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파크
홍인혜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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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소심상에 빛나는 카피라이터 루나의 샐러리걸 일상사'

 

지인의 추천을 받았는데, '노벨소심상'에 눈이 번쩍 뜨였다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라는 말에 멈칫했었다.

직장을 안 다니는 내가 '샐러리걸 일상사'에 얼마나 공감하며 이 만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좀 고민하다가(빌려보는 책이라면 몰라도, 사는 책은 늘 진지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흠흠) 그녀의 소심 스토리를 들어보고 싶어 구입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늘 동생으로부터 피를 좀 바꾸라는 핀잔을 듣는 트리플 에이형 왕소심녀로서, 노벨소심상을 매년 수상한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같은 소심의 대가다.(뭐,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 많~~~~~이 나아진 게 이 정도다.-_-!)

그러므로 소심하게 이 책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샀는데, 소심 동지를 만난 기쁨에 어찌나 반갑고 재밌던지!

 

나의 그림 일기를 보는 것 같은 책이었다.

 

구입한 물건을 부득이하게 교환/환불하게 되었을 때 밤새 '멘트'를 고민하며 밤잠 설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정장 입고 양반다리 금단 증상을 보이는 것도, 한때 열광했던 스타의 온갖 자료를 버리지 못하고 다 모아놓고 있는 것도, 자외선 차단제 바르면 이후에 이어지는 화장이 귀찮아 아예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도, 고기가 다 익었는지와 음식이 상했는지는 꼭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도, 수면은 여덟 시간이 미니멈인 것도, 버스 하차 시 카드 못 찍어 밤새 버스비가 올라가고 있을까봐 걱정하는 것도, '명랑기'와 '슈크림' 상태를 쉼 없이 오가는 것도,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 거.야!!!

여기에 당신의 소심 동지가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려오는 데서 느껴지는 반가움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찌보면 소소한, 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기록들을 보며, 많은 것을 공감하고 때로는 작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샐러리걸 일상사'에 공감 못 할까봐 멈칫했지만, 그렇다고 회사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몇 편 실린 것도 직장인 아닌 내게도 충분히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이런 사랑스러운 일기를 쓰고 그릴 수 있는 그녀가 참 부럽다.

그럼요,

루나파크는 절대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구요! 일생의 큰 재산이 될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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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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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연이어 두 번을 읽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읽은 건지,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낀 것 같아 멍하기만 했다.

앞부분부터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30년 전) 이야기를 풀어 놓는 통에 그들의 대화에서 철저히 배제된 느낌이었고,

이어서는 '김지하' 시인의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이 소설은 얼만큼이 사실이고 얼만큼이 허구인가 따위를 궁금해 하느라 집중하지 못했고,

한참을 읽어나가면서는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과 '메이스케'와 '애너벨 리'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되며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덮어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하루 쉬었다가 다시 펼쳐들었다.

 

역시, 책은 두 번째 읽을 때부터 그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인가?

('참맛'을 알았다고까지는 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처음과 달리 무척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처음에 나를 힘들게 했던 앞부분의 어리둥절함은 이제 반가움으로 변했다. 아, 그 이야길 하고 있는 거군!

뒤죽박죽 혼동이 되어 정신을 못차리던 여러 이야기들도 머릿속에서 착착 정리가 되어 전혀 혼란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쿠라 씨의 목소리가, 더욱 잘 들려왔다.

 

자신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어느 한 순간 때문에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며 불안하게 살아온 사쿠라.

종국에는 그녀가 모든 것을 극복하고 더욱 강인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해도,

그녀의 인생에 짙은 어두움을 드리운 그 과거, 그녀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 그래서 더욱 두렵고 무서웠던, 피하고 싶었던 그 과거.

 

마거섁 교수의 블랙박스는 참으로 독특한 컬렉션이더군. 그래서 나는 사쿠라 씨에게 보여줘도 될 것과 보여주면 안 될 것들을 꼼꼼하게 선별하고 있어. 그래, 그녀가 끝까지 모르는 채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결국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어여쁜 꽃장식으로 포장된 과거의 추억과 더불어 마거섁 교수가 떠난 후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146)

 

나는, 이 '아름다운 애너벨 리' 사쿠라 씨가 끝까지 '그것'을 모르도록, 그래서 '어여쁜 꽃장식으로 포장된 과거의 추억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한차례 '싸늘하게 죽'었다.

