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고통을 달래는 순서란 없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아니면 이 책을 읽어라.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나를 위해 웃다보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 기분. 건투를 빈다. 와락~~!!

 

 

 

 

 

_ 제목만으로도 내게 위로가 되는 고마운 책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_ 이면우 시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_ 김연수 장편소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_ 에크하르트 톨레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_ 미란다 줄라이 소설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_ 김연수, 문태준 외 에세이

『고통을 달래는 순서』 _ 김경미 시집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_ 한창훈 산문집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_ A.M.홈스 장편소설

『나를 위해 웃다』 _ 정한아 소설

『건투를 빈다』 _ 김어준

『와락』 _ 정끝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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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작은, 강산에의 「그래도 9月이다」를 들으며 열었다.

이웃 블로거가 9월을 맞으며 블로그에 올린 노래였다.

아,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9월이면 듣지 않고는 못배길...

해마다 어느 때가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는 것, 참 좋다.

그러다 문득, 한 달이 시작될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가장 대표적인 책이 『늦어도 11월에는』.

11월만 되면 생각한다. '늦어도 11에는 『늦어도 11월에는』을 꼭 읽어야지!'

하지만 왜인지, 몇 해째 다짐만... 올해 11월에는 꼭 읽을 테다.

그래서 정리. 매달 나는 무슨 책을, 무슨 글을 떠올리는가... (떠올리기만 하고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그 달이 오면 생각나는 책(글). '달맞춤 독서'

 

 

1월 ㅡ 「모두에게 복된 새해」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수록되어 있는 「모두에게 복된 새해」

이 소설을 만난 후 나의 새해 인사는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었다. 새해 뿐 아니라, "모두에게 복된 추석~!" "모두에게 복된 성탄절~!" 등등, 명절 인사를 할 때마다 즐겨 쓴다.(모 작가가 인터넷 연재 당시 새해 인사로 역시 "모두에게 복된 새해~!"라고 쓴 것을 보았다. 언젠가는 '국민 새해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람...)

이 '복된' 제목 때문에, 나는 새해를 맞을 때면 이 소설을 떠올린다. 진심으로,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얘기했고, 더이상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이른 아침에도, 햇살이 힘없이 늘어지는 오후에도, 눈 그친 깊은 밤에도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2월 ㅡ 「2월, 그대에게 바치는 詩


 

이외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에 수록되어 있는 「2월, 그대에게 바치는 詩」

2월이면 꺼내어 읽게되는 詩. 혼자도 읽고, '그대에게 바치'고 싶어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기도 하고.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 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 / 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3월 ㅡ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목 때문에 삼월이 되면 늘 떠올리는 책이지만 온다 리쿠의 다른 책이 나와 맞지 않아서 이 책도 선뜻 집어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금 보니 온라인 서점에 반값 할인 중이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고... 내년 3월에는 꼭 읽을 테닷!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평범한 회사원 사메시마 고이치. 그는 단지 취미를 이유로 회사 회장의 별장에 2박3일간 초대를 받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상쩍은 호사가들이 그에게 들려준 것은 저택 내에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5년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했다는 희귀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이야기. 단 한 사람에게 단 하룻밤만 빌려줄 수 있다는 책을 둘러싼 색다른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남다른 자매의 아픈 자의식을 담은 습작, 두 소녀의 비극적 운명을 담고 태어나는 작품, 지금 원고지를 마주한 작가가 써 나가는 글. 이 이야기들은 모두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 안쪽과 바깥쪽이 이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이룬다.(출처: 예스24)

 

 

 

4월 ㅡ 『4월 3일 사건』

 

위화 『4월 3일 사건』

위화가 직접 가려 뽑은 중편 4편이 실려 있는 책. 그 중 한 편이 「4월 3일」이다.

올해 4월 3일에 읽으려다가(^^;;;) 못 읽고 지나갔다. 내년 4월 3일을 기약하며........

