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달, 좋다. 이상하게 별보다 달을 생각할 때가 신비로운 기분이 한층 더해지는 기분이다. 둥근 보름달은 풍성함을, 반쪽 달은 쓸쓸함을, 가늘어진 달은 어딘지 모르게 반짝거림을 느끼게 한다. 그건 어쩌면 오랜 옛날부터 하늘에 있는 달을 보고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거나 소원을 빌었던 애틋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별이 아기자기한 귀여운 아기같은 존재라면 달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인같다. [달의 문]. 무척 끌리는 제목이었다. 달 속으로 금방이라도 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제목은 멋진데 표지가 영 꽝이다. 그래도 제목 때문에 쪼큼 기대했었다. 하지만. 쳇.

이 작가, 참 이상한 작가다. 소재나 문체가 특이하다는 뜻이 아니라 [문은 이미 닫혀 있는데] 를 제외하고는 읽는 책마다 실망을 안겨준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재미없기도 따지자면 읽은 세 권의 책 중 최고라고 할까나. [문은 이미 닫혀 있는데] 는 범인의 범행동기를 제외하고는 정말 재미있었다. 한밤중에 책을 펼쳐들고 자야지 자야지 하다가 결국은 다 읽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밀실살인을 소재로 범인과 해결사의 추리대결이 무척 재미나서 공감할 수 없는 범행동기 정도는 너그럽게(?) 눈감아주자 했었다. 그런데 그 이해할 수 없는 범행동기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에서도 계속된다. 그 책은 범행동기 뿐만 아니라 문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사실은 그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설마 다른 작품도 다 이런 식인 건 아니겠지 했는데. 꺄울. 이 책은 더 심하다. 

주인공들은 이시미네 다카시를 스승으로 모시는 캠프단의 일원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캠프에 참가시켜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안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들 자신,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기에, 그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 이시미네라 굳게 믿기에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신흥종교의 교주와 교도들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이시미네가 경찰에 체포당하자 사토미, 가키자키, 마카베 일행은 이시미네의 석방을 조건으로 비행기를 납치한다. 어린아이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 갑자기 화장실에서 여자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은 비행기 납치와 살인사건 두 가지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납치범들과 이시미네는 자신들을 신흥종교라 여기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신흥종교 맞다. 내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존재를 마음 속 깊이 믿을 수 없다. 종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의심하고 못미더워 한다. 때때로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했던 적이 더 많다. 이 책의 주인공들 또한 이시미네를 무조건 믿는다. 믿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고 그렇게 결말이 났다. 

하지만 말이죠. 범행에 역시 공감도 안 될 뿐더러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결말까지 나랑 너무 안 맞는다. 한 마디로 '이게 대체 추리소설이야, 신흥종교집단의 이상한 사건기록이야'라는 기분이 들었달까. 추리소설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긴장감, 사건이 해결될 때의 만족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평범한 사람이 뜬금없이 탐정 역할을 한다. 작가가 반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을 결말조차 '이게 뭐니, 이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다니. '달'이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이렇게까지 매혹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게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를 읽고 나서는 '설마, 이번 한 번 뿐일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가, 이제는 포기해야지 싶다. 앞으로 나올 책들도 이럴까 봐 무서워서 손을 못대겠다. 흥. 나는 나름 냉정한 독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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