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총 8개의 단편 소설들이 담겨져 있는 김영하 작가님의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대한 추천글들은 모두
당당한 오빠와 내게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여
장편인줄로만 알았기에 그들의 소풍과 함께 마무리 된 결말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고발꾼임을 자랑스럽게 애용하시는 아빠와,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이혼한 - 법적으론 남의 집에 - 남편집에 하루아침 덜컥 들어 와 살겠다는 엄마,
그리고 주인공보다 어린 - 그리고 못생긴 -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온 오빠라는 가족을 가진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읽혀진 '오빠가 돌아왔다.'

 

이사하는 날 아침에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뽑아들고 간 책을
저녁에 제자리에 고대로 꽂을 수 있도록 발전한 이사기술을 소개하던 친구의 말을 듣고
이사업체를 통해 이사를 하기로 한 부부의 이야기인 '이사'
가야토기를 가지고 뭔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내게는 그것보다는 선택에 대한 책임감의 무서움으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게 된 오싹한 이야기였다. 

 

나는 겪어보지 못한 투쟁의 대학생활을 보낸 이들에게는 좀더 익숙하게 다가갔을까?
일제의 횡포에 대해 맞서 싸우고자 했던 친구와  - 하지만 객관적 증빙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악해진 친구가 다시 만나 벌어지게 된 이야기. '보물선'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보물선은 존재하는 것일까?
보물선이라 믿고 싶은 존재에 그저 미련하게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군중 속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은 주인공이 있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우연히 수영장에서 동창을 만난 남과 여, 그리고 수영강사와의 관계를
그들의 시각으로 전개해나가는 '너를 사랑하고도'.
사람들은 일심동체를 꿈꾸지만, 결국 동상이몽일뿐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참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쓰레기라고 욕해도 앞에서 대놓고 하는게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삼류감독이
처음 본 순간에 반해버렸다는 작가를 만난 후 늘어 놓은 독백. '너의 의미'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의 마지막 날,
특수분장용 마네킹(하필이면 여고생 시체라니!)을 보러 오겠다는 감독을 맞이하는
미술부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손님'
'사탄의 인형'에서 나온 처키를 본 뒤로는 사람얼굴을 한 인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를 생각해보면, 
 "어라, 이것 봐라. 얘가 원래 눈을 뜨고 있었던가?"라는 남편의 말과 더불어 끈적한 침묵이 차곡차곡 고인
그들의 신혼방의 위험한 냄새에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져버렸다. 

 

아!!! 남자란 존재는 정말!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다 설명주리라 믿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빨간 크리스마스 카드 2장과 함께 벌어진 - 물론, 살인사건은 카드가 보내진 이후에 벌어졌겠지만 -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나만 아니면 돼"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라는 이기적인 울부짖음만 비열하게 남겨졌다. 

오래전에 그런 노래도 있었더랬지.
자기를 짝사랑하던 못생긴 여자애를 잔인하게 차버린 후,
성인이 되어 너무 멋지고 근사한 여자를 만나 고백을 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예전에 그리도 잔인하게 차 버린 바로 그 여자였다는...

남자란 족속이라고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 아직 세상엔, 올바른 사고 방식의 올바른 남자들도 많다고 믿고 싶으므로..
자신들의 허물많은 과거를 담고 있는 여자의 존재가 그리도 부담스러웠겠지.
내 과거를 알고 있는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를 할 수 있다쳐도,
그것들을 대하는 이야기 속 존재들의 모습은 참으로 역겨웠다. 

 

어찌되었건, 이 책에는 이렇게 총 8편의 단편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 하루의 모든 일과를 정리하는 퇴근 시간의 전철이었다는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만큼 -
다만, 갑자기 '언니'라고 부르게 될   - 결코 부르지는 않았지만, 부르고 싶지도 않은 어린애인 -
여자애를 만난 주인공의 마음이 이 소설을 읽고 난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할 수만 있었다면, 나 역시 아빠처럼 경찰에게 신고라도 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읽어 온 김영하 작가님의 글들은 - 특히나 단편들은 -  글의 시작부터 독자들에게(혹은, 내게)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토록 허용하지 않는 자존심 높은 글들...
하지만 정말 주위의 누군가는 겪고만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그 속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위로를 얻게 되서일까?
작가님의 글을 계속 탐닉하게 되는 것은...

 
* 책 속 이야기들 *
「 "재결합은 안 한다. 왜냐? 내가 함바집 해서 번 금쪽 같은 돈을 거저 느이 아버지한테 갖다바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살기는 같이 산다. 왜냐?"
   "왜긴 왜야. 니들 불쌍해서지. 어이구, 내 새끼들." 」

 

「 이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그는 진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답했다. 사람이 안 죽어야 되는 거야.  
   사람 죽으면 이사고 뭐고 그냥 요대로 주저앉는 거라고. 흐.」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오직 분명한 한 가지는 그가 전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잠들게 되나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사라 불렀다.」

 

 「얘기 너무 좋아하지 마. 너무 그럴듯하면 일단 의심해봐야돼. 진짜는 어딘가 어설프다구.
    아귀가 딱딱 맞으면 십중팔구 소설이거나 사기야」

「세상에는 보물선의 전설을 믿는 사람, 직접 보물을 찾겠다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
   그리고 그걸 재료로 돈을 버는, 재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나 이런 구조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다. 화도 제대로 못 내고 혼자 저지른 일, 아무도 모를 일이나 조용히 뒷감당을 한다.
   알고 보면 다들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되냐.」

「막상 함께 지내보면 까짓,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중략...
   그렇게 누군가와 옥닥복닥 부대끼며 지내다보면, 어쩌면 내게도 그림자가 생길지 모른다.」
 


「남자들은 어수룩하여 쉽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영악한 여자들은 그걸 눈감아주는 대가로 많은 것을 얻는다.」

 

「도덕적으로 살면 걸리적거리는 게 없다. ...중략... 그렇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중략...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더는 피곤한 게 없는 삶. 
   그런 사람에게 인생이란, 다소 예외가 있기는 해도, 경부고속도로 같은 것이다.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꾸준히 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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