(사실 4월에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4월 24일'을 먼저 떠올린다. 큼큼)

 

「4월 3일 사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소년은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친구, 이웃, 심지어 부모까지도 뭔가 자신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도, 거리를 걸을 때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잔뜩 긴장한 채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 소년이 생각할 때 이 음모가 실행되는 날은 바로 “4월 3일”이다. 그래서 소년은 이 음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을을 등지고 역을 떠나는 화물열차에 몸을 싣는다. 이렇듯 소년은 스스로 거대한 음모에 맞선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음모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출처: 예스24)

 

 

5월 ㅡ 『꽃의 나라』


한창훈 『꽃의 나라』

1980년 5월, 한창훈 작가는 남쪽의 한 도시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평생 떨칠 수 없는 악몽을 겪었다. 그 악몽 속에서 바로 곁에 있던 이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5월이면, (꼭 5월이 아니어도) 우리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야만과 폭력이 판치는 세상, 참혹한 역사에 흰 꽃을 바쳐 위로하는' 이 소설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다니던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리는 저들과 싸우러 갑니다." 나와 진숙이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마지막 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잊겠어요." 진숙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잊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 산다는 말이었다. 그럴 자신이 없어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기전까지는 안 잊을게요."

 

 

 

6월 ㅡ 『순교자』



김은국 『순교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6·25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떠오른다.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 6·25전쟁 당시 평양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그려냈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켰으며, 이를 추리소설적 요소를 이용해 풀어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출처: 예스24)

 

 

 

 

 

7월 ㅡ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외 『젊은 도시, 오래된 성』 수록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우리가 보낸 순간』의 작가 소개에 이런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모두 열네 권의 책을 펴냈지만, 최근에 발표한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가장 좋아한다.'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사월에도 생각나고, 칠월에도 생각나겠지. 나는 칠월보다는 사월에 더 이 글을 떠올릴 것 같다.

사월에는, 내 생일이 있으니까.(참으로, 단순한 이유.)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모는 정방동 136-2번지, 그 함석지붕 집을 찾아가겠지.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삼 개월 동안 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자기들이 세를 얻어 들어가던 사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던 그 빗소리.

 

 

 

8월 ㅡ 『8월의 7번째 이야기』

 

자비네 루드비히 『8월의 7번째 이야기』

이번엔 동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 후 동화는 읽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다시 동화의 세계에 들어섰다.

동화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지.

 

사춘기를 앞둔 11살 프레디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언니 미아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언니를 무한한 이해심으로 지켜봐 주는 엄마도 이해할 수 없고, 요리에만 정신이 팔린 아빠도 이해할 수 없다. 이기적인 베프 베로는 자기 말만 하려 하고, 좋아하는 다니엘은 조에와 바람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가야 하지만, 프레디는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프레디는 소원을 빌어 본다. 다시는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영화 속에서 봤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면?
엉망진창으로 꼬인 피곤한 일요일을 정리하고 잠이 든 프레디는 월요일 아침이라 생각하고 눈을 뜨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월요일이 아니라 다시 일요일이다. 믿어지지 않지만 오늘은 다시 일요일이다. 어제 엉망진창으로 꼬인 일들이 오늘은 제대로 정리될 수 있을까?(출처: 네이버 책)


 

 

9월 ㅡ 『9월의 빛』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9월의 빛』

아, 9월에는 도무지 떠오르는 책이 없더라. 온라인 서점 뒤져 이 책을 찾아내었다. 단순히, 제목으로, 9월에 읽을 책!

 

한여름의 열기를 몸도 마음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날이 쓸쓸해져가는 날,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에서 파도를 발로 차면서 읽기 좋은 책을 꼽으라면 나로선 사폰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날은 솔직히 좀 쉬어가는 독서를 하고 싶고 (매일 톨스토이와 조이스를 읽고 쇤베르크의 음악을 듣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저주받은 섬세하고 외로운 소년, 어두운 도시를 감싸고도는 안개 같은 이야기, 거대한 모험, 손을 꽉 잡고 있는 용감한 연인들, 영원 같은 한 순간,죽는 순간 마지막 흘리는 눈물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사랑 이야기에 한숨을 쉬면서 휩쓸리고 싶다. 사폰은 멜로와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우리가 거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원형에 가까운 기대를 가장 잘 아는 능란한 작가다. 즉 우리도 가끔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작품을 읽고 싶다. 그 속에서 영원한 사랑은 성취되고 악은 사라지고 파도는 말없이 철썩인다. 내가 누구를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도 나를 그리워한다. 세상은 살 만한다. _ 정혜윤

 

 

 

10월 ㅡ 『10월의 아이』

 

필립 베송 『10월의 아이』

아이를 소재로 한 잔인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10월도 딱히 생각나는 다른 책이 없는 데다, 필립 베송의 책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했으므로. 올 10월에는 이 책, 놓치지 말아야지.

