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과 또 다른 유명한 시리즈의 주인공이 만난다는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엔 그 콤비플레이가 무려 11팀이나 등장한다.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22명. 어마어마하고 으리으리한 라인업. 과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답은 굉장히 단순했다. 이들 모두 미국 스릴러 작가 협회 소속이고, 협회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런 공동 집필을 기획했으며, 책을 판 수익금은 전액 협회로 돌아간다고 한다.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대가 없이 작품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어찌보면 경쟁자랄 수 있는 다른 작가와 공동집필을 한다는 것도 쉽진 않았으리라. 게다가 작가 각각의 개성들과, 또 주인공 각각의 스타일이란게 있을텐데, 두 시리즈가 만나버리면 일관성이나 통일성을 해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큰 기대와 약간의 우려를 안고 책을 펼쳐들었다.

 

각각의 이야기 앞에는 이 단편이 기획되고 작가들이 어떻게 공동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 있다. 이 소개 부분이 한층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또한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읽지 못한 독자들의 이해까지 돕는다. 개인적으론 이 소개 부분이 본 이야기만큼이나 재밌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11편의 이야기. 합동수사도 있고, 대결도 있고, 추적극도 있다. 그야말로 스릴러 소설이란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소재들이 총출동 되었다. 때문에 굉장히 두꺼운 편의 이 책이 결코 지루할 틈 없이 11편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파도타기를 한다. 독자들 또한 그 파도에 몸을 싣고 스릴을 맡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스릴넘치는 파도타기 후엔 후유증이 찾아오고 만다. 22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읽고싶어지는 후유증. 그리고 이 11팀의 콤비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욕망. 분명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너무나 허전하고 아쉽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욱 즐거울 것 같았는데, 딱 그 시점에 약올리듯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만다. 마치 잔뜩 기대하고 간 코스요리집에서 에피타이저만 먹고 나온 듯한 느낌이다. 그 에피타이저는 맛이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에피타이저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쩐지 기대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제로 몇몇 단편에선 결말에서 그런 뉘앙스가 담겨있다.)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그래도 꼭 이루어졌으면......

 

아래는 각각 단편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단순한 100자평 정도의 시덥잖은 소감들이다.

 

 

<야간비행>

셜록의 셜록과 왓슨에 버금가는 케미를 자랑하는 보슈와 켄지! 원래 잘난 인간 둘이 만나면 경쟁이 붙거나, 합을 이루기 힘든데, 이 두 사람의 케미는 너무도 훌륭하다. 어쩌면 조금 불편하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 두사람의 훈훈터지고 케미 돋는 콤비플레이에 엄마 미소를 시종일관 멈출 수가 없었다. 사건 해결 후 마지막 보슈의 대사에선 정말이지 빵...터지고 말았다. 유쾌함과 산뜻함이 살아 있어서 참 좋은 단편이었다.

<인더 닉 오브 타임>
존 레버스와 그의 파트너 시오반 클라크, 로이 그레이스와 그의 파트너 포팅. 이 네 사람의 조화가 너무 좋아, 짧은 단편인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결코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결말이 인상깊었다.

 


<가스등>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공포엔 한없이 약한지라 조금 걱정했던 단편인데... 밤에 잠못 이룰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섬뜩한 결말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공포소설은 별로 즐기지 않지만 구스범스 시리즈가 너무도 궁금해진 단편.

 

<웃는 부처>
소재부터 다분히 동양적인 이야기. 불교의 윤회사상이 기저에 흐른다. 오래된 유물에 깃든 전설 같은 것을 좋아하는지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말라차이 사무엘이 왠지 안쓰러워지며 그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던 단편.

 

<팬더를 찾아>
변호사 폴과 검사 쿠퍼의 대결 혹은 협조가 흥미로운 법정스릴러였다. 유능한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로우니까. 이야기 중간 예기치 않았던 인물이 언급될 때는 괜히 내가 놀라기도. 반전을 눈치챘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이 그런식으로 풀릴 줄이야... ㅋ

 

<라임과 프레이>
링컨라임 시리즈를 전부 소장중임에도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여기서 처음 접하게 된다. 라임과 색스, 데픈포트와 릴리. 이 네사람의 철저히 분업화 되고 하지만 의리로 똘똘 뭉친 협동 수사가 정말 재밌었다. 이야기 말미에서 다음 이야기가 또 있을첫처럼 예고 되던데....간절히 원한다. 이들의 장편을...ㅠㅠ

<지옥의 밤>
체트테인 가문의 묘에서 펼쳐지는 잭과 마이클의 대결 그리고 협동 수사. 그리고 메디치 부인이라는 인물. 굉장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했고, 주인공들 보단 메디치 부인의 정체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저버린 단편.

 

<정차>
션 라일리와 글렌 가버의 추적극인데. 두 인물에게 미안하지만 이 단편의 진짜 주인공은 가버의 딸인 '켈리'가 아닌가 싶다. 겨우 10살 소녀지만 당찬 그녀. 그녀의 위기 대처 능력과 당당함, 그리고 소녀다운 귀여움. '켈리' 시리즈가 보고싶다. ㅋㅋ

 

<침묵의 사냥>
멕시코로 낙시 여행을 떠난 미국인 와이어트 헌트 와 조 트로나의 액션 스릴러. 그런데 나는 우습게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보다 두 사람이 공항에서 첫대면하게 되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ㅋ

 

<악마의 뼈>
코튼 말론과 그레이 피어스는 이 이야기 전에 이미 조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그 점에 흥분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예 합동 작전을 펼치게 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래도 나 또한 아마존 밀림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좋았던 단편.

 

<대단한 배려>
뉴욕 양키스 팬인 잭 리처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닉 헬러를 만났다. 그것도 양키스와 레스삭스의 경기가 있던 날 보스턴의 바에서.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자리한 위기에 빠진 남자. 사건이 진행되며 동시에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기가 진행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건의 해결과정 보단 양키스와 레드삭스 어느팀이 이길것인지가 더 궁금했던 단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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