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 사이에, 꽃이 필 때 - 안세아, 케임브리지에서의 늦은 사춘기
안세아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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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그득한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제목이 예뻐 무심코 빼어들었던 책.

살짝 넘겼다가, 단박에 파스텔 톤으로 내 마음을 물들이는 사진들에 반해, 눈에 하트를 그리게 만들었던 책.

 

이 책은 그렇게 내게로 와, 어느 잠 안오던 날, 나의 밤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려주었다.

(밤이 환해졌으므로, 잠은 더욱 달아나고, 나는 비슷한 감성의 책을 찾아, 또 다른 여행을 떠났더랬다...)
 

 


 

책날개의 저자 프로필에서, 한여름, 한낮의 태양보다 더욱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열정', 그 단 한 단어를 심장에 심어주는, 뜨겁고도 옹골찬 삶을 살고 있는 젊고 예쁜 저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프로필도 꽤나 인상적이다.

'일곱 살, 연분홍 벚꽃 가득 피운 나무 아래에서 쓴 두 줄짜리 시로 처음 상을 탔다.

이후 시, 소설, 드라마 등을 쓰며 고등학교 때 30여 개의 상과 문예지 문학상을 받았다.'

일곱 살 저자에게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는, 두 줄짜리 시가 몹시 궁금해졌다.

 

  



'안세아, 케임브리지에서의 늦은 사춘기'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감성 충만한 글들이, 내게도 '늦은 사춘기'를 가져다 준다.

 

_ 견딜 수 없을 만큼, 누군가가 궁금해졌으면... (311)

 

_ 지치는 건 너무 먼저, 일찍부터 기다렸기 때문이고, 문득 그리워지는 건 벌써 멀리, 마음보다 너무 빨리 걸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1)

 

_ 수많은 틈과 빈자리를 건너 지금 이곳에 선다. 꽃이 지고 꽃이 피는 계절 사이, 나뭇가지가 벌어질수록 점점 더 크게 펼쳐지는 그늘, 부드럽고 향긋하게 비어 있는 나의 의미, 말랑말랑한 모처럼의 여백. (157)

 

 


책을 읽던 중 문득, 지금 지구 저쪽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나와 엇박자로 아침과 밤을 맞으며, 나와 다른 일기예보를 챙겨보고, 나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어?"라는 나의 질문에 이국의 냄새가 절로 맡아질 것 같은 음식 이름을 말해주던, 친구가.

벌써 노트 두 권을 넘겼다는 친구의 일기장에도 이런 글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아,

친구가 돌아오면 그 일기장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슴속에 그리움 한 방울까지 더해주며, 내게 환한 밤을 선물해준 이 책.

참 예쁘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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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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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내가 늘 꿈꾸는 집.

 

집안 곳곳 시선 닿는 곳 어디에나 책이 있고,

아무 때고 책 한 권을 빼어들어 책 속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꿈꾸는 나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제목의 책.

제목에 반해, 책이 빼곡한 표지 그림에 반해 진작에 사두었던 책인데, 이제서야 꺼내 읽어보았다.

 

필사쟁이 아버지 밑에서 늘 책을 곁에 두고 살아온 장이를 따라, 책이 가득한 이야기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이야기는 의외로, 그저 책과 함께 하는 순수한 동심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천주교 탄압과 연관되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 속에 조금씩 성장해가는 장이의 모습도 있고, 풋풋하게 싹트는 수줍은 마음도 있고, 책에 관해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문장도 있다.

 

필사쟁이로 커가는 장이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가슴에 와닿은 것은, 바로 그 책에 관한 문장들이었다.

 

"훌륭한 선비님들은 『논어』나 『맹자』가 재미납니까? 전 들여다보면 잠만 오고, 봐도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책방에서는 그 책이 가장 많이 나갑니다."

"난 훌륭한 선비가 아니라 그런 책은 어렵고 재미없다. 다만 재미는 없어도 곱씹고 새겨들을 말은 있지."

(...)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53)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78)

 

책과 노니는 집,에서, 책과 노니는 마음을 가득 충전하니, 내 방 안의 책들이 어찌나 더 사랑스럽고 예뻐보이던지.

책 한 권에 도토리 한 알, 책 두 권에 도토리 두 알, 그렇게 겨울 양식 풍족하게 마련해 둔 다람쥐의 마음으로 든든하다.

아름다운 내 책들. 좁지만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책과 노니는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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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ㅣ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1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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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 맨 윗줄에 토지 스물한 권 세트와 나란히 꽂혀 있는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여섯 권.