나 역시 고모리가 잔인하다고 저열하다고 생각하고, 왜 그녀에게 굳이 '애너벨 리 영화' 무삭제판을 보여줬는가 분노했지만,

사람은 결국 예쁘게 포장된 과거에 속아서 살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사쿠라 씨는 영영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테지.

진실을 아는 순간, 삶은 악몽보다 더한 것이 되어버릴지라도, 결국에는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진짜 삶과 대면하는 수밖에.

 

사쿠라 씨는 결국 '메이스케 어머니' 역을 멋지게 소화해냈을 것이다.

단풍나무 숲에 울려퍼진 그 '넋두리'는 연기가 아니고 그녀 자신의 탄식과 분노였을 테지.

그걸 뱉어내기까지 그녀는 너무 힘들었겠지만, 타인으로 인해 망칠 뻔한 자신의 진짜 삶을, 바로 그 순간, 되찾아왔다는 느낌.

우리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는 싸늘하게 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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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를 떠나라 - 옛 습관과의 이별
웨인 W. 다이어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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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팍팍 불어넣어 준 책.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해에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작년에 야심차게 세웠던 계획 중에 실천한 게, 이뤄진 게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에 내심 부끄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해서였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새해에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이나 각오보다도,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지만,

그래도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격려해 줄 '스승'의 손길이 있다면 마음을 다잡는 데도, 새 각오를 실천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동안 멀리해왔던 자기계발서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그리하여 난 2010년의 첫 '스승'으로 이 책을 골랐다. '옛 습관과의 이별 - 오래된 나를 떠나라'

"스승님! 제가 제발 저의 오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거듭 태어나게 도와주세요!"

 

이 책이 집에 도착하기를 기다려 받자마자 그날 다 읽어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책 속에 빨려 들어가, 책에서 주는 이 긍정적인 기운을 한 줄기라도 놓칠새라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

마음이 닫혀 있으면, 책에서 어떤 말을 해도 흥, 핏, 칫, 정도의 소리밖에 나오지 않게 된다.

반대로 마음이 열려 있으면, 이 한 권의 책에서 우주의 기운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영적인 스승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경청에 또 경청을 하며 '옳습니다!' '믿습니다!'를 외치게 된다.(그러니까, 적어도 내 경우에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은, 이보다 더 열릴 순 없다,의 상태로 활짝 열린 상태였다.

오래된 나를 떠나고자 하는 의지가 불끈 솟아 올랐고, 그 어떤 가르침이라도 기꺼이 받아 들이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자기계발서를 찾아 나섰으니까.

이 책과 나의 '시절 인연'이 아주 멋지게 잘 맞았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흡족하다.

 

우선 과거의 나와 헤어지기 위해서 일단은 내 증상을 알아야했다. 나를 '요모양 요꼴'로 만든 좋지 않은 습관은 뭐가 있을까.

"과거가 너를 변호하지 않게 하라"

이 책을 만나야겠다고 마음 먹게 한 가장 강한 글귀였는데, 그랬다, 나는 늘 과거의 내 모습을 가지고 나를 변호해왔다.

나는 원래 그래.

나는 원래 늦게 일어나, 나는 원래 모험을 싫어해, 나는 원래 글을 못 써, 나는 원래 사람 이름을 못 외워, 나는 원래 그런 데 소질이 없어...

내 삶을 '원래'라는 이름의 변호사에게 맡겨버리고 내가 정의한 그런 인간으로 살아온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인 것이다.

이제는 그 변호사를 해고하겠다.

더이상 내 삶에 어떤 변명도 갖다 붙이지 않겠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18가지 변명의 예를 들어보이고, 그 변명에 작별을 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변명들 중에는 내가 나 자신을 속이는 데 쓰는 변명들도 꽤 여럿이었다.

일테면 이런 것들.

하기 어려울 거야 / 너무 위험해 /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 가정 불화를 일으킬지도 몰라 / 나는 자격이 없어 / 그건 내 성격에 안 맞아 / 경제적 여유가 없어 / 그런 일은 해본 적이 없는 걸 / 난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 나는 겁이 너무 많아

그 중에서도 '하기 어려울 거야' '그건 내 성격에 안 맞아' '경제적 여유가 없어' '그런 일은 해본 적이 없는 걸'은 특히 내가 자주 써먹는 '변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것들이 변명이라는 의식도 별로 하지 못했던.

