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셔츠 (리커버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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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역사와 똑같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다른 수단을 사용한다. 홀로코스트를 생각하고 묘사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홀로코스트의 진실에 다가가는 새로운 안내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홀로코스트는 언젠가 역사의 먼지 속에 사라질 것이다. 홀로코스트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존재하려면, 언제까지나 색 바랜 낡은 사진으로만 우리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예컨대 역사는 사실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또 역사에는 고정된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역사가 이야기 식으로 변하지 않으면, 역사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잊히고 말 겁니다. 예술은 역사의 여행가방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소설이 그에게는 과거에 불과했지만 그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는 새로운 것이어서 그 새로움을 독자의 편지에서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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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이며 광대였지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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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가진 뛰어난 재주를 아낌없이 즐겼다.
바로 짐작할 수 없었던 타인의 삶을 생생하게 겪는 것 말이다.
특히 중간쯤 나오는 '난장이의 죽음에, 나는 잘못이 없다'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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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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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고양이(stray cat) 벚꽃고양이(sakura neko)라는 표현이 너무도 낭만적이어서, 부러웠다.

일러스트가 귀여워서 작가님도 팔로우 하기로!

사람은 고양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다만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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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탐미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시루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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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볼 수 있는 곤충이라고는 바퀴벌레와 개미뿐이잖아.

잠자리채를 이용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나비의 이름을 줄줄 암송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될지는 몰라도 그 중 어떤 나비와도 진정으로 사귈 수는 없을 것이다.
생명은 대여섯 글자로 연결되는 기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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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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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라는 게 이렇게 사연 많고 침울할 수도 있는 거구나.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데도 움찔!하게 만드는 반전요소가 있어 놀라웠다.
아니, 실은 반전이라기 보다는 경악이 더 비슷한 느낌.
'식빵 굽다' 하면 고양이만 떠올랐는데 이제는 이 책도 같이 생각이 나겠구냥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물을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때때로 이모나 아버지가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고는 하였다.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앉아 있는 그 검은 형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불면처럼 습관이 돼버리고 말았다...나는 새벽마다 일종의 무언극을 관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아침마다 버터와 우유를 듬뿍 넣은 터키 국기 모양의 크루아상을 만들었겠지. 그녀가 원한다면 달팽이 모양이나 바람개비 모양으로도 만들어주었을 텐데. 그러나 지금 그녀는 이 세상에 없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모습은 대부분 많은 것을 가리고 있고 숨기려 한다. 그에 비해 옆모습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는 벌거벗은 몸을 연상시킨다. 콧날의 선과 다문 입술의 각도와 속눈썹의 그늘짐. 목울대의 섬세한 굴곡. 나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상대방의 내면을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광고회사에 다닌다고 하였다. 광고회사? 나는 그의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의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직업을 물어보는 이모에게 그냥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둘러댔을 것만 같았다.

일층에는 제과점을 내면 되겠더구나, 길목이 좋은 곳이야.

그것뿐만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나는 어머니의 처녀 적 시절에 대해서도 들은 게 별로 없다...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다섯 살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 전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혹시 어머니는 태어나자마자 스물두 살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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