방바닥에 누워 멀뚱멀뚱 책장을 올려다보다가, 이런 거장의 책도 안 읽고, 나는 만날 뭘 그렇게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올해 안에 내게 있는 두 거장의 책을 다 읽어야겠다,는 야심찬 생각을 하며,

작년에 읽다가 중단한 토지와 박완서 선생님의 책 한 권을 빼어들었다.

여름을 좋아하는 나이니까, 제목에 끌려 『배반의 여름』을 먼저 꺼내들었다가, 출간 년도별로 엮여 있다는 걸 알고는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1971년에 여성동아에 발표된 「세모」부터, 1975년에 주간조선에 발표된 「서글픈 순방(巡房)」까지, 모두 1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우리 엄마 아빠가 만나기도 전, 우리 엄마가 아직 소녀이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 시절에 이 세상에 태어난 이야기들.

글이 아닌, 그때의 다른 어떤 것들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일테면 옷이랄까 대중가요랄까 사람들의 머리 모양이랄까 뭐 그런 것들.

조금쯤은 촌스럽다고, 또는 완곡한 표현으로 예스럽다고 표현하게 될까?

지금의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시간의 흐름이 크게 느껴져서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런 시대에 유행했던 옷이나 머리 모양이나 노래 등에 매력을 느끼거나 빠져들지 못하니까. (아, 노래라면 몇 곡 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잠깐 생각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을, 나는 얼만큼 느끼고 공감하고 그려볼 수 있을까?

내가 읽는 책들은, 거의가 '신상'들이었으므로, '옛날 이야기'들을 만나는 데 있어 조금은 염려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유행을 타는 옷이나 머리 모양이나 대중가요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이건, 글,이니까.

이 책속의 글은, 1980년대에 태어난 나를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우리 엄마 아빠가 만나기도 전, 우리 엄마가 아직 소녀이던 때까지' 데리고 들어갔으며, 어떤 거리감이나 '세대 차이' 같은 것도 거의 느낄 수 없이, 그냥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197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박완서라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가가 써낸 '초기작들'. 거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염려가 있을 게 무엇인가.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작가의 초기작들을, 작가 나이의 반토막도 안 되는 '어린 독자'가 이제서야 읽어보는 것이다.

사실, 진작 읽어봤어야 했을 책들이나, 작가 '등단 40주년' 맞이 기념 독서,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괜시리 혼자 뿌듯해하며...

 

이야기 한 편 한 편 모두 참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읽었지만,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제 막 부자의 반열에 올라선, 그전에는 서민이었던 사람들의 심리였다.

'이십오 만원 위에 '단돈'을 붙여서 부를 때의 통쾌감, 부르주아가 된 기분이란 이래서 좋은 거다(주말 농장)', '돈을 가졌다는 건, 이 백화점에 진열된, 제아무리 빼어난 고급품이라도 아양을 떨지 않고는 못 배길 돈을 가졌다는 건 얼마나 신바람나는 일이냐 말이다(세모)', '나는 문득 잘사는 여러 친구들의 이름을 아무런 아픔 없이 구구단처럼 암송할 수도 있어진다(세모)', '맹자님이 지금 세상에 살아 계시다면 별수 없이 돈 세는 재미를 인생 삼락 중 으뜸가는 열락으로 꼽으셨으리라(세모)' 같은 문장들.

아마 나는 아직 만 원짜리 한 장 앞에도 '단돈'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벌벌 떨며, '잘사는 여러 친구들의 이름을 아무런 아픔 없이 구구단처럼' 욀 수 있어본 적 없는, 서민 중의 서민이기 때문인 걸까? 그리고 언젠가는 '부르주아가 된 기분'을 느껴보길 꿈꾸고 있는 걸까?

나도 내 마음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이런 문장들을 무척 흥미롭게 지켜봤으며, 책을 덮은 지 두 달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 내 안의 재미있는 반응이다. 속물적인, 지극히 속물적인!

 

아, 아무튼,

토지와 박완서 단편 전집을 다 읽겠노라 다짐했던 건 6월이고, 한 달 여가 지나는 동안 토지는 이제 겨우 두 권을 더 읽었을 뿐이고, 박완서 단편 전집도 한 권을 읽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읽고 싶은 '신상'들이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 탓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는 그 둘째 권인 『배반의 여름』까지 꼬옥 펼쳐보리라, 다시 한 번 마음먹어본다.