 

1984년 10월, 프랑스의 산골 보주의 차가운 강물에서 손발이 묶인 네 살짜리 사내아이의 시신이 떠오른다. 2001년 공소국이 사건 종결을 선언할 때까지, 무려 17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결로 남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쓴, 필립 베송의 소설 『10월의 아이』는 출간 당시 소설 외적인 요소들로 문단 밖까지 한 차례 들끓게 했다.
전설이 된 미스터리 ‘그레고리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현장 검증을 하고 공판 결과가 여러번 번복되었으며, 죽은 아이의 엄마를 용의자로 몰아 수감 시키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필립 베송은 이 작품에서 사건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전달하는 삼인칭 내레이션과 엄청난 비극을 몸소 겪어낸 죽은 아이의 어머니의 일인칭 서술을 교차시킴으로써, 실제 사건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핵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출처: 예스24)


 

 

 

11월 ㅡ 『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늦어도 11월에는』

벌써 몇 해 동안, 11월마다 나의 마음에 찾아온 이 책! 11월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왜 아직 못 읽었는지 모르겠다. 늦어도 올해 11월에는, 꼭 읽어줄 테닷!!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의 시작은, 멋진 저택과 건실하고 부유한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앙상하게 말라가던 스물여덟 살의 귀부인 마리안네에게 던진 베르톨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길로 마리안네는 막대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편과 어린 아들, 유일하게 호감과 애정을 느끼는 시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떠난다. 낯선 도시 D시, 베르톨트의 친구 부부 집에 머물며 이 주일을 보낸 이들은, 라인 강을 넘어 외진 국경마을인 루드비히스호프에 도착해서 얼마간을 보내다가 다시 낯선 도시로 떠나 헤어지기 전까지 함께 지낸다. 자신의 작품조차도 냉소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 질서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가하는 묀켄은 11월에 무대에 올려질 연극의 희곡을 쓰는 일에 집중한다. 도피생활이 불안한 이들은, 무슨 일이든 “늦어도 11월에는” 해결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11월에 이들을 찾아오는 것은 비극적인 결말뿐이다.(출처: 예스24)

 

 

12월 ㅡ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난, 단순하니까~! 12월에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책을~!

그래서 고른 크리스마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품 『크리스마스캐럴』. 구두쇠인 에브니저 스크루지가 유령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1843년 출간된 이래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 작품집에는 「크리스마스캐럴」 외에도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쓴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편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는 본래 『피크위크 문서』에 수록된 것으로 「크리스마스캐럴」의 원형이 된 소설이다. 다른 소품들은 디킨스가 주간지에 매년 연재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발췌한 것이다. 디킨스는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글에서 크리스마스를 온정과 자비를 베풀고,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는 축제의 기간으로 기념하고 있다.(출처: 예스24)


 

 

 

매달 한 권씩, 이렇게 '달맞춤 독서' 해도 좋겠다.

언제고 읽어도 좋을 책들이겠지만, 그 책과 조금 더 어울리는 계절, 어울리는 달에 읽어준다면, 어쩐지 느낌이 색다를 듯.

그럼, 이번 달에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9월의 빛』이다!

 

 

 

 

+ 1년 12달 24절기마다 생각나는 책

정양 시집 『철들 무렵』

입춘부터 대한까지, 24절기 모두 시가 되어 담긴 시집이다. 24절기를 지날 때마다 생각나 꺼내어 보곤 한다.

얼마 전 처서가 지날 때도 펼쳐서 '처서(處暑) 1'을 블로그에 옮겨 적기도 했다.

9월 접어들고, 이제 곧 백로가 다가온다. 미리 읽어 본다.

 

 

별빛이 빚은 것 치고 / 맑지 않은 게 있으랴마는 / 이슬에 서린 결연한 가을 기운을 /

맑다 못해 깨끗하다 못해 / 해맑게 글썽거리는 풀밭 /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각오로 /

한세상 반짝이던 눈빛들이 / 세월 거슬러 저렇게 / 새하얗게 맺혀 있다

 

- 백로(白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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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 서른 - 흘러가다 잠시 멈추는 시간,서른
김종길 외 지음 / 버티고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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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이후, 참 많이 앓는다.