 

이제 이런 변명들과 작별하고, 나를 지금 '요모양 요꼴'로 만든 과거의 안 좋은 습관들과 작별하면, 오래된 나를 떠나, 2010년의 새로운 나,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거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찬 이 책이, 내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 준 기분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래된 나를 떠날 수 있는지 그 길을 가리켜 보였다.

이젠 내가 굳은 의지와 노력으로 열심히 그 길을 따라나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나를 떠날 수 있을까?

올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또다시 무릎 꿇고 OTL 이런 모습으로 좌절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정말이지 새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열정이 있다면 변명 따위는 필요치 않다. 열정 앞에서는 그 어떤 이유도 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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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의 법칙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
피터 피츠사이몬스 지음, 강성희 옮김 / 프리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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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분야를 적기 위해 책 상세 정보를 찾았는데 '자기계발'이라고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220쪽의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이 책이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은 못 했다. 아니 '자기계발'이라고 써진 걸 보고도 못 믿겠다.

이 책이 정말 자기계발서란 말인가?!

내 멋대로 이 책을 분류하자면 [8.유머]라고 썼을지도 모르겠다.

 

동생 집에 가져간 책을 다 읽고 동생의 빈약한 책꽂이를 훑어보다가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골라 든 것이 이 책이었다.

이 책에는 무지 많은 '법칙'들이 나온다. 법칙 하나 당 평균 두 쪽 정도가 할당 되어 있으니 거의 80~90개 정도의 법칙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조카를 돌보며 짬짬이 읽기에 좋은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말 그대로 '짬짬이', 그러면서도 빠져들어 읽었다.

 

별점은 별로 안 주고 '빠져들어 읽었다'라고 하니 뻥치는 거 같지만, 책의 유익함이나 책의 질과 무관하게 책이 꽤나 흥미로운 건 사실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법칙들이 있다는데, 그리고 그 법칙들은 대부분 51%만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이 법칙들은 다 무언가, 또 나는 과연 51%의 편인가 49%의 편인가 고민도 하느라 정말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다가 공감 가는 게 별로 없어서 초반에 덮었다는 동생이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그 책 재밌어??"

그러니까 아마 나는 이 책의 51%에 공감을 한 독자 51% 중 한 명인 모양이고, 내 동생은 이 책의 51%에 공감을 못 한 49% 중 한 명이 되었던 모양이다.

수많은 법칙 중에 내가 정말 그렇군 그래! 하고 공감을 한 법칙은 몇 개 없고, 음, 그럴 수도 있겠군, 이라는 생각이 든 법칙까지를 모조리 꼽아보면 이 책의 절반 가량, 그러니까 51% 쯤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100% 공감할 필요는 없다. 51%만 공감하면 딱 저자의 의도에 맞는 결과인 것이다.

 

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말에는 49%의 공감만을 보낸다.

아니,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이 다 이 책에 실려 있다면 나머지 법칙들은 어쩌라고? 아마 저자가 모르는 정말 재미있는 법칙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어봐도 저자의 세계(호주, 스포츠 분야 등)에 크게 치우쳐 있는 법칙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자가 속한 세계 외에도 재미있는 법칙들이 많을 것이라는 데 51%의 희망을 걸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법칙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법칙은 '애덤스의 법칙'이었는데, 이 법칙만큼은 51%가 아니라 100% 맞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니까 애덤스의 법칙이 뭐냐하면,


매주 책을 한 권씩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애덤스의 법칙에 의해 우리 모두는 좋은 사람! 혹여 독자들이 흥, 그런 게 어딨어,라는 마음이라도 가질새라 그 법칙에 이런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곧 다양한 생각들을 접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닫힌 마음의 비열한 정신을 가질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매주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는 것이다.'(199~200)

 

그리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머피의 법칙'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역시 '머피의 법칙'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법칙인지라 아주 깔깔거리고 웃으며 허공에다 대고 '미투하기'를 클릭했다. 머피의 법칙에서 파생된 이른바 그 아들 법칙들인데, 일테면 이런 것들.


치통의 법칙 : 치통은 꼭 치과 문 닫는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라디오의 법칙 :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제일 좋아하는 노래의 끝부분이 나온다.

