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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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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운명을 쫓지 마, 운명이 널 쫓게 만들어야지.


작년에 유투브에서 접한 DIVE를 기억한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인줄 알고 너무 반갑게 시청했었는데
알고보니 광고여서 너무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친근한 소재에
색다른 시선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꼭 K pop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것이 세계에서도 잘 녹아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기대!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오!!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운 좋게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에 선정되어서
일찍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동안 용왕님의 신부로 자라온 ‘심청’이 대신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용왕님의 신부가 되겠다며 바다속으로 뛰어 든 ‘미나’라는 여자아이의 물 속 이야기다.

스스로 뛰어 든 물 속에는 용왕님도 있고,
용왕님을 수호하는 신도 있고,
죽음의 신이나 달과 물의 신등 수 많은 신들이 있다.
심지어 도둑도 있다!!!

용왕님의 신부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다는 믿음을 가진 미나는 용왕님을 깨우기 위해 본의아닌 모험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진정한 인연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를 믿어야 그 신이 될 수 있지.

그런 운명은 만들어질수도 있어요. 애착 또는 시인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선택이니까요. 두 사람이 필요나 의무에 따라 서로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 한쪽이 다른쪽과 더 강한 관계를 맺으면 원래 있던 운명의 붉은 끈도 끊어질 수 있고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무모한 일을 벌인다. 어떤 이는 그것을 희생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심청을 대신해서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내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끔찍한 일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내 운명은 내가 선택해요.“

인연의 붉은 실을 떠나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선택하고 싶은 주인공의 멘트는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마을과 가족을 구하고,
사랑도 쟁취하는 멋진 주인공의 이야기는
역시나 Happily ever after로 끝이 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멋진 왕자님의 도움 없이도,
끝내주는 고스펙이나 하이레벨의 엄친딸이 아닌
정말 평범하고 보통의 - 심지어 이름조차 평범한 ‘미나’라니!!! -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여전히 불안해하고 자신없어하는 여자 주인공이 아닐까?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길조차 제대로 건너지도 못하고,
이전에 바쳐진
수 많은 용왕님의 전 신부들의
도움이나 위로도 필요로 하는 주인공을 보며
혼자라는 외로움과 무능함에 대한 좌절도 느끼고,
동료와 함께함으로
느낄 수 있는 든든함과 역경을
헤쳐나갈 용기와 힘도 함께 느끼며
나와 별 다르지 않는 주인공에 몰입되어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었던것 같다.


책은 제법 두께가 있지만
판타지 소설 답게 술술 읽혀 내려가기에
더운 여름 휴가지에 가벼운 마음으로 챙겨가기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은 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봄서평단 #바다에빠진소녀 #바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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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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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도 어렵고 원 제목도 헷갈리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일명 지대넓얕



2월 4일에 읽기 시작해서 25일에 완독!

아이를 키우다보니 책 한권 읽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실상, 평일은 물론 대학원을 다니는 남편을 둔 덕에 주말에도 거의 나 혼자 키우고 있는 실정이라 더더욱…



각설하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흡입력있는 책이라

왜 이제 읽었을까 아쉬울정도였다.



1. 역사



- 시장의 자유 vs 정부의 개입

상당히 단순하지만 설득력있고 실감이 확 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개론부분을 읽으며 예전에 제가 해외에 취업해 살면서 이민을 고민하던 시기에 했던 선택에 대한 고민이 예제로 나와 깜짝 놀랐다. 복지를 택하자니 세금이 너무 부당한것 같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면 세금은 줄어들지만 내가 받을 복지는 없는 것 같아 어디에서 살지 고민했던 때가 떠올랐기에….

채사장이 얘기하고자 했던것은 좀 결이 다르지만 학창시절에 이렇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배웠으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변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생때 제게 공산주의는 개인의 소유화가 전혀 없는 공동체 집단으로밖에 기억되지 않았다는..)







[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따라

역사가 변하고, 경제가 변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다면

나의 노동력을 갈아 소유자의 부를 축적시켜줄 뿐이다.

생산수단의 소유자는 직접적 노동 없이도 부를 축적하는데 무리가 없는데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노력이 곱절이 된다고 해도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부의 축적이 조금 늘 수는 있겠으나 노동자가 열심일수록 자본가는 더 부유해진다.



