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그 그림이 제 눈을 찌르는 게 아니겠어요? 전에는 그 그림이 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를 나중에도 자주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거기에 간 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전에 갔을 때에는 그 그림이 저의 흥미를 끌지 못했겠지요. 하기야 '눈은 정신이 질문으로 깨울 때까지는 자고 있는 법이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책들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별 관심 없이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날 다시 꺼내어 보고는 그제야 그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과 같지요.-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