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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한정판) -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ㅣ 그림이 있는 포에지 1
정현종 지음 / 열림원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사랑하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특별한 시집이다.
1000부 특별 제작된 애장본을 받아든 우리들은, 이 어여쁜 시집을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고, 겉표지도 벗겨보고,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감상하며, 이런 예쁜 애장본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무척 기뻐했고, 뿌듯해했다.
내 것은 '650/1000'.
집에 돌아와, 찬찬히 시들을 읽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_ '섬' 전문
시를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내게도 익숙한 시 몇 편도 보이고, 새롭게 내 가슴에 커다란 흔적을 남겨준 시들과의 만남도.
시집을 읽는 시간은, 공감과 공유와 위로의 시간이다.
이런 감정들이 진해질수록, 그 시집과 나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져 간다. 시집과 나 사이에 있는 섬에, 조금씩 가까이 닿고 있다는 기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_ '방문객' 부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데리고 함께 오는 방문객을 맞은 것처럼,
이 시집이 내게 시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그러니까 그의 일생을 함께 가져다 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 시집 속에는 얼마나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으며, 얼마나 고귀한 삶이 녹아 있는 것인지...
이 시집과의 만남이 내 삶의 한자락을 '공감과 공유와 위로 플러스 알파'에서 오는, 행복으로 물들여줄수록,
나는 존재도 모르고 지나쳤을 이 시집의 존재를 내게 일깨워주고, 예쁜 마음 담아 전해준 지인에게 고마운 마음도 더욱 커져갔다.
M 언니,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굳이 한정판이 아니더라도, 보급판으로라도, 이 시선집의 시들, 많은 이들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시와 나 사이에 쉬이 가 닿아지지 않는 섬이 하나 있는 이더라도, 이 시선집으로, 그 섬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귀한 시집 한 권.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_ '행복'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