마르크스주의의 공산주의는

바로 이 지점을 꼬집으며 시작되었다.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을 이야기했던 헤겔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한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에 모순되는 프롤레타리아가 결국 모든 계급 갈등을 청산할 마지막 계급이라 얘기했고, 생산수단을 특정 계급이 소유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공동으로 소유하면

더이상의 권력관계는 형성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가 탄생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파트를 읽으며 왜 근대사회의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에 매료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론적으로 공산주의는 참 매력적이긴 하다.






2. 경제



경제는 시장과 정부의 조율에 따라 나뉜다.

초기 자본주의가 말하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역시 극히 드물다.



오늘날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체제인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중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체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던 파트였다.





3. 정치

인간은 타인을 만나고 위로 받으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받기에 서로 기본적인 공통분모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깊은 전문지식으로는 불가능하기에

교양이 필요하며 이때의 교양은 인문학적 배경인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된다.



정치란 단순히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그리고 개인은 그들이 이해하건 이해하지 못하건 간에 결국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진다.



당신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자본가이면서 보수를 선택한다.

노동자이면서 진보를 선택한다.

자본가이지만 진보를 선택한다.

노동자이지만 보수를 선택한다.



보수 - 신자유주의: 시장 > 정부: 세금과 복지 모두 적음 : 부르주아, 기업옹호



진보 - 후기자본주의: 시장 < 정부: 세금과 복지 모두 높음: 프롤레타리아, 노동자 옹호






비리와 부패의 문제가 아니라

이론적이고 이념적인 측면에서라면

선한 정당도, 악한 정당도 없다.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정말 많이 와닿는 글귀가 아닐 수 없다.

정당의 색으로만 투표를 하는 사람들,

선거 공약이나 이념과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투표권을 던지는 사람들

물론,

투표권을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두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는 그들이 어리석고 안타깝다.




보수와 진보를 현실에 적용해보기



사회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사건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이와 동시에 그 사건에서 대립하는 주체들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함으로써 그 구조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사회에서 발생한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신문을 보고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실제 그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지 못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 구분하지 못허고,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간의 갈등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세금의 인상과 인하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어렵다.



그동안 사회 문제에 대해 신문과 언론에 제법 기대왔던터라

이런 견해가 좀 충격적이었다.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가 의문이 들었는데,

저자의 의도는 내가 검색한 언론이 보수쪽인지 진보쪽인지 상향을 파악하고 어떤 의도로 정보를 제공하는지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도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싶었고, 주어진 정보를 아무 의심없이 그냥 흡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 생각지 못한 포인트!!!



다수의 독재와 엘리트주의의 독재의 차이와 위험성은 무엇인가

왜 민주주의에서 독재가 발생하는지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불가능한것인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경제와 정치는 어떻게 결합되는가를 읽으며

열심히 고개가 끄덕일 수 밖에!!



왜 우리나라는 하필이면 신자유주의 모습에서 멈춰 있는것인가!

사회는 부유한 1퍼센트 사람에게 유리한 체제가 아니라 가난한 99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유리한 체제로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의 보수성향의 원인은

1. 역사적 경험

2. 교육의 문제

3. 대중의 비합리적 선택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과 매체를 이용한 권력층의 작용이 있었다 한 들 대중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경제체제를 끝내 유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



정치는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민주주의는 평등한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과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정치 형태다. 이익의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불만이 적고 안정적인 정치결정 방식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대중은 주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모든 책임은 대중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4. 사회



개인과 집단으로 이루어진 2개의 사회가 -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극대화 된 이기주의와 전체주의는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중 문제가 되는 전체주의에 대해 좀 더 깊게 얘기를 하고 있다.

나의 이익을 위해 강력하게 행동하지만 내게는 책임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가 전체주의인데 이런 전체주의는 개인이 전체의 비윤리적 행위에 눈감게 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럼 이 위험한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을 어떻게 보호 할 수 있을까 질문 했을 때 저자는 ‘자연권’이 언급되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인권선언에서 시작된 자연권은 대부분의 국가의 헌법에 명시가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국가가 이를 무시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고, 또한 자연권의 개념이 민주주의와 결합될 때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소수의 자본가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부유층의 권리를 희생해 다수 대중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귀결될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점차 보수화되어가고 낮은 세율과 낮은 복지를 유지하는데 이에 대한 대답으로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교육하는지 설명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미디어를 - 언론 - 통해서였다.

따라서 개인은 권력자나 기업의 사고와 이념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보도를 의미론과 화용론의 측면에서 올바르게 평가하고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게 이 파트의 핵심인듯하다.





5. 윤리



윤리란 사람이 따라야 할 도리로, 도덕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나 실천으로서의 도덕과는 달리 이론적으로 도덕의 기반을 다룬다.

