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기획을 한다.
알람을 몇 시에 몇 개나 맞춰 놓을지,
출근은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점심 식사를 고르고 약속을 잡는 것까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기에 기획은 자연스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획은 일이 되면 어렵다.
사실, 생활 속의 기획도 때때로 난이도가 올라가 결정장애를 낳기도 한다.
필수적인 일이지만, 그렇기에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더 높은 산으로 여겨지는 기획.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최장순 기획자의 특급 서비스다.



-완성형의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 아이디어는 정리되지 않은 창고와 다를 게 없었고, 기획도 두서가 없었다. 때문에 남에게 내 기획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밖에... 한 눈에 보기 편한 정리도 좋지만 그건 나 하나만을 위한 것일 뿐.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다소 번거로울지라도 완성된 글쓰기 연습을 해야한다는 점을 배웠다.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 내 글이 볼품 없어 보이니까 점점 글 쓰는 일은 줄었고 남에게 보이기도 부끄러웠는데 이 책에서 (짧지만 부분이었지만) 큰 위로를 받았다.

-요즘 듣는 수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신기했다. 바로 강연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고, 강의록이 새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강의를 더 이상 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 가르쳐야 더 공부가 된다는 건 모두가 아는 비법인가 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에코를 공부한 이후로 해석의 층위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독서습관을 형성했다고 한다. 나는 한참 움베르트 에코 할아버지 덕질을 시작할 때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해석의 층위를 설명하는 부분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서너번 반복해서 읽었다. 그런데 자세히 읽다보니 결국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었다. 깊이는 얕았을지라도 본질은 같았다. 기껏 배워놓고 써먹지 않다니, 이 멍청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표지에 작두 타며 방언을 쏟아내는 퀭한 눈의 기획자를 넣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반드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사진을 통한 자기 존재 증명을 시도하는 모든 사람들야말로 이 시대의 버클리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하고 싶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만들고, 심지어 보이는 것이 그 존재를 넘어가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아마도 파일에 둘러싸여 살아갈 것이다. 제대로 된 파일 형태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는 밤낮 가리지 않고 뜬눈이로 일하며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우리 생명이 파일로 대체되는 듯하다.

책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좋은 책은 일단 사둔다. 잊지 않으려면 까먹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요약문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기만 해도 완성할 수 있지만 논리의 흐름과 지식의 관계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완성형의 글을 쓰면 지식과 지식의 관계, 그리고 논리의 흐름을 기술하게 되어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나의 글은 언제나 영도에 있다. 내가 글을 잘 쓰기 때문이 아니다. 내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가 바로 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유는 일종의 시뮬라크르다.

자유롭게 발상을 할 때엔...‘떠들어대야‘한다. 무당이 작두 타듯. 떠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 기획의 굿판이 열린다...최대한 생각을 많이 뽑아내고...충분한 것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담당자는 내부 여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전했고 위에 보고한 뒤 피드백을 주겠다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의사결정권한은 50대 남성에게 있었다.

잠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일과를 망쳐버린다. 지각을 하더라도 난 잠을 더 자는 편이다...만일 늦게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생활이라면, 가급적 아침에 중요한 일을 약속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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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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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에 살던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다가와 인생상담을 해주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요. 보노보노와 친구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니, 긴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허락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보노보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보노보노 특유의 간질간질한 행복이 찾아올 것만 같은 책.

