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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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삿포로의 바를 기웃거리다 보면 이 탐정 만나게 될까? 개구진 매력의 캐릭터.^^ 다음 권도 얼른 읽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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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시선 11
강정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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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ㅡ 하고 `활`시위를 놓는 순간 내 가슴에 날아와 꽂힌 시들. 좀 더 가까워진 거리의 강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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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미하일 조셴코의 『감상소설』을 읽었어요.

요즘 책 한 권 완독하기 힘든 나날인데(라고 말한 지 어언 몇 달 째;;;), 이 책은, 완독을 안하곤 힘들더군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줄어드는 게 어찌나 아깝던지, 흑흑.

 

그런데, 책을 읽다가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을 만났어요.

이 책이 출간된 게 1920년대라던데, 아아니, 이 장면은, 바로바로, 사진 '뽀샵'...???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취미와 애착을 갖고 있었다.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에도 연필과 크레용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이 예술적 재능이 생각지도 않게 쓸모 있는 것이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장난 삼아서, 그러다 나중에는 상당히 진지하게 사진사 파트리케예프를 도와 필름과 인화지의 상(像)을 고쳐 그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여성 고객들은 무조건 잘 나온 얼굴을 요구하곤 했다.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자연스러운 외모에서 늘 발견되는 주름, 여드름, 잡티, 그리고 여타의 기분 나쁜 특징들을 제거해야 했던 것이다.

  볼로딘은 연필로 사진에 음영을 표현함으로써 그런 여드름과 잡티를 없앴다.

  볼로딘은 짧은 시간에 그 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부수적으로 돈까지 벌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상황 변화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 그의 솜씨가 얼마나 섬세하고 예술적이었던지, 사진에 나온 얼굴들이 그의 손에서 완전히 천사로 변해버렸다. 사진의 주인들은 뜻밖의 행복한 사건에 진심으로 놀라워했고, 돈을 아끼지 않고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어 했을 뿐만 아니라, 새 손님들을 자꾸자꾸 몰아다주었다.

 

_ 「라일락 꽃이 핀다」 중에서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진 '뽀샵' 작업이지요?! @.@

저는 '뽀샵'이라는 게 있다는 걸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찍을 무렵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에, 뭐 제가 살았던 곳이 조금 시골이어서 도시의 또래들보다 그런 것에 늦되었을 수도 있고요...)

그때까지는 사진이란, 찍으면 찍는 그대로, '원판불변의 법칙'을 준수하여 나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크크.

그 후에는 증명사진 찍으려면 "어디가 뽀샵 잘해?"라는 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사진관을 찾곤 했더랬죠.

'뽀샵'이라는 게 현대 기술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호오~~~~ 1920년대 러시아에도 이미 '뽀샵'이 있었더랬군요!

(문득, 궁금. 그러면 옛날에도, 필름 사진들도, 인물뿐 아니라 풍경 사진들도 조금씩 보정을 가한 결과물을 얻곤 했을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소설들을 읽을 때 얻어지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오호, 그 시대에도!!!!"라는,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사람 사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흐흐.

얼마 전에 문학동네 카페에 황석영 작가님이 소개해주신 염상섭 님 「전화」를 읽으면서는,

"오호, 그 시대에도 전화 약정이!!!!"라며 놀랐거든요.^^;;;;;;

아아, 정말, 똑같구나,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러시아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기 얼굴을 받아들이고 아끼기보다 주름 여드름 잡티 등을 없애 나보다 좀 나아 보이는 '내가 아닌 나'를 추구하고 염원하는, 미를 향한 여자들의 시대를 초월한 욕망. 과연 미(美)를 위해서라면 여자들은 눈에 라일락 꽃잎이 덮이기라도 한 듯 눈이 멀고 머릿속이 우르르 쾅쾅 요동쳐 한순간 이성이 마비되고……

에이, 다 집어치워…… (여기에서 웃으셨다면, 당신은 이미 『감상소설』을 읽으셨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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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봄날에도 여름날에도 자주자주 선반 위에서 순옥 언니의 부츠를 꺼내 그 속에 내 발을 넣어보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래보았던 것이 나중엔 마음이 슬프거나 고독해지면 순옥 언니의 부츠를 끌어내려 그 속에 발을 넣어보곤 했다.

그러면 순옥 언니의 다정한 손길이 내 등을 다옥여주는 듯했다.

그 영향이었을까.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지면 그 사람 신발에 발을 몰래 넣어보고 싶다.

소녀 시절엔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운동화 속에, 처녀 시절엔 그 남자들의 구두 속에 내 발을 몰래 넣어보았을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젊은이거나 나이든 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그동안 나와 친밀하게 지냈거나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도 모르게 이미 내가 그들의 신발에 내 발을 가만 집어넣어봤다는 것을 알는지.

 

_ 「세상 끝의 신발」 中
 

 

혼자 살려면 사흘 동안 연락이 끊겼을 때 전화를 걸어올 사람이 적어도 다섯 명은 되어야 한다,

는 글을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잊히지 않는 구절이다.

당연히 혼자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첫번째로 꼽히고 있었다.

그 뒤로 열다섯 가지쯤 되는 항목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혼자 밥 먹는 걸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무언가의 마니아가 되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 희미한 기억에 비하면 사흘 동안 연락이 끊겼을 때 안부를 챙길 사람이 다섯 명은 있어야 된다는 구절은

십계명처럼 명백하게 떠오른다.