의무나 도덕 법칙을 준수하는 의무론은 결과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비결과주의’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철학자로 칸트가 있다.

절대적 도덕 법칙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칸트는 “네가 개인적으로 하려는 일이 동시에 모든 사람이 해도 괜찮은 일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라”라며 ‘정언명법’을 제시했다.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론은 결과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결과주의’라고도 한다.

목적론적 윤리설의 대표는 벤담과 밀이 대표적인 공리주의로 볼 수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다만 벤담과 밀은 같은 공리주의안에서도 양과 질로 구분하고 있었으며 쾌락과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밀의 주장으로 개인의 자유나 평등 등의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내고자 했다.



몇 년전 우리나라를 휩쓴 ‘정의란 무엇인가’에 첫 화두가 바로 이 공리주의였는데, 과연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는 아떤 사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적은 페이지를 할애받았지만 가장 오래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알고, 경제를 파악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며 사회에 관심을 두는 건 결국 잘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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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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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 8개의 단편 소설들이 담겨져 있는 김영하 작가님의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대한 추천글들은 모두
당당한 오빠와 내게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여
장편인줄로만 알았기에 그들의 소풍과 함께 마무리 된 결말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고발꾼임을 자랑스럽게 애용하시는 아빠와,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이혼한 - 법적으론 남의 집에 - 남편집에 하루아침 덜컥 들어 와 살겠다는 엄마,
그리고 주인공보다 어린 - 그리고 못생긴 -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온 오빠라는 가족을 가진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읽혀진 '오빠가 돌아왔다.'

 

이사하는 날 아침에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뽑아들고 간 책을
저녁에 제자리에 고대로 꽂을 수 있도록 발전한 이사기술을 소개하던 친구의 말을 듣고
이사업체를 통해 이사를 하기로 한 부부의 이야기인 '이사'
가야토기를 가지고 뭔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내게는 그것보다는 선택에 대한 책임감의 무서움으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게 된 오싹한 이야기였다. 

 

나는 겪어보지 못한 투쟁의 대학생활을 보낸 이들에게는 좀더 익숙하게 다가갔을까?
일제의 횡포에 대해 맞서 싸우고자 했던 친구와  - 하지만 객관적 증빙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악해진 친구가 다시 만나 벌어지게 된 이야기. '보물선'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보물선은 존재하는 것일까?
보물선이라 믿고 싶은 존재에 그저 미련하게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군중 속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은 주인공이 있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우연히 수영장에서 동창을 만난 남과 여, 그리고 수영강사와의 관계를
그들의 시각으로 전개해나가는 '너를 사랑하고도'.
사람들은 일심동체를 꿈꾸지만, 결국 동상이몽일뿐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참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쓰레기라고 욕해도 앞에서 대놓고 하는게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삼류감독이
처음 본 순간에 반해버렸다는 작가를 만난 후 늘어 놓은 독백. '너의 의미'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의 마지막 날,
특수분장용 마네킹(하필이면 여고생 시체라니!)을 보러 오겠다는 감독을 맞이하는
미술부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손님'
'사탄의 인형'에서 나온 처키를 본 뒤로는 사람얼굴을 한 인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를 생각해보면, 
 "어라, 이것 봐라. 얘가 원래 눈을 뜨고 있었던가?"라는 남편의 말과 더불어 끈적한 침묵이 차곡차곡 고인
그들의 신혼방의 위험한 냄새에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져버렸다. 

 

아!!! 남자란 존재는 정말!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다 설명주리라 믿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빨간 크리스마스 카드 2장과 함께 벌어진 - 물론, 살인사건은 카드가 보내진 이후에 벌어졌겠지만 -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나만 아니면 돼"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라는 이기적인 울부짖음만 비열하게 남겨졌다. 

오래전에 그런 노래도 있었더랬지.
자기를 짝사랑하던 못생긴 여자애를 잔인하게 차버린 후,
성인이 되어 너무 멋지고 근사한 여자를 만나 고백을 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예전에 그리도 잔인하게 차 버린 바로 그 여자였다는...

남자란 족속이라고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 아직 세상엔, 올바른 사고 방식의 올바른 남자들도 많다고 믿고 싶으므로..
자신들의 허물많은 과거를 담고 있는 여자의 존재가 그리도 부담스러웠겠지.
내 과거를 알고 있는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를 할 수 있다쳐도,
그것들을 대하는 이야기 속 존재들의 모습은 참으로 역겨웠다. 