거장의 책을 펼쳐보는 일은, 현실적 물질 세계야 어떻든 내 정신 세계가 '부르주아'가 되는 일인가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아무 때고 내 책장에 빼곡히 늘어서 있는 이 책들을 뽑아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통쾌감, 부르주아가 된 기분이란 이래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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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한정판) -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ㅣ 그림이 있는 포에지 1
정현종 지음 / 열림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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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특별한 시집이다.

1000부 특별 제작된 애장본을 받아든 우리들은, 이 어여쁜 시집을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고, 겉표지도 벗겨보고,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감상하며, 이런 예쁜 애장본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무척 기뻐했고, 뿌듯해했다.

내 것은 '650/1000'.

 

집에 돌아와, 찬찬히 시들을 읽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_ '섬' 전문

시를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내게도 익숙한 시 몇 편도 보이고, 새롭게 내 가슴에 커다란 흔적을 남겨준 시들과의 만남도.

시집을 읽는 시간은, 공감과 공유와 위로의 시간이다.

이런 감정들이 진해질수록, 그 시집과 나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져 간다. 시집과 나 사이에 있는 섬에, 조금씩 가까이 닿고 있다는 기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_ '방문객' 부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데리고 함께 오는 방문객을 맞은 것처럼,

이 시집이 내게 시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그러니까 그의 일생을 함께 가져다 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 시집 속에는 얼마나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으며, 얼마나 고귀한 삶이 녹아 있는 것인지...

 

이 시집과의 만남이 내 삶의 한자락을 '공감과 공유와 위로 플러스 알파'에서 오는,  행복으로 물들여줄수록,

나는 존재도 모르고 지나쳤을 이 시집의 존재를 내게 일깨워주고, 예쁜 마음 담아 전해준 지인에게 고마운 마음도 더욱 커져갔다.

M 언니,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굳이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보급판으로라도, 이 시선집의 시들, 많은 이들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시와 나 사이에 쉬이 가 닿아지지 않는 섬이 하나 있는 이더라도, 이 시선집으로, 그 섬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귀한 시집 한 권.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_ '행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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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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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부끄러우니까 말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리뷰를 못 썼나?

사랑 고백도 아니고....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이해를 못 했다. -_-;

 

책을 덮고 나서 지인에게 계속 문자로 찡얼거렸다.

일단은, 도대체 이 책의 배경이 대략 언제쯤 되는 것이며, 세상이 왜 이렇게 황폐해져 있는지, 다 읽고 나서도 감도 오지 않더라는 거다.

(이 유명한 책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었느냐고 놀란대도 할 수 없다. 나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자연 재해가 휩쓸고 간 거예요? 엄청난 재앙이 닥치기 전에 환경을 보호하라는 거예요?

물음표로 가득한 독후 소감(?)에 지인은 '핵전쟁' 이후가 아니겠느냐고 슬쩍 일러줬다. 그 역시 확신에 찬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 핵전쟁. 나는 생각도 못 해본 테마다. ('화산 폭발' 이후인 줄 알았음.)

 

사실 묻고 싶은 건 엄청 많았다(마치 그 지인이 코맥 매카시라도 되는 것처럼).

그런데 부자는 왜 불을 전한다고 어디로 이렇게 가는 걸까요? 이 무대가 지구 전체인 걸까요 어느 한 나라인 걸까요? '적군'과 '아군'으로 나뉜 무리가 있는 거 같은데 어째서 '적군'이 있는 거죠?(그러니까, '화산 폭발'이 배경인 줄 알고, 같은 재해를 당했는데, 어째서 총칼을 든 적군이 살육자로 나오는지 무지 궁금했음.) 마지막에 만난 사람들이, 소년을 잡아먹진 않겠죠?(워낙 많은 물음표들에 둘러싸이다보니, 정말 이런 것도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은, 이 책을 읽은 지 한참 지나, 물음표의 개수가 줄었지만, 정말이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 동동동,이었다.

'핵전쟁'이라는 단어 하나만 쥐고 봤어도, 궁금증이 좀 덜 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정말 '핵전쟁'인가요?)

어쨌든, 아버지와 아들의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여정은, 손에 땀을 쥐며 봤다.

이 책을 다시 읽겠다는 생각보다, 코맥 매카시의 다른 책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일단 다른 책을 읽어봐야, 이 책이 '매카시의 글이 도달한 가장 아름다운 성취'인지 아닌지 느껴볼 수 있을 것 아닌가.

 

내겐, 너무 멀고도 험했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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