마음이 앓아 몸이 앓는 것인지, 몸이 앓아 마음이 앓는 것인지, 아니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앓는 것인지,

여튼, 앓는 만큼 성숙하는 게 아니라, 앓는 만큼 서러운, 삼십 대를 보내고, 아니 견디고 있다.

 

설운 서른.

제목부터 이보다 더 끌릴 수는 없는 시집이었다.

나 서럽다고, 나 좀 달래달라고, 투정부리는 심정이기도 했고,

너도 서럽냐고, 너의 설움을 좀 들려달라고, 매달리는 심정이기도 했고,

그렇게 만났다.

 

깊은 밤이었고, 자동차 소리가 아닌 진짜 파도 소리가 들려왔고(나는 종종 자동차 달리는 소리를 파도 소리로 듣곤 한다...)

해변의 가로등과 작은 손전등에 기대어 세로로 쓰여진 시를 한 줄 한 줄 더듬어 갔다.

그러고 보니, 내 생애 최초의 세로 읽기였다.

세로로 쓰여진 시들은 시구 그 자체가 전해오는 공감 혹은 감동 혹은 그 무엇을 넘어선 다른 느낌이 있었다.

익숙한 가로 쓰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공들여 한 자 한 자, 한 단어 한 단어, 한 행 한 행 읽으며 시와 더 오랜 시간 나누는 마음들.

 

첫 시는 내게도 무척 익숙한 황인숙의 「강」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 /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 당신이 직접 /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 강가에서는 우리 / 눈도 마주치지 말자.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종종 바다를 떠올리곤 했다. 강보다 바다가 내게 더 푸근해서인지,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토로하려면, 강보다는 바다일 것 같았다. 차라리 바다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바다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그런 바다에서 이 시를 만나니, 왠지 첫 장부터 울컥. 더 서러워졌다...

 

 

대체로 비가 자주 내렸다 우산은 잘 펴지지 않았고 사랑은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인적 끊긴 밤길을 신파조로 걸었다 詩가 되지 않는 말들이 주머니에 넘쳤다 슬픔의 그림자만 휘청이게 하였을 뿐 달빛은 아무 보탬이 되지 않았다 맹세의 말들이 그믐까지 이어졌다 // (……) // 쓰고 싶지 않은 말들을 일기에 적었다 뚜껑 열린 만년필은 금세 말라버렸고 망설였던 흔적이 행간을 메웠다 두 눈을 부릅떴지만 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앓을 만큼 앓아야 병이 낫던 시절이었다 _ 이기선, 「삼십 대의 病歷」 부분

 

앓을 만큼 앓아야 병이 낫던 시절,이라는 것도 있다니. 그런 시절 속에 내가 있다니...

의사의 "신경성 같네요..."라는 진단보다 더 믿음 가고 수긍 가는 진단이다.

이 시절은, 앓을 만큼 앓아야 병이 낫는 시절이에요, 그냥, 마음껏 앓으세요, 앓을 만큼 앓으세요, 라고 왜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 밤, 이 시를 읽으며 괜히 조금 더 앓고 싶어졌고 앓아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시절 속에 있으니까. 앓을 만큼 앓아야 병이 낫는 그런 시절 속에...

이 시를 함께 읽은 이가 이런 댓글을 남겨주었다.

'앓을 만큼 앓고 나면 병의 깊이 만큼 세상이 깊고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어요.'

그 이의 말을 믿는다. 언젠가, 세상이 그만큼 깊고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말을.

 

 

서른 고개를 넘으면 / 더 넓은 땅이 보이리라 생각했다. / 아니 최소한 가로막힌 언덕이라도 / 명료해지길 기대했다. / 강을 따라 구비구비 흐를 수 없다면 / 소낙비처럼 어딘가에 스며들기를 바랐다. / 가을 들판의 곡식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 너무 뿌리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 밑동의 상처만은 더 옹골차게 키우고 싶었다. // 서른이 되기 전엔 / 내가 누군가의 밥이 되기를 은근히 원했다. / 밥풀데기 몇이라도 그들의 핏속에 녹아들길 / 설익은 밥이라도 포식하고 / 누가 잠시 비를 피할 처마라면 좋겠다고. // (……) // 서른, / 아직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고 / 귀를 먹기에는 너무나 많은 세상의 옹알거림이 / 고통의 연못에서 보글거린다. // 서른, 이것은 어떤 화살표에 관통당한 / 독설인가. _ 손현철, 「서른 고개 ㅡ 95년 7월, 만 서른이 되다」 부분

 

나도 서른이면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는 하지 않았고, 막연히 기대했고, 기다림의 결과를 얻지 못했고, 실망했고, 결론은 다시, 서럽게 앓았다.