 

어찌되었건, 이 책에는 이렇게 총 8편의 단편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 하루의 모든 일과를 정리하는 퇴근 시간의 전철이었다는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만큼 -
다만, 갑자기 '언니'라고 부르게 될   - 결코 부르지는 않았지만, 부르고 싶지도 않은 어린애인 -
여자애를 만난 주인공의 마음이 이 소설을 읽고 난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할 수만 있었다면, 나 역시 아빠처럼 경찰에게 신고라도 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읽어 온 김영하 작가님의 글들은 - 특히나 단편들은 -  글의 시작부터 독자들에게(혹은, 내게)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토록 허용하지 않는 자존심 높은 글들...
하지만 정말 주위의 누군가는 겪고만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그 속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위로를 얻게 되서일까?
작가님의 글을 계속 탐닉하게 되는 것은...

 
* 책 속 이야기들 *
「 "재결합은 안 한다. 왜냐? 내가 함바집 해서 번 금쪽 같은 돈을 거저 느이 아버지한테 갖다바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살기는 같이 산다. 왜냐?"
   "왜긴 왜야. 니들 불쌍해서지. 어이구, 내 새끼들." 」

 

「 이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그는 진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답했다. 사람이 안 죽어야 되는 거야.  
   사람 죽으면 이사고 뭐고 그냥 요대로 주저앉는 거라고. 흐.」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오직 분명한 한 가지는 그가 전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잠들게 되나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사라 불렀다.」

 

 「얘기 너무 좋아하지 마. 너무 그럴듯하면 일단 의심해봐야돼. 진짜는 어딘가 어설프다구.
    아귀가 딱딱 맞으면 십중팔구 소설이거나 사기야」

「세상에는 보물선의 전설을 믿는 사람, 직접 보물을 찾겠다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
   그리고 그걸 재료로 돈을 버는, 재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나 이런 구조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 화도 제대로 못 내고 혼자 저지른 일, 아무도 모를 일이나 조용히 뒷감당을 한다.
   알고 보면 다들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되냐.」

「막상 함께 지내보면 까짓,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중략...
   그렇게 누군가와 옥닥복닥 부대끼며 지내다보면, 어쩌면 내게도 그림자가 생길지 모른다.」
 


「남자들은 어수룩하여 쉽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영악한 여자들은 그걸 눈감아주는 대가로 많은 것을 얻는다.」

 

「도덕적으로 살면 걸리적거리는 게 없다. ...중략... 그렇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중략...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더는 피곤한 게 없는 삶. 
   그런 사람에게 인생이란, 다소 예외가 있기는 해도, 경부고속도로 같은 것이다.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꾸준히 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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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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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춥고 비 오는 밤
파리에 온다면
세익스피어 서점을 찾아요
반가운 곳이죠.

그 서점 모토는
다정하고 따뜻하죠
변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빠리 한 복판에 공짜로 묵을 수 있는 서점이 있다고??
내게는 '비포 선셋'이란 영화의 오프닝에서 남자 주연배우가 낭독회를 하던 곳으로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던 곳.
빠리의 주요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6일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근데, 그 곳에 대한 책이 있다고?? 그리고 자서전만 멋지게 써가면 공짜로 지낼 수 있다니!!!

운명적이라는 우회적인 표현보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결국 이 곳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는 둘째치더라도
빠리의 체게바라라고 부르고 싶은 독특한 이력의 서점 주인 아저씨 - 조지.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많은 얼굴들...

책의 내용은 나름 책도 저술한 - 자비 출판이 아닌! -
캐나다의 잘 나가던 사회부 기자가 뜻하지 않은 문제로 빠리로 도피를 떠나고
결국 경제적 능력에 부딪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세익스피어&컴퍼니에 들어가게 되는 내용인 1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우정, 사랑이 담긴 2부
그곳을 떠난 그 후의 이야기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몇가지 축약된 사실을 제외하고는 이 시대에 현존하는 최대한의 진실이라 얘기하는 작가의 이야기보다
이 서점이 운영되는 부분에 대해,
그리고 그 곳에 묵을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이들에 대해,
결국 이 곳 역시 자본주의에 도전을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마지막으로 그 어떤 다른 것도 아닌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야기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를 포함하여 내 또래의 - 내가 아는 사람들에 한해서 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
상당수의 소망 중 하나가  '예쁜 카페 하나 가지고 싶다.'이다. 

