 작가가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시작일 것이었다. 


 

 나는 찰리에게 미소를 보냈고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의 희망이 한 사람의 영혼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이거 참 기막힌 재주인걸. 이런 걸 바로 세계화라고 하는 거지.-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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