이 시를 읽으며 나보다 먼저 서른이 된 누군가가 그 시절 '고통의 연못에서 보글거'렸던 길을 내가 따라 걷고 있구나, 그 이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 맞춰가며, 발자국 하나 하나 비슷한 마음을 실어가며 나도 같은 걸음 옮기고 있구나... 생각하니 나는 또 조금 더 괜찮아졌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나만 그런 게 아니면 돼!' 싶은 걸까.

다른 누군가의 발자국이 이미 남겨진 길이니까, 적어도 이전만큼 황망하거나 두렵지는 않은 기분이다. 서로의 출구는 다르겠지만, 얼마 간은 같은 길 걸어간 누군가 있었고, 또 같은 길 걷고 있을 누군가 있고, 또 같은 길 걸어 갈 누군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잠시 안도.

 

 

(……) 잘못 걸어온 나이가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 허공의 뺨을 후려치는 선창의 깃발 / 맞는 건 허공인데 내 뺨이 더 아프다 / (……) / 그래, 너는 정말 잘못 살고 있어 / 파도가 입에 거품을 물고 나에게 충고한다 / 나의 개 같은 삶을 물어뜯으려고 / 이빨을 세워 부두에 기어오르는 파도 / 달빛이 튀는 얼음을 우두둑우두둑 밟으며 / 회한의 뼈가 부러지는 내 몸의 지진을 듣는다. _ 공광규, 「월미도」

 

위로와 안도 잠시 내려두고, 혼도 났다.

잔잔하게 들려오던 밤 바다의 파도 소리가 갑자기 거세진 느낌이었다. 나의 뺨을 후려치려고 갑자기 맹렬히 흔들리는 선창의 깃발, 같은 것은 없었지만, 깃발에 뺨을 몇 대 얻어 맞은 기분. 모래 위에 차르륵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이 다 내게 쏟아붓는 충고인 듯한 기분. 해변 내가 있는 곳 가까이까지 바득바득 기를 쓰고 달려오는 파도가 지금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 무엇인가, 움찔하며 제 발 저렸다.

파도는 아무렇지 않은데, 선창의 깃발도 나는 상관도 않는데, 나 혼자 발이 저려, 한참을 찌리리릿. 그러게, 잘 살지 그랬니...?

 

 

어쨌든, 나는 지금, 설운 서른, 하고도 둘.

'어찌 살아왔는지 어찌 살아갈 것인지'(오봉옥, 「이별」) 아직도 모르겠는, 그런 설운 서른, 하고도 둘.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겁고 쓸쓸한 나이 서른, 견딜 만큼은 견뎌야지 삶이란 걸 공짜로 살 수는 없지 않는가'(김경진, 「서른 살」).

'한 낮의 버스안에서 쇼핑백 터지듯 울음이 터'(김경미, 「시간 1」)지는 나지만, '갈 데까지 가보려거든 잠시 눈물로 마음 덥혀도 누가 흉보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강연호, 「비단길 2」).

그러리라 믿는다.

나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안도현, 「모항으로 가는 길」)으니까.

그렇다고 믿으니까.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최승자, 「삼십 세」)!

 

 

설운 서른이여, 힘을 내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_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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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도련님
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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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도련님'이었다.

힌트가 없었더라면 도련님을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귀뚜라미가 온다』와 『조대리의 트렁크』로 무척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백가흠 작가의 신작.

기존의 작품들이 내게 남겨준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지라 이번 책에서 어떤 글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도 하고 기대도 되었는데,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백가흠 작가의 글에 대한 느낌이 180도 달라졌다. 기대에 비해 어떻더라,라고 판단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글들.

신문 사회면 한구석에 실린 불편한 내용의 기사를 읽는 것 같았던, 그리하여 글은 재미있지만 왠지 '재미있다'고 말하면 누군가(불운한 기사의 주인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대놓고 '재미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글 좋더라는 말로만 대신할 수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소설집에서는 '불편함'이 거의 사라졌다. (왜 갑자기 이런 비유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작들은 정육점에서 막 끊어온 핏물 가득한 고기를 방금 찬물에 담가 핏물이 가득 배어나오는 상태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신작은 핏물 고인 물을 여러번 갈아낸 뒤 더이상 핏물이 비치지 않는 상태가 된 느낌.