느지막한 오전에 부드러운 생크림을 살짝 얹은 와플과  새콤한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런 카페의 주인.
생각만 해도 흐뭇하기만 하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보면
쌓인 전기세 고지서에 매번 겪어야 하는 식약청 검사, 그리고 이윤을 고려해야만 하는 결국은 장사..

하지만, 그런 모든것에 탈피한 조지의 생활과 신념을 보면
유럽이니까 가능한 거라고 핑계를 대고 싶어도 부러울 따름이다. 

비록 그 곳이 나무 테이블 하나, 끈적해 보이는 잼 유리병들 사이 흩어져 말라붙은 바퀴벌레 시체들이 어지러이 데코레이션을 이루는 곳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래 남는 책 속 이야기
[진짜 작가라면 부탁 같은 건 하지 않아. 그냥 와서 침대 하나를 차지하지.]

[여기서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

[어릴 때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급료를 계산하는 사무원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 내 고향 도시에서 평생 살기를 꿈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리의 공기는 온갖 사람들의 꿈들로 무거워져 있었다. 꿈들이 거리를 메우고 카페의 좋은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따. 그 밤, 새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그런 환희를 느꼈다.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약이었다. ]

[가장 슬픈 일은 도둑들 대부분이 자기가 훔친 책들을 읽지 않는다는 거야. 그냥 다른 서점으로 가서 책을 팔아 빨리 돈을 손에 쥐려고만 하지.]

[조지는 마르크스의 장례식에 대해 퀴즈를 냈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을 것 같나?"
나는 수백 명이 아닐까 하고 대답했지만 조지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곱 명이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나도 모르겠어. 아무도 해답은 모르지. 그 답을 아는 체하는 사람은 싫네. 인생이란 많은 분자의 춤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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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집중력 - 5세~12세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우는 감성지능
린다 란티에리.대니얼 골먼 지음, 변인영 옮김 / 해빗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책 속 한문장]
비록 이 책에 아이가 지닌 내적 힘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들과 제안들이 가득하긴 하지만 이러한 활동 자체보다 아이들에겐 '당신의 존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의 내적 삶만큼이나 당신의 내적 삶의 발전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막 4살이 된 조카를 위해 선택한 책.
활발하고 흥미가 많은 아이지만 낮을 많이 가리기에 3월에 개강하는 유치원을 다니며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이 되어 무언가 도움이 될 것들을 찾다가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에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도대체 어느 선까지가 아이의 '흥미'로 볼 것이며, 
어느선까지를 아이의 '정신사나움'으로 볼 것인가였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아이의 태도가 아이에게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창조적 순간'을 차단할 수 있다는 고민이 되었기에 가장 해결하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해결되지 못한점이 아쉽습니다.

사실, 요 몇년간 유럽의 교육방식에 대한 책이며, 인터뷰등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교육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겠지만,
그 시대의 지리적, 사회적 요건을 통해 최적화 된 교육방법이 시간과 장소라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되어 긍정적 결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까지도 희생하며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한국의 어머니상도 이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자식 교육'은 뗄레야 뗄수 없는 화두인듯 합니다.

각설하고,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명상을 통해 차분하고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줄 아는 아이만들기'입니다.
911 테러 이야기를 통해 그 중요성을 언급하며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인 유아기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기,
그리고 중학교를 들어가는 청소년기 이렇게 3개의 연령대로 구분하여
엄마와 함께 연령대에 맞는 방법으로 몸을 이완시키며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마음챙김으로 차분하고 침착해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합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아이들을 위한 엄마용 매뉴얼인 책임을 강조하였듯이
처음에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도움이라던지,
작성 예시나 실제로 엄마들이 이런 학습을 통해 변화된 아이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수록되었으면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어른들도 습관이 들기전까지는 꾸준히 하기 힘들어하는 '명상 훈련'인 만큼,
한참 활동이 왕성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이 짧게는 몇 분, 길게는 수 십분을
조용히 침묵하거나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집중해야 하기까지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 분명한만큼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이 책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는 않을것임으로..)
아이들이 적응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해주기보다는  엄마에게 일임하였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그걸 부모가 잘 알고 있다면 굳이 이 책을 통하지 않고서도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지 않을듯 하니..)

하지만, 얇고 가벼운 무게와 놀이를 통해 중간중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엄마의 대화들
그리고 연령대별로 동일한 놀이를 다양하게 접근하는 방법들은
아이들에게 지친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어 줄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맑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역시
맑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 그리고 아이를 위한 사랑이 가득한 부모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어 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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