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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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3 인간은 언제 만족해야 하는지 몰라. 어디서든 어떤 일에서든 그래. 먹을때도 그렇고, 일할 때나 술 마실 때나 돈 문제에서도 그래.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길 바라고, 더 잘사는 사람은 또 그보다 더 잘살길 원해. 가난한 이들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 하고, 백만장자는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 해. 또 억만장자가 되면 자기들 중에서 최고 부자가 되려고 해. 』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야.>
  작년 화창한 어느 봄날. 서해 바다 한가운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 수많은 어린 목숨들을 앗아갔을 때, 나는 이렇게 외쳤었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야.' 심지어 나는 무신론자인데도 말이다.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책임 회피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세월호 뿐 아니다. 이런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면 우린 흔히 신을 탓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이 사건들의 진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것인지... 그렇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인간 자신들의 탓이었다.

 

p.104 야콥, 인간들 없이는 내가 뭐겠어? 인간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을 때만 움직일 수 있어. 아무도 선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나는 힘을 쓸 수가 없다고. 그게 바로 내 문제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무기력증은 믿음을 잃어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점점 커지고 있어. 이해하겠어? 나의 탈진은 곧 세상의 탈진이고, 나의 의욕상실은 곧 세상의 의욕상실이야.

 

<조금은 무능한 신과 이 사회의 루저가 만나다.>
  여기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아벨이라는 광대 한 사람 있다. 신은 이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그리고 신은 심리치료사에게 고백한다. 자신이 창조한 이 세계, 그리고 그의 피조물인 인간을 돕고 구원하는데 이제 한계를 느낀다고, 그리고 자신은 너무도 지쳐버렸다고. 어쩌면 죽음 가까이에 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고. 무려 '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쩌다 전지전능한 신은 이지경이 되었을까?
  그리고 여기 파산 직전의 심리치료사인 '야콥'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아내에게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이혼 당했다. 어머니는 항상 모범생 동생인 요나스와 그를 비교한다. 동생인 요나스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형을 은근 무시한다. 또한 그는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심리학자인 아버지에 비해 볼 품 없는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야말로 이 사회 루저의 전형인 야콥에게 어느날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 상담을 요청한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린 당연히 그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야콥 또한 그랬고, 그래서 그를 '치료'하고 돕고 싶었다. 그래서 둘은 아벨의 가족(아벨은 불륜을 통해 혼외 자식을 낳았다.)을 찾아 떠나고, 그 과정에 서로 우정 비슷한 것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아벨을 도우려했던 야콥은 오히려 아벨...그러니까 신에 의해 치유 받고 구원 받게 된다.

 

<만약에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소설의 절정은 단연 '내가 만약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을 품는 야콥에게 산이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쩌면 야콥은 그가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 너무나 암울하고 엉망이어서 '역시 내가 태어나서 다행이야.'와 같은 희망을 얻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쪽 세계의 현실은 참으로 잔인했다. 야콥이 없는데도, 아니 야콥이 없어서 오히려 너무나 아름다워 이쪽 세계의 야콥은 다시 한번 상처를 받고 만다. 우습게도 이런 야콥에게 나는 한없이 몰입해버렸다. 사실 오늘은 내 생일이었고, 나는 연초나 생일즈음에 항상 '나는 왜 태어났나?', '나는 지금껏 잘 살아온건가?' 와 같은 답 없는 의문들을 끊임없이 내게 던지며 깊은 회의감과 허무감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생각이 한창 빠져있을 즈음 야콥의 이야기를 보게 된거다. 그리고 야콥과 마찬가지로 '아....역시.....'하는 실망감 같은 걸 느끼고 말았다.

 

p.233 지난 사흘 밤의 여행은 내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장차 내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어떤 흔적도 이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걸 바꾸는 건 역시 나 자신인 것을...>
  하지만, 이때부터 야콥은 달라진다. '야콥'이 있건 없건 별로 달라질 것 없던 세상은, 야콥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어떤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된것이다. 그렇게 야콥은 '야콥'이 존재하는 세상을 좀 더 별 볼 일 있는 세계로 바꾸어 간다. 그렇게 야콥은 희망을 얻게 되고, 치유를 받는다. 물론, 귀얇은 나 또한...^^; 야콥은 이렇게 신의 구원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신은 야콥으로부터 치료를 받았을까? 야콥이 정신없이 '야콥'이 존재하는 세계를 별 볼 일 있는 세계를 바꿀 동안 신은....... 신과 인간은 부모와 자식과 같은 한없는 내리사랑인가 보다.

 

<그리고 신은 내게도 얘기나 좀 하자고 말해주었으면...>
  야콥과 신의 얘기를 엿들으며 나는 많이 웃었고, 많이 감동 받았고, 많이 힘을 냈고, 많이 눈물도 났다. 앞서서도 고백했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그 어떤 종교도 믿지 않으며,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도 사실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아벨'과 같은 신이라면 어쩐지 믿고 싶어진다. 그에게 구원 받고 싶고, 그리고 그를 돕고 싶다. 그러니 신은 내게도 얘기나 좀 하자고 말해주었으면......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결코 종교와는 상관없이) 신은 역시 내가 믿는다면 바로 내 곁에서 말을 걸어올 것이란 것을.

 

-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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