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미하일 조셴코의 『감상소설』을 읽었어요.

요즘 책 한 권 완독하기 힘든 나날인데(라고 말한 지 어언 몇 달 째;;;), 이 책은, 완독을 안하곤 힘들더군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줄어드는 게 어찌나 아깝던지, 흑흑.

 

그런데, 책을 읽다가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을 만났어요.

이 책이 출간된 게 1920년대라던데, 아아니, 이 장면은, 바로바로, 사진 '뽀샵'...???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취미와 애착을 갖고 있었다.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에도 연필과 크레용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이 예술적 재능이 생각지도 않게 쓸모 있는 것이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장난 삼아서, 그러다 나중에는 상당히 진지하게 사진사 파트리케예프를 도와 필름과 인화지의 상(像)을 고쳐 그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여성 고객들은 무조건 잘 나온 얼굴을 요구하곤 했다.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자연스러운 외모에서 늘 발견되는 주름, 여드름, 잡티, 그리고 여타의 기분 나쁜 특징들을 제거해야 했던 것이다.

  볼로딘은 연필로 사진에 음영을 표현함으로써 그런 여드름과 잡티를 없앴다.

  볼로딘은 짧은 시간에 그 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부수적으로 돈까지 벌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상황 변화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 그의 솜씨가 얼마나 섬세하고 예술적이었던지, 사진에 나온 얼굴들이 그의 손에서 완전히 천사로 변해버렸다. 사진의 주인들은 뜻밖의 행복한 사건에 진심으로 놀라워했고, 돈을 아끼지 않고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어 했을 뿐만 아니라, 새 손님들을 자꾸자꾸 몰아다주었다.

 

_ 「라일락 꽃이 핀다」 중에서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진 '뽀샵' 작업이지요?! @.@

저는 '뽀샵'이라는 게 있다는 걸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찍을 무렵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에, 뭐 제가 살았던 곳이 조금 시골이어서 도시의 또래들보다 그런 것에 늦되었을 수도 있고요...)

그때까지는 사진이란, 찍으면 찍는 그대로, '원판불변의 법칙'을 준수하여 나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크크.

그 후에는 증명사진 찍으려면 "어디가 뽀샵 잘해?"라는 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사진관을 찾곤 했더랬죠.

'뽀샵'이라는 게 현대 기술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호오~~~~ 1920년대 러시아에도 이미 '뽀샵'이 있었더랬군요!

(문득, 궁금. 그러면 옛날에도, 필름 사진들도, 인물뿐 아니라 풍경 사진들도 조금씩 보정을 가한 결과물을 얻곤 했을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소설들을 읽을 때 얻어지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오호, 그 시대에도!!!!"라는,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사람 사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흐흐.

얼마 전에 문학동네 카페에 황석영 작가님이 소개해주신 염상섭 님 「전화」를 읽으면서는,

"오호, 그 시대에도 전화 약정이!!!!"라며 놀랐거든요.^^;;;;;;

아아, 정말, 똑같구나,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러시아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기 얼굴을 받아들이고 아끼기보다 주름 여드름 잡티 등을 없애 나보다 좀 나아 보이는 '내가 아닌 나'를 추구하고 염원하는, 미를 향한 여자들의 시대를 초월한 욕망. 과연 미(美)를 위해서라면 여자들은 눈에 라일락 꽃잎이 덮이기라도 한 듯 눈이 멀고 머릿속이 우르르 쾅쾅 요동쳐 한순간 이성이 마비되고……

에이, 다 집어치워…… (여기에서 웃으셨다면, 당신은 이미 『감상소설』을 읽으셨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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