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이사카 코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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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는 지극히 평범한 게 개성인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그 말이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평범한 일상. 그 평범한 일상에 무료하다고 때론 투정도 늘어놓지만, 그 평범함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그냥 계속 평범했으면 좋겠는데...하고 바라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평범한 일상에 자극을 주는 허구(그러니까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속 독특한 캐릭터들에 유독 매료되곤 한다. 어떤 소설을 읽고 만족도를 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가 바로 '캐릭터'일 정도로.

 

 이 소설엔 여지껏 그 어느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대급 개성을 자랑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가정법원 소년조사관인 '진나이'라는 인물. 직업부터가 범상치가 않다. 가정법원 소년조사관이란 생소한 직업은 '심리학과 사회학 지식을 활용하여 소년범죄의 원인과 발생 구조를 밝혀내, 판사에게 적절한 처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비행 문제 전문가(본문 p.84)'라고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중간 형태 같기도 하고 뭔가 굉장히 그럴싸하고 정의롭게 들리는 직업 정의. 하지만 진나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결코  그럴싸 하다거나 정의롭지 않다. 때문에 그가 겪게 되는 일들도 결코 범상치가 않다. ATM기기를 이용하면 될 걸 굳이 폐점한 은행 창구를 이용하겠다고 셔터를 내리는 중의 은행에 쳐들어가 은행 강도를 만난다. 비행 청소년들에게 당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는 진나이 본인이 오히려 당하는 학생에게 한방 먹이기도 한다. 말하기 좋아하고, 과대망상에, 단정짓기 또한 특기다. 결코 현실 속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인물.

 

 한창 축구 경기가 진행중인데 난데없이 그라운드로 굴러들어온 럭비공. 바로 그 럭비공처럼 진나이는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에 뛰어들어 파문을 일으킨다. 그렇다. 사실 '진나이'는 이 소설의 공식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평범한 가정법원 조사관인 '무토', 평범한 은행원인 '유코', 평범한 시각장애인 '나가세'. 이 지극히 평범한 세 명의 인물이 이 소설 속 다섯편의 단편의 서술자이고 또한 주인공이다. '시각장애인이 뭐가 평범해?'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런 의문을 품었다면 진나이에게 분명 한소리 들었을 것이다. "시각 장애인이라고 특별 대우라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실제로 본문 속에 이런 비슷한 상황과 대사가 등장했고, 나는 뜨끔하고 말았다. 결국 나는 평범하다는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편견이란 것에 사로잡혀 있던 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아무튼 이 세사람의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무토는 비행 청소년을 바른 길로 이끌려 고군분투하지만 그 청소년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인 나가세는 밖에서는 늘 사람들의 딱하다는 시선을 받는다. 그런 그들의 일상에 진나이가 끼어든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고, 꼬이고, 풀린다.(그 과정에서 범죄, 추리, 반전등의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이런 저런 과정에서 그들은 진절머리를 치면서도 어느새 진나이에게 동화되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하지만 진나이로 인해 그들의 삶이 크게 바뀌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무토는 수도없는 비행 청소년과 이혼 부부를 만나게 될 것이고, 유코는 지긋지긋한 직장 상사의 잔소리를 들을 것이며, 나가세는 앞으로도 쭈욱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나이라는 인물이 그들 곁에 있어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안도현 시인은 어떤 글에서 바다가 파란 이유가 바다가 잠이 들어 바닷물이 썩을까봐 파도가 자꾸 자꾸 바다를 깨워 멍이 든 것이라고 표현했다. 진나이는 바로 이 '파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진나이를 곁에 둔 주인공들이 부럽다. 이왕이면 내가 진나이 같은 인물이 되면 좋겠지만, 앞에서도 밝혔듯 나는 지극히 평범한 게 개성인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2004년에 일본에서 처음 출간되었는데, 십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작가는 이 작품의 후속작을 구상중이라 한다. 이번엔 장편으로. 그 말많고 오지랖 넓고 엉뚱하기 짝이없는 진나이는 그 시간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아니, 전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나이의 말도 안되는 억측과 수다를 오랜만에 다시 들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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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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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연재분을 조금 읽었습니다. 그러다 멈췄습니다. 이건 종이책으로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종이책 출간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분노할 일 많은 요즈음 그의 분노 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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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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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3 인간은 언제 만족해야 하는지 몰라. 어디서든 어떤 일에서든 그래. 먹을때도 그렇고, 일할 때나 술 마실 때나 돈 문제에서도 그래.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길 바라고, 더 잘사는 사람은 또 그보다 더 잘살길 원해. 가난한 이들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 하고, 백만장자는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 해. 또 억만장자가 되면 자기들 중에서 최고 부자가 되려고 해. 』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야.>
  작년 화창한 어느 봄날. 서해 바다 한가운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 수많은 어린 목숨들을 앗아갔을 때, 나는 이렇게 외쳤었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야.' 심지어 나는 무신론자인데도 말이다.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책임 회피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세월호 뿐 아니다. 이런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면 우린 흔히 신을 탓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이 사건들의 진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것인지... 그렇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인간 자신들의 탓이었다.