핏물이 가득 배어나오는 물은 '에그머니' 인상은 찌푸려지지만 물이 점점 빨갛게 변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제 더이상 핏물을 토해내지 않게된 상태의 물은 바라보는 마음이 평온해지지만 처음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선혈이 낭자할수록 자극을 느끼는 잔인한 인간의 심리를 내 안에서 발견하고 스스로도 움찔. 어쩐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정할 수도 없더라.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하지만 내면의 잔인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핏물'이 빠지고 난 뒤의 글들을 접하면서 나는 서서히 긴장했던 마음을 풀었다. 기존의 글들을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긴장이 풀어졌다고 이후의 시간이 시시해지는 건 아니다. 긴장이 빠진 자리를 대신 채워넣어준 안정감과 신선함으로 나는 책을 잡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책이 한 권도 읽히지 않아 괴로웠던 7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드디어 한 권의 책을 읽어냈다. 2011년 7월의 내겐 '은인' 같았던 백가흠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을 펼치기 바로 얼마 전 마침 '소문'과 '억측'으로 (비록 내가 그 소란통의 주인공은 아니었으나) 마음이 무척이나 지치고 허탈했더랬다. 그런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를 기다리는 제목은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오호라, 기다리던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데, 마침 딱  '소문' 네 녀석에 관한 글이로구나! 한 마을에서 연이어 모습을 감춘 두 여자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징하게 단련되어 가는 소문, 소문, 소문. 소문이 단련될수록, 소문이 완성될수록 커져가는 건 상처뿐. 아, 상처는 당사자들에게만. 소문의 징검다리들에게는 커져가는 즐거움이.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뭔가 새로운 소식을 얻기 위한 제스처. / 남의 일이기에 이왕이면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 사돈 식구들만이 소문을 좇아 진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평생을 동네에서 함께한 친구들마저도 위로라는 이름을 핑계 삼아 숨기고 있었던 시기와 질투를 드러냈다. / 사람들의 상상력은 언제나 진실보다 앞서 있었다. / 잔잔한 수면 위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물무늬가 소문처럼 고요히 번져나갔다.

결국 소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물무늬의 형체가 이내 사라지는 것처럼 모습을 감추게 되겠지만, 물무늬가 사라졌다고 물 속에 던져진 돌멩이도 사라지는 건 아니지. 돌멩이는 언제까지고 그 안에 있다. 물 속에서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니며 영원한 상처로 남거나, 서서히 서서히 물밑 흙에 덮여 조금씩 잊혀지거나. 그래도 존재함은 마찬가지.

 

어린시절 붕괴되어 버린 가정 환경 속에 흔적 없이 존재하기를, 존재감 없이 존재하기를 바라며 늘 뒤꿈치를 들고 걷는 남자의 이야기 「그런, 근원」, 자전소설이라는데 (내가 작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자전소설 같지 않은 「P」와, 자전소설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소설과 작가 자신의 경계를 긋기 헷갈리게 만드는 「힌트는 도련님」, 키가 15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정수기 영업사원 남자의 이야기 「그때 낙타가 들어왔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기를 쫓아준다고 믿었던 '하얀 비'를 조금이라도 더 맞으려 두 팔 벌리던 젊은이가 '하얀 비'의 후유증 속에서 고통스럽게 사그러지는 노인이 되어버린 「통(痛)」, 한류의 열풍에 막연히 한국을 동경하던 베트남 아가씨가 한국의 시골 '노총각(이라기에는 '노인'에 가까운)'에게 시집 와 당하는 몸과 마음의 고통들 「쁘이거나 쯔이거나」.

어느 한 편 밝거나 상쾌한 이야기는 없지만, 도련님이니까. 아무리 '핏물'이 빠졌어도 역시 변하지 않는 그만의 색채.

신간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음 작품은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까 벌써 기다려진다.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편도 궁금하고...

늘 기다려지고 궁금한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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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완전 가슴 철렁했던 그 사랑. 완전 가슴 아팠던 그 사랑. 완전 몰랐던 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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