그런 사람을 다섯 명은커녕 한 명도 두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_ 「화분이 있는 마당」 中
 

 

그는 나뭇가지 사이로 깃드는 어둠을 응시했다.

여지껏 이렇게 사방이 어두워지는 세상을 응시해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무엇엔가 골몰해 있다보면 어느덧 세상은 어두워져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둠이 내려앉을 틈도 없이 곧 상점이나 가로등의 불이 켜졌다.

해가 저물기도 전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불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허다했다.

그는 지금 저렇게 서서히 주변의 빛을 밀어내며 물처럼 밀려오는 어둠보다 인공 불빛에 익숙했다.

어쩌다 23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블라인드를 들치고 바깥을 내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불빛들이 무리지어 그의 눈 안으로 쏟아져들어오곤 했다.

그럴 때면 그는 눈을 지그시 한번 감았다가 뜨곤 했다.

불빛들이 나방이들처럼 그를 향해 일제히 날아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숲속에 버려진 채 혼자 어둠이 내리는 걸 지켜보는 그의 눈은

주인을 응시하는 개의 눈처럼 사무침이 서려 있다.

잣나무 사이로 밀려들어오는 어스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어스름이라도 따뜻한 휘장처럼 그를 덮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했다.

 

_ 「그가 지금 풀숲에서」
 

 

형은 자폐였으나 잘생긴 얼굴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는 형의 코가 할아버지 코를 꼭 빼닮았다며 쭈글쭈글한 손으로 형의 코를 어루만지곤 했다.

몸에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형은 할머니가 그럴 적에는 가만있었다.

형이 질색하기도 했지만 남자는 형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다는 걸 그날 이후에야 깨달았다.

형을 껴안아본 적도 형의 얼굴을 만져본 적도 없다는 것을.

형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따금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한번 쓰다듬기 시작하면 삼십 분도 넘게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종내에는 남자가 물을 뜨러 가는 척, 손을 씻으러 가는 척, 피하곤 했다.

형인 줄은 아는 게야,

할머니는 형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쭈글쭈글해진 눈꺼풀이 다 감기도록 웃으며 흐뭇해했다.

자꾸만 눈을 들여다보니라. 그러면 뭔가 통할 것이야. 너희는 형제니까는.

할머니가 말했어도 남자는 형의 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형의 눈을 들여다보면 형의 그 무구한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_ 「어두워진 후에」 中
 

 

"나도 노래를 다 잊어버렸어.

김건모, 신승훈, 그다음에 누구더라, 김경호…… 거기까지는 따라 불렀는데

이젠 요즘 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어.

리듬이 너무 빠르고 가사를 외울 수가 없으니 자연 노래가 나오는 쇼 프로그램 같은 건 안 보게 되더라.

음반도 사지 않게 되고 점점 새로운 노래를 만나면 난관에 부딪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유행하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없다는 것도 울적한 일이야.

그때그때 히트곡들을 배우려고 라디오를 귀 기울여 들으며 가사를 받아적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 연습을 하던 그 열정이 그리울 때도 있고.

누가 그러더라.

그때그때 유행하는 노래로부터 소외당하기 시작하면 나이먹는 거라고."

"맞는 말 같네."

 

_ 「성문 앞 보리수」 中
 

 

귀머거리 고양이들과 지내다보니 이따금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귀들을 생각하게 돼요.

어쩌면 A가 길거리의 고양이들을 집으로 들이기 시작한 건 귀머거리 고양이들이 많았기 때문 아닐까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너무 막막하고 곧 안절부절못하게 됩니다.

적막이 마음 안에 쌓이고 쌓여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요.

어느 때는 귓구멍을 손으로 막고 가만히 있어볼 때도 있죠.

그런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양이들은 움직이는 것이나 흔들리는 것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더군요.

바람결에 무엇인가 흔들리면 혼절하도록 그 움직임을 따라다녀요.

방에 어쩌다 개미가 지나가면 방바닥의 조그만 개미를 주시하며 사뿐사뿐 따라다니다가 기어이 개미를 발로 차기도 해요.

창밖 나무 위에 새가 날아와 앉으면 창문에 달라붙어 새의 움직임을 끝도 없이 지켜보곤 하죠.

A를 다시 보게 되면 말해주고 싶어요.

저 귀머거리 고양이들이 소리를 못 듣는 대신 움직임에 민감한 것에 대해 말이에요.

매사가 그런 이치라면 좋겠어요.

한구석이 모자란 대신 다른 구석이 풍성하다면 살아 있는 것들의 균형은 저절로 이루어질 텐데.

 

_ 「숨어 있는 눈」 中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그 자유가 나쁘지 않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지고 나는 전공과는 상관없이 북 디자이너가 되었다.

일상에 집중했고, 어머니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변 남자들의 진실과 위선을 과장 없이 바라볼 수 있었으며,

나보다 젊은 여자들이 부러움 없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사람들하고 제법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고,

여행지에서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대신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옛날 일을 떠올려도 웃을 수 있었다.

내게는 영원히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평화가 거기 있었다.

다시 한 사람을 향한 격정 속에 빠져서 매 순간을 휘둘리고 싶지 않다.

한 사람을 욕심내는 일은 격정만 주는 게 아니라 절망을 함께 준다.

그래서 가차없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버리기도 한다.

그 격정과 절망 속에 다시 나를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_ 「모르는 여인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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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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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이야기를 해야겠다"부터 "남편의 메마른 발가락들을 펴서 하나하나 닦아주었다."까지, 일곱 편의 단편들이 내 마음에 던져준 고요한 감동... 괜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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