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1 - 눈동자의 집, 개정판 위험한 대결
레모니 스니켓 지음, 한지희 옮김, 브렛 헬퀴스트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가 독자들을 염려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작가인 나로서도 이렇게 불행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슬플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행복한 아이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이 책을 내려놓고 다른 책을 찾아보세요.'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패쓰~!"했어야 하는 책인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하는 궁금증을 누르지 못 했다.

 

보들레어 집안의 세 남매 바이올렛, 클로스, 서니. 이 아이들은 책이 시작된 지 다섯 페이지 만에 불행 속에 빠져든다.

집에 화재가 나서 부모님과 그들의 행복이 담긴 집을 모두 잃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 책 참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그들의 친척인 백작의 집, 바로 '눈동자의 집'에 맡겨지고, 여기서부터 아이들의 진짜 불행이 시작된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아이들에게 있겠느냐고?

대단히 불행하게도, 부모님과의 이별은 이 가여운 보들레어 집안 세 남매가 맞서야 될 불행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 아이들의 불행한 이야기를 읽어가는 일이, 역시 쉽지는 않았다.

단지 소설일 뿐인데도,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운에 절로 안타까운 탄식이...

하지만 이 책이 그저 불행에 불행만 가득한 책이었다면 읽는 데 아무 의미가 없었겠지.

이 세 남매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지혜를 모아 자신들 앞에 닥쳐온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어른인 나에게도 귀감이 될 만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감당 못 할 불운 앞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것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와 지혜가 있었다.

우유통에 빠져서도 이제 곧 죽게 생겼구나 하고 낙담해 눈물만 흘리다가 죽는 개구리가 아니라,

반드시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거라고 열심히 헤엄을 치다가 서서히 굳어가는 우유를 밟고 점프해 탈출에 성공하는 개구리처럼.

(어린 시절의 내가 그랬듯이, 지금의 나도 간혹 그러듯이) 어려움에 처하면 그저 엄마아빠를 찾을 뿐,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 보들레어 집안 세 남매의 이야기가 '용감한 어린이'로 거듭나도록 힘과 용기를 줄지도 모르겠다.

 

이 세 아이들의 불행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빈약한 자립심을 새삼 돌아봤다.

아, 역시 동화는 또 그 나름으로 어른인 내게 깨달음과 가르침을 전해주는구나.

 

잠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하던 이야기는 새로운 불행을 예고하고 있었기에, 이야기의 끝을 읽기 전에 잠시 유혹에 빠졌다.

'나는 분명히 이 책의 첫머리에 이 이야기가 해피 엔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니 이제부터 전개될 불행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여기서 그만 책장을 엎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나는 정말이지 이제 세 남매가 스트로스 판사와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내 나름대로의 결말을 간직한 채,

이 아이들을 행복한 모습으로 기억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덮었다가, 이 가여운 아이들이 또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 또 이 지혜로운 아이들이 새로운 불행을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해서 이대로 멈출 수가 없었다.

역시, 아이들은 이제 막 불행의 구덩이에서 기어오르자마자, 새로운 불행을 향해 달려가며 1권의 막을 내렸다.

이런 이야기가 아직 열두 권이나 더 남아 있다니!

가슴이 아프지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대로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계속 읽어야지...

아이들에게 책 밖에서나마 힘내라고 응원을 전하며, 또 지혜로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용기를 배우며...

아, 2권이 무척 궁금하다! 얼른 다음 권을 데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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