애프터 서비스의 법칙 : 고장난 제품은 서비스맨이 당도하면 정상으로 작동한다.

전화의 법칙 :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다고 판단하는 순간 상대방이 통화중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법칙들은 다 내가 겪어본 것들이므로, 절대 공감.

이 책에는 이런 다양한 법칙들이 가득하다. 뭘 크게 얻을 것은 없지만, '파레토의 법칙'에서 확장된 한 법칙, '한 권의 책에서 취할 수 있는 가치의 80%는 그 책 20%정도의 페이지에서 나온다.'처럼 이 책의 20% 정도는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가볍게 머리 전환하며 한번씩 공감의 웃음도 터뜨려가며 재밌게 읽을 수 있으니까.

내 동생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던 말던, 나는 이 책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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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ㅣ 마이노리티 시선 17
문영규 지음 / 갈무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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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해 둔 책들을 사러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다가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으로 소개 되어 있는 이 시집을 봤다.

제목이 딱 이 계절을 위한 시집이었다. 겨울에는 이런 제목의 시집 한 권 만나는 것도 의미있지 않겠는가는 생각도 들고, 여튼 제목이 무척 끌렸으므로 얼른 구입했다. 그리고 마침 이 시집이 도착할 즈음에는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제목은 이 겨울에 무척 잘 어울리지만, 시집은 전체적으로 추운 계절에 읽기에는 더욱 춥고 뼈마디가 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추운 계절에 만났기에 이 시집의 느낌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문영규 시인은 (이 시집에 실린 시에 의하면) 선반공이다. 선반공이 정확하게 무엇하는 직업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시들을 통해서 대충 감은 잡힌다. 그러니까 엄청 힘든 육체 노동을 하는 직업이다.

이 시집에는 그의 고단한 노동의 현장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조질나게 날씨는 또 왜 이리 더운지 / 땟국물이 눈으로 파고든다 / 시장기가 도는 걸 보면 / 점심때도 다 된 모양 / 깐깐한 수입검사 기분 구슬리며 / 납품 마치고 나니 / 씨부랄, 팔다리에 쥐가 내린다'('노역일기' 부분) 같은 문장이나, '공단에서는 방금 누가 또 / 기계에 치여 죽었다는 / 전화가 왔다 // 환장할 것 같다'('장마 4' 부분) 같은 문장은 차라리 어느 노동자의 일기 한 부분을 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사로잡힐 정도다. '씨부랄' 이니 '환장할 것 같다'는 표현에 웃음이 팍 날 것 같으면서도, 웃으면 무언가 죄 짓는 기분 들어 이내 다시 정색하며 시를 읽게 되었다.

 

한 편의 고즈넉한 겨울 시를 생각하고 시집을 펼쳐들었다가 무언가에 호되게 당한 기분이다.

왜 그럴듯한 눈 풍경 사진과 함께 올릴 만한 시들이 눈에 띄지 않는 거지, 제목에 낚인 건가, 하는 생각으로 시집을 넘기다가,

어느 틈엔가 이 시집의 제목이 뭐였는지, 내가 무얼 기대하고 시집을 펼쳤는지는 잊었다. 나는 한 노동자의 일기에 빠져들었다.

그제야 제목이 아닌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왔다.

표지 그림은 G.꾸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 1849>라는 제목이었다. 열심히 돌을 깨고 있는 두 노동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의 옷은 모두 찢어지고 해어져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들의 간난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시집과 정말 잘 어울리는 건 이 시집의 제목이 아니라 바로 표지 그림이었다.

 

나는 육체 노동자가 아니다. 나의 그럴듯한 육체 노동의 기억은 청소년기를 보낸 시골에서 부모님의 농사 일을 가끔 거든 게 거의 전부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한참을 일하다 보면 '씨부랄, 팔다리에 쥐가 내'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한증막에 한참을 있은 것처럼 숨이 턱 막히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 알량한 육체 노동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시집에 이리 마음을 빼앗기고 공감한 것은, 평생을 육체 노동으로 살아온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 고된 마음을, 우리 부모님이 읽는다면 더더욱 공감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든 고된 노동자들을 위한 헌시,라는 생각이다. 몸 어느 세포에 고된 노동의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집을 읽으며 격한 공감과 또 그 공감에서 오는 후련함을 맛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시집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마음, 많이들 나눠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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