 

p.104 야콥, 인간들 없이는 내가 뭐겠어? 인간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을 때만 움직일 수 있어. 아무도 선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나는 힘을 쓸 수가 없다고. 그게 바로 내 문제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무기력증은 믿음을 잃어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점점 커지고 있어. 이해하겠어? 나의 탈진은 곧 세상의 탈진이고, 나의 의욕상실은 곧 세상의 의욕상실이야.

 

<조금은 무능한 신과 이 사회의 루저가 만나다.>
  여기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아벨이라는 광대 한 사람 있다. 신은 이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그리고 신은 심리치료사에게 고백한다. 자신이 창조한 이 세계, 그리고 그의 피조물인 인간을 돕고 구원하는데 이제 한계를 느낀다고, 그리고 자신은 너무도 지쳐버렸다고. 어쩌면 죽음 가까이에 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고. 무려 '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쩌다 전지전능한 신은 이지경이 되었을까?
  그리고 여기 파산 직전의 심리치료사인 '야콥'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아내에게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이혼 당했다. 어머니는 항상 모범생 동생인 요나스와 그를 비교한다. 동생인 요나스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형을 은근 무시한다. 또한 그는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심리학자인 아버지에 비해 볼 품 없는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야말로 이 사회 루저의 전형인 야콥에게 어느날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 상담을 요청한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린 당연히 그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야콥 또한 그랬고, 그래서 그를 '치료'하고 돕고 싶었다. 그래서 둘은 아벨의 가족(아벨은 불륜을 통해 혼외 자식을 낳았다.)을 찾아 떠나고, 그 과정에 서로 우정 비슷한 것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아벨을 도우려했던 야콥은 오히려 아벨...그러니까 신에 의해 치유 받고 구원 받게 된다.

 

<만약에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소설의 절정은 단연 '내가 만약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을 품는 야콥에게 산이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쩌면 야콥은 그가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 너무나 암울하고 엉망이어서 '역시 내가 태어나서 다행이야.'와 같은 희망을 얻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쪽 세계의 현실은 참으로 잔인했다. 야콥이 없는데도, 아니 야콥이 없어서 오히려 너무나 아름다워 이쪽 세계의 야콥은 다시 한번 상처를 받고 만다. 우습게도 이런 야콥에게 나는 한없이 몰입해버렸다. 사실 오늘은 내 생일이었고, 나는 연초나 생일즈음에 항상 '나는 왜 태어났나?', '나는 지금껏 잘 살아온건가?' 와 같은 답 없는 의문들을 끊임없이 내게 던지며 깊은 회의감과 허무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생각이 한창 빠져있을 즈음 야콥의 이야기를 보게 된거다. 그리고 야콥과 마찬가지로 '아....역시.....'하는 실망감 같은 걸 느끼고 말았다.

 

p.233 지난 사흘 밤의 여행은 내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장차 내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어떤 흔적도 이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걸 바꾸는 건 역시 나 자신인 것을...>
  하지만, 이때부터 야콥은 달라진다. '야콥'이 있건 없건 별로 달라질 것 없던 세상은, 야콥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된것이다. 그렇게 야콥은 '야콥'이 존재하는 세상을 좀 더 별 볼 일 있는 세계로 바꾸어 간다. 그렇게 야콥은 희망을 얻게 되고, 치유를 받는다. 물론, 귀얇은 나 또한...^^; 야콥은 이렇게 신의 구원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신은 야콥으로부터 치료를 받았을까? 야콥이 정신없이 '야콥'이 존재하는 세계를 별 볼 일 있는 세계를 바꿀 동안 신은....... 신과 인간은 부모와 자식과 같은 한없는 내리사랑인가 보다.

