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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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 두 김 작가님의 대책없이 재미있는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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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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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사십 년, 천부적인 이야기꾼 김주영의 신작 장편소설'

이라는 문구를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이래서 띠지도 중요해!)

등단 사십 년, 대작가이건만, 나는 아직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 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며 당장 책을 집어들었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안 접힌 귀퉁이보다 접힌 귀퉁이가 더 많아지고 밑줄 긋느라 책장을 넘기는 손길도 자꾸 멈추어야만 했다.

아, 대작가의 글이란, 역시, 이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나.

오랜만에 대단한 보양식으로 내 몸의 피와 살을 더욱 튼실히 한 기분이다. 이 책을 만난 게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늘 밖으로만 떠도는, 집에 와서는 마음 편히 쉬지도 못 하고 쫓기는 게 일인 아버지와, 말은 자못 퉁명스럽고 곰살맞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아버지를 지키는 데 있어서만은 지구를 지키는 슈퍼맨보다도 더 훌륭한 어머니와, 어머니에게 애물단지 취급 당하며 몸과 마음 모두 '빈집'에 갇혀 지내는 '나'. 여기에 더해 나의 어머니와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며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아버지의 전처와 '나'의 배다른 언니인 수진.

이들 가족이 내 마음속 빈집으로 걸어들어와, 내 안을 일시에 왁자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이들 이야기에 빠져 밤을 새워 읽고 말았다.

 

마치 의붓어머니처럼 '나'를 구박하는 모습의 어머니가 처음에는 싫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는 이 어머니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지아비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거리할 때의 그 말투나, 형사 앞에서 남편을 빼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꾸미는 능청스러움이나, 이미 헤어진지 오래 된 남편의 전처를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려는 데서 설핏 엿보이는 여자로서의 질투나, 이러저러한 모습들이 내게 점점 어떠한 연민과 심지어는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했다.

이 어머니의 모습이, 어쩐지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다 읽자마자 작가의 또 다른 책을 구입했다.

웅숭깊은 느낌의 책을 읽고 싶을 때, '등단 사십 년,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작가의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이제야 작가의 책을 만나서 유감이지만,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_ 이웃에서 스며든 저녁연기들이 노을 속으로 들어가 날개를 접었다. 고요와 적막함이 서로 엉키고 뒤섞여 이상한 안도감이 가슴속에 자리잡았다. 노을이 사라지면서 어둠은 땅으로부터 천천히 피어올라 허공과 하늘에 나열되어 있던 모든 것을 지워나갔다. 그리고 땅으로부터 피어올랐던 어둠의 깨알 같은 파편들이 그때부턴 민들레 꽃씨처럼 하늘하늘 땅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97)

 

_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밤중에도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대상이 있다. 그것은 불 켜진 상점과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밤중이 아니라, 멀리서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잘 보인다. (143)

 

_ 알고 보면 나도 가엾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게 내 책임이냐, 그렇다고 너 책임이냐. 아무에게도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이 그러라고 시킨 일인데, 책임 소재가 따로 있겠나. 그렇다면 나나 너나 그렇게 훌쩍거리고 울어봤자, 모두가 남이 보면 웃을 일이다. 사주팔자 시키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디쯤 가서는 지쳐서 끝장이 나겠지. 울지 말고 어서 일어서거라.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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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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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다린 그 사람'이 있긴 있었고, 세상 모든 유행가가 내 얘기처럼 들리지는 않더라도, 괜히 이런 말 한 마디쯤 속는 셈 치고 믿어보고 싶긴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올까? 하는, 참, 다분히 순진(?)하고, 다분히 불순(!)한 의도로 이 책을 읽었더랬다.

(뭐 결론부터 말해서 어찌되었냐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기다린 그 사람'이 오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후 며칠이 지나는 동안 어쩐지 내 마음도 돌아서버렸다는, 뭐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결론.)

 

잠시나마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저 문장은 신형철 평론가의 문장이다.

 

아름다운 단편소설 한 편을 읽는 일. 시는 너무 짧고 장편소설은 너무 길다. 자기 문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좋은 단편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시간은 음악처럼 흐르고 풍경은 회화처럼 번져갈 것이다.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온다. 윤대녕의 책이면 좋을 것이다. 그의 책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하염없이 날아가는 새를 닮았다.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바람이 불고 있어 아프고, 하릴없이 그 바람 맞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어 아리다. _ 신형철(문학평론가)

 

정말 아름다운 평론이다. 소설 읽기에 앞서 평론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처음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무슨 점쟁이가 사랑을 이루게 해줄 요량으로 쓴 '다 읽고 나면 기다린 그 사람이 온다' 부적이 아니고(나는 어쩌자고 저 문장을 무슨 부적처럼 믿고 잠시나마 설렜던가!), '자기 문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좋은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일곱 편의 단편을 나는 수록 순서에 상관없이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부터 골라 읽었다.

가장 먼저 만나본 단편은, '여행, 여름'.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여름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고, 여름이 오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계속계속 떠나고 싶어지니 여행, 여행, 여행 외치지 않을 수 없고, 그리하여 '여행, 여름'이라는 제목이 가장 먼저 내 마음에 들어올 수밖에.

이어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를 읽고 그 다음은 '풀밭 위의 점심'을 읽었던가 '보리'를 읽었던가, 여튼 그런 순서로 책을 읽어나갔다.

처음에 세 편 쯤 읽었을 때는, 지인에게 추천을 하며 (아직 '부적'의 영향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정말 글에 푹 빠진 탓인지) 내 온 마음을 내어주며 읽었다.