책을 읽으며,
일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즐거움이 있으며
일을 하지 않으면 이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는 포로리의 말에 감탄하고,
아무 할 일도 없는 날에는 똥이랑 오줌만 싼다는 보노보노의 말에 뜨끔했다.
죽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에
아무리 괴롭더라도 아직 살아 있는 게 더 즐겁다는 포로리네 아빠의 말에 숙연해졌고,
더 고생을 해봐야 사람 사귀는 것쯤은 매일 똥 누는 정도의 고통밖에 안 될거라며 화를 내는 울버 아저씨 때문에 웃다가,
뒤이어 나온 딱 한 사람이라도 친해질 것 같은 사람을 찾아보라는 말에
'역시 연륜이...'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고민과 걱정거리를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들의 해답은 참 명쾌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고민일지라도 쉬운 단어로 복잡한 논리 없이 해결해 나간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자아에 대한 고민도, 고양이 똥 냄새가 너무 심하다는 고민도 차별 없이 진지하게 들어주며, 
심지어 잘 모르는 문제일 경우에는 숲속친구들한테 물어보러 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우리는 간결한 말과 단순한 대화 속에서 뜻밖의 해답을 찾는다.
때때로 진심을 다해 같이 생각해주는 사람 덕분에 큰 위로를 받는 날도 있다.
마치 자기 일인양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주는 순수한 친구들의 대화를 읽으며,
우리는 위로와 삶의 쉼표를 선물 받는다.
여유를 되찾은 우리에게 지난날의 고민은 더이상 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보노보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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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이욱연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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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참 가깝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는 그동안 너무 과거의 중국만 알고있다. 나 또한 그랬다. 중국하면 복잡한 역사, 짝퉁...정도가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중국의 다채로움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중국어도 배우고 중국 여행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중국 드라마 또한 좋아한다. 관심이 많으니 여러가지 정보도 찾아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중국이란 나라는 알 것 같으면서도 매 번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다. 좋아하는 만큼 확실하게 알고 싶었는데 워낙 땅 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창비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만큼 가까운 중국'을 읽을 기회가 생겼고  한 껏 들뜬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Q정전' ,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는 모두 이 책의 저자인 이욱연 교수가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문학 작품의 번역은 단순한 언어 능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나라의 문화 또한 잘 이해해야 비로소 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중 하나이다. 중국편 외에 미국, 일본도 있고 곧 터키와 프랑스로 나올 예정이다. 터키 나오면 꼭 읽어봐야지!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문체라서 읽기 편하다. 마치 친철한 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강의를 해주는 느낌이다.


Q&A 코너에서는 은근히 궁금하지만 그냥 지나쳐왔던 사실들을 시원하게 알려준다.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 전부 이 코너에 나와있다. 난 여태 중국어를 배우면서 왜 간체자를 쓰는 지는 알지 못했는데 덕분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중화'란 무슨 뜻이지?

중국에서 만두를 시켰는데 왜 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빵을 받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중국은 왜 간체자를 쓰는 걸까?

일대일로가 뭐지?

마윈의 성공 비결인 3무론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국은 정말 예전의 모습들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정말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내 생각 속 중국과 여행 중 만난 중국의 이미지는 정말 차이가 컸다.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맞네,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거린 구절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중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보다는 중국에 대한 편견이 많은 사람들이 더 읽었으면 한다.

흔히 이런 지구화 시대에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이 다문화 감수성입니다. 문화의 소통이 빠진 언어의 소통은 진정한 소통이 아닙니다. 자시 문화를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바라보거나 오해와 편견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다른 문화를 다른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다문화 감수성의 출발이자 진정한 문화적 소통의 길입니다.

"분열하여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져서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한다."(分久必合, 合久必分)
...어느 한 나라가 천하를 통일했다가 다시 여러 나라로 분열하고, 분열된 여러 나라를 다시 하나의 나라로 통일하는 과정의 반복이 바로 중국 역사라는 것이지요.

중국은 하나의 역사를 두 나라가 같이 사용하면 된다는, 이른바 `일사양용`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마오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지를 두고 중국인들 사이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또 마오에 대한 평가는 지금 중국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채는 산적이라든가 정부에 대항하여 난을 일으킨 사람들이 산속에 성처럼 만든 진지나 소굴을 뜻하지요...그래서 짝퉁 제품을 산자이라 부르면 짝퉁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불법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주류 제춤이나 문화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요.

중국은 근대에 서구 여러 나라와 벌인 전쟁에서 잇달아 패한 뒤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고 영토를 빼앗기도 했지요. 이런 불평등 조약에는 대개 기독교의 선교 자유 보장, 교회 설립의 자유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기독교 같은 서구 종교가 중국에 들어오는 것을 서구 제국주의가 중국을 침탈하는 것과 같이 여기게 되었습니다.

"느린 것을 걱정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걱정하라"

왼쪽 밑에 그친다는 뜻의 止 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싸울 때 쓰는 창을 뜻하는 戈 자가 있네요. 원래 武 자는 싸움을 그친다는 뜻인겁니다.

"이웃집은 바꿀 수 있어도 이웃 나라는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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