 

<그리고 신은 내게도 얘기나 좀 하자고 말해주었으면...>
  야콥과 신의 얘기를 엿들으며 나는 많이 웃었고, 많이 감동 받았고, 많이 힘을 냈고, 많이 눈물도 났다. 앞서서도 고백했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그 어떤 종교도 믿지 않으며,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도 사실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아벨'과 같은 신이라면 어쩐지 믿고 싶어진다. 그에게 구원 받고 싶고, 그리고 그를 돕고 싶다. 그러니 신은 내게도 얘기나 좀 하자고 말해주었으면......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결코 종교와는 상관없이) 신은 역시 내가 믿는다면 바로 내 곁에서 말을 걸어올 것이란 것을.

 

-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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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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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과 또 다른 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이 만난다는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엔 그 콤비플레이가 무려 11팀이나 등장한다.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22명. 어마어마하고 으리으리한 라인업. 과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답은 굉장히 단순했다. 이들 모두 미국 스릴러 작가 협회 소속이고, 협회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런 공동 집필을 기획했으며, 책을 판 수익금은 전액 협회로 돌아간다고 한다.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대가 없이 작품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어찌보면 경쟁자랄 수 있는 다른 작가와 공동집필을 한다는 것도 쉽진 않았으리라. 게다가 작가 각각의 개성들과, 또 주인공 각각의 스타일이란게 있을텐데, 두 시리즈가 만나버리면 일관성이나 통일성을 해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큰 기대와 약간의 우려를 안고 책을 펼쳐들었다.

 

각각의 이야기 앞에는 이 단편이 기획되고 작가들이 어떻게 공동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 있다. 이 소개 부분이 한층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또한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읽지 못한 독자들의 이해까지 돕는다. 개인적으론 이 소개 부분이 본 이야기만큼이나 재밌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11편의 이야기. 합동수사도 있고, 대결도 있고, 추적극도 있다. 그야말로 스릴러 소설이란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소재들이 총출동 되었다. 때문에 굉장히 두꺼운 편의 이 책이 결코 지루할 틈 없이 11편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파도타기를 한다. 독자들 또한 그 파도에 몸을 싣고 스릴을 맡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스릴넘치는 파도타기 후엔 후유증이 찾아오고 만다. 22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읽고싶어지는 후유증. 그리고 이 11팀의 콤비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욕망. 분명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나 허전하고 아쉽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욱 즐거울 것 같았는데, 딱 그 시점에 약올리듯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만다. 마치 잔뜩 기대하고 간 코스요리집에서 에피타이저만 먹고 나온 듯한 느낌이다. 그 에피타이저는 맛이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에피타이저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쩐지 기대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제로 몇몇 단편에선 결말에서 그런 뉘앙스가 담겨있다.)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그래도 꼭 이루어졌으면......

 

아래는 각각 단편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단순한 100자평 정도의 시덥잖은 소감들이다.

 

 

<야간비행>

셜록의 셜록과 왓슨에 버금가는 케미를 자랑하는 보슈와 켄지! 원래 잘난 인간 둘이 만나면 경쟁이 붙거나, 합을 이루기 힘든데, 이 두 사람의 케미는 너무도 훌륭하다. 어쩌면 조금 불편하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 두사람의 훈훈터지고 케미 돋는 콤비플레이에 엄마 미소를 시종일관 멈출 수가 없었다. 사건 해결 후 마지막 보슈의 대사에선 정말이지 빵...터지고 말았다. 유쾌함과 산뜻함이 살아 있어서 참 좋은 단편이었다.

<인더 닉 오브 타임>
존 레버스와 그의 파트너 시오반 클라크, 로이 그레이스와 그의 파트너 포팅. 이 네 사람의 조화가 너무 좋아, 짧은 단편인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결코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결말이 인상깊었다.

 


<가스등>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공포엔 한없이 약한지라 조금 걱정했던 단편인데... 밤에 잠못 이룰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섬뜩한 결말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공포소설은 별로 즐기지 않지만 구스범스 시리즈가 너무도 궁금해진 단편.

 

<웃는 부처>
소재부터 다분히 동양적인 이야기. 불교의 윤회사상이 기저에 흐른다. 오래된 유물에 깃든 전설 같은 것을 좋아하는지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말라차이 사무엘이 왠지 안쓰러워지며 그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던 단편.