그리고 '대설주의보'를 끝으로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모두 섞여, 하나의 이야기처럼 내 안에 저장되어 버렸다.

다 두 명의 남자가 나왔던 거 같고, 한 여자가 나왔고, 이들은 내 고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 년에 한두 번쯤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졌고, 각자에게 또는 어느 한 편에게는 가정이 있었고, 이런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조금 색다르게 기억되는, 그래서 세세한 이야기가 기억 나는 작품은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한 편뿐이다.

 

내 곁의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겠다면 나는 한번에 읽지 말라고, 한 번에 한 편씩만 보고, 그 여운이 사라질 때쯤 또 다른 한 편을 펼쳐보고, 그렇게 읽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러면 나처럼, 이 일곱 단편을, 하나의 장편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나도 그렇게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다음 겨울에 다시 한번 펼쳐보리라 생각해 본다.

 

_ 세상 모든 이들이 저기 언덕 너머에 숨어 있는 달리아밭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삼가 두 손 모음.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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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민음사 세계시인선 38
E.디킨슨 지음, 강은교 옮김 / 민음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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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은 우리가 서로 모르고 지내는 사이에도 우리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었나보았다. 서로 모른 채로 성장했어도 우리는 모르는 시간 속에서 이런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단이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고 나에게 주고 또 어디선가 윤미루 언니는 고양이에게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우리는 그렇게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그 뒤에 내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본다면,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나처럼 어.나.벨.을 읽고 에밀리 디킨슨을 만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이 너무 애틋해서, 고양이 에밀리가 무척 사랑스러워서,

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소설의 마지막 장을 두 번 덮고 난 후, 이 시집을 구입해 읽었다.

낯선 시인의 처음 읽어보는 시집이었지만, 어쩐지 내가 읽은 소설책의 일부인 것 같은 친근하고도 정다운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_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소설에서 만났던 시를 시집에서 만났다. 이 짧은 시 한 편에서 소설이 읽힐 것만 같다. 굳이 이 시를 만났던 소설이 아니라도, 그냥 다른 긴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서 실뭉치 굴러가듯 술술 풀리며 들려오는 기분이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한 소설에서 애틋함이 뚝뚝 듣는 듯한 느낌으로 등장한 시집이어서 남다른 정이 가긴 하지만,

시를 많이 읽지 않는 데다, 그나마 읽는 시들도 모두 우리 시인들의 시집이다보니 외국 시인의 시집은 낯선 느낌을 떨쳐낼 수 없기도 했다.

정서적인 낯섦, 많은 문장들이 -네, -지 등으로 끝나는 데 대한 낯섦, 원본으로 읽는 시는 어떤 맛일까 자꾸 궁금증이 샘솟는 낯섦(바로 옆에 영문이 실려 있지만, 영어에는 까막눈이라! 흑)...

이런저런 낯섦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경숙 작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존재로 서로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청춘을 사로잡아버리는 수많은 시구들.

 

조금 엉뚱하게도, 시집을 덮으며,

에밀리 디킨슨 스스로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 은둔의 삶, 그녀의 생에 단 한 번 찾아왔다던 짧지만 불꽃 같았던 사랑 등 그녀의 삶이 문득 궁금해진다.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횃대 위를 날아다니지,

말없이 노래 부르며

결코 멈추는 법 없이.

 

바람 속에서도 달콤하디달콤하게 들려오는 것.

허나 폭풍은 쓰라리게 마련.

작은 새들을 어쩔 줄 모르게 하지.

그렇게도 따뜻한 것들을.

 

차디찬 땅에서도 난 그 소리를 들었지.

낯선 바다에서도.

하지만, 궁지에 빠져도

희망은 나를 조금도 보채지 않네.

_ '희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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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호지 - 고양이로 산다는 것
이본 스카곤 지음, 장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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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네...

 

띠지에 적힌 글을 보고, 네, 라고 대답하며 두 권의 책을 샀다.

<오스카로 산다는 것>과 <릴리와 호지>

다른 두 권의 책이지만, 마침 연달아 읽었고, 책의 느낌도 같아 함께 짧은 리뷰를.

 

목판화가인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를 목판화로 그려내고 그 밑에 다른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실은 책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목판화로 섬세하게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책이라 생각된다.

고양이를 좋아는 하지만,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동거도 했었지만, 이제는 홀로 여왕처럼 군림하시는 '몽희빈' 여사 덕분에 이제는 이 까맣고 조그맣고 귀여운 미니핀 말고 다른 식구는 들일 수 없게 된 나에게, 이 책 속의 고양이들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한때 나와 함께 했던 고양이들의 모습이 아직 내 기억에 남아서일 수도 있고, 다달이 들르는 동물 병원에서 만나는 고양이 식구들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나, 하염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 벌러덩 드러누워 장난을 치는 모습 등은 우리집 몽양과도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말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함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목판화로 귀여운 세 마리의 고양이, 오스카와 릴리와 호지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하트 풍선이 뜨는데, 그 밑에 함께 실린 짤막짤막한 글귀들도 가히 명구절이다.

<오스카로 산다는 것>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젊은이를 위한 철학과 경구」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등이 출처로 되어 있는 글들이,

<릴리와 호지>에는 새뮤얼 존슨의 글들을 주로 해서 다른 유명인들의 명언들이 실려 있다.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목판화도 글도, 다 무척 마음에 든 두 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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