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그대 사이에, 꽃이 필 때 - 안세아, 케임브리지에서의 늦은 사춘기
안세아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책으로 그득한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제목이 예뻐 무심코 빼어들었던 책.
살짝 넘겼다가, 단박에 파스텔 톤으로 내 마음을 물들이는 사진들에 반해, 눈에 하트를 그리게 만들었던 책.
이 책은 그렇게 내게로 와, 어느 잠 안오던 날, 나의 밤에 환하게 꽃망울을 터뜨려주었다.
(밤이 환해졌으므로, 잠은 더욱 달아나고, 나는 비슷한 감성의 책을 찾아, 또 다른 여행을 떠났더랬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09840144579389.jpg)
책날개의 저자 프로필에서, 한여름, 한낮의 태양보다 더욱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열정', 그 단 한 단어를 심장에 심어주는, 뜨겁고도 옹골찬 삶을 살고 있는 젊고 예쁜 저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프로필도 꽤나 인상적이다.
'일곱 살, 연분홍 벚꽃 가득 피운 나무 아래에서 쓴 두 줄짜리 시로 처음 상을 탔다.
이후 시, 소설, 드라마 등을 쓰며 고등학교 때 30여 개의 상과 문예지 문학상을 받았다.'
일곱 살 저자에게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는, 두 줄짜리 시가 몹시 궁금해졌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09840144579390.jpg)
'안세아, 케임브리지에서의 늦은 사춘기'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감성 충만한 글들이, 내게도 '늦은 사춘기'를 가져다 준다.
_ 견딜 수 없을 만큼, 누군가가 궁금해졌으면... (311)
_ 지치는 건 너무 먼저, 일찍부터 기다렸기 때문이고, 문득 그리워지는 건 벌써 멀리, 마음보다 너무 빨리 걸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1)
_ 수많은 틈과 빈자리를 건너 지금 이곳에 선다. 꽃이 지고 꽃이 피는 계절 사이, 나뭇가지가 벌어질수록 점점 더 크게 펼쳐지는 그늘, 부드럽고 향긋하게 비어 있는 나의 의미, 말랑말랑한 모처럼의 여백. (157)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09840144579391.jpg)
책을 읽던 중 문득, 지금 지구 저쪽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나와 엇박자로 아침과 밤을 맞으며, 나와 다른 일기예보를 챙겨보고, 나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어?"라는 나의 질문에 이국의 냄새가 절로 맡아질 것 같은 음식 이름을 말해주던, 친구가.
벌써 노트 두 권을 넘겼다는 친구의 일기장에도 이런 글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아,
친구가 돌아오면 그 일기장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슴속에 그리움 한 방울까지 더해주며, 내게 환한 밤을 선물해준 이 책.
참 예쁘고,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