 

<팬더를 찾아>
변호사 폴과 검사 쿠퍼의 대결 혹은 협조가 흥미로운 법정스릴러였다. 유능한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로우니까. 이야기 중간 예기치 않았던 인물이 언급될 때는 괜히 내가 놀라기도. 반전을 눈치챘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이 그런식으로 풀릴 줄이야... ㅋ

 

<라임과 프레이>
링컨라임 시리즈를 전부 소장중임에도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여기서 처음 접하게 된다. 라임과 색스, 데픈포트와 릴리. 이 네사람의 철저히 분업화 되고 하지만 의리로 똘똘 뭉친 협동 수사가 정말 재밌었다. 이야기 말미에서 다음 이야기가 또 있을첫처럼 예고 되던데....간절히 원한다. 이들의 장편을...ㅠㅠ

<지옥의 밤>
체트테인 가문의 묘에서 펼쳐지는 잭과 마이클의 대결 그리고 협동 수사. 그리고 메디치 부인이라는 인물. 굉장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했고, 주인공들 보단 메디치 부인의 정체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저버린 단편.

 

<정차>
션 라일리와 글렌 가버의 추적극인데. 두 인물에게 미안하지만 이 단편의 진짜 주인공은 가버의 딸인 '켈리'가 아닌가 싶다. 겨우 10살 소녀지만 당찬 그녀. 그녀의 위기 대처 능력과 당당함, 그리고 소녀다운 귀여움. '켈리' 시리즈가 보고싶다. ㅋㅋ

 

<침묵의 사냥>
멕시코로 낙시 여행을 떠난 미국인 와이어트 헌트 와 조 트로나의 액션 스릴러. 그런데 나는 우습게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보다 두 사람이 공항에서 첫대면하게 되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ㅋ

 

<악마의 뼈>
코튼 말론과 그레이 피어스는 이 이야기 전에 이미 조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그 점에 흥분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예 합동 작전을 펼치게 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래도 나 또한 아마존 밀림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좋았던 단편.

 

<대단한 배려>
뉴욕 양키스 팬인 잭 리처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닉 헬러를 만났다. 그것도 양키스와 레스삭스의 경기가 있던 날 보스턴의 바에서.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자리한 위기에 빠진 남자. 사건이 진행되며 동시에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기가 진행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건의 해결과정 보단 양키스와 레드삭스 어느팀이 이길것인지가 더 궁금했던 단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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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분실물센터
브룩 데이비스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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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3 가장 예쁜 글씨로 '모두 다 죽을 거예요.'라고 쓴다. 그 아래에는 굵은 글씨로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쓴다. 그 옆에는 스마일 얼굴을 그린다.

 

 밀리는 7살 소녀이다. 아빠가 병으로 죽었고, 엄마는 아빠를 잃은 상실감으로 밀리를 버렸다. 밀리는 아빠와 엄마를 동시에 잃은 상실감을 견뎌야만 했다.

 타이피스트 칼은 사랑하던 아내인 에비를 잃었다. 그 역시 견디기 힘든 상실감에 휩싸여 아들 집에 의탁하지만, 결국 요양원에 맡겨지고, 거기서 탈출하게 된다.

 애거서 팬더는 7년 전 남편을 잃었다. 그를 사랑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결혼 생활이었지만, 그녀 역시 남편을 잃은 상실감으로 모든 외부 사람을 차단하고 집에서 은둔하며 살아간다.

 

 이 책 속 주인공인 세사람의 공통점은 전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지켜봤고, 그로 인한 상실감을 견뎌내는 중이란 것이다. 나 또한 밀리와 같은 나이에 태어나서 '죽음'이란 것을 가까이 지켜봤었다. 연로하신 증조할머니의 죽음이었고, 그땐 너무 어려 '죽음'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엔 할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언제나 살뜰히 손주들을 챙겨주시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내게 너무 큰 충격이었고, 슬픔이었다. 아직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그리고... 그 후엔 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여지껏 없었다. 하지만 문득 문득 나는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도 죽는다...의 삼단논법처럼...지금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할머니, 엄마, 아빠)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렇게 나는 홀로 남겨지겠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두렵고 우울해진다. 미리 그런 걸 생각해 봐야 아무 의미도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밀리와 칼과 애거서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결국 또 두렵고 우울해져버렸는데...결말에선 한편으론 위안도 얻었다. 우리 모두 언젠가 죽는다. 그럴 경우 우린 상실감을 극복하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애도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밀리와 칼과 애거서처럼.

 

 작가는 어머니의 충격적인 죽음(교통사고였다고 한다.)을 애도하는 방법으로 이 소설을 쓰고, 어머니의 그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분명 그녀의 이런 애도의 과정이 아프고 슬플테지만, 그녀의 용기있는 애도의 방법을 응원한다.

 

P.179 내가 확실히 아는 건, 누구도 바다 밑에서나 우리 머릿속에서, 혹은 우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내 생각엔. 버스를 운전하거나 다른 뭔가를 할 때 우리한테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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