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린님은 비순정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순정작가라고한다. 그만큼 스케일이나 스토리의 방대함이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리라. 김혜린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은 <불의검>이나 <북해의 별>등을 수작으로 꼽는 듯하다. 물론 위 두 작품들도 훌륭하고 재미있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론 이 <비천무>를 적극추천하고 싶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한 건 중학교 1학년때. 한권한권 단행본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재미에 읽었다. 그당시 보던 다른 작품과 뭔가 달랐고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주인공 설리의 마음이나 행동을 이해하기엔 좀 어렸던 것 같다. 진하가 죽은후 남궁준광과 결혼하고, 진하가 10년후 살인귀 자하랑으로 다시 나타났을 때 진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를 미워했고, 친구들과 비난했었다. (하하) 갑자기 요즈음 다시 그 작품을 읽고 싶어져 구입하고 말았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소장하는 작품은 엄선하는 나로선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책중 하나가 되었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니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10대의 감성과 20대의 감성이 다르긴 다른가보다. 그전보다 좀더 설리를 이해하게 되었고 간간히 표현되는 주인공들의 애증과 갈등이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30대에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일지 모른다. 요즘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팬의 한사람으로써 좀 걱정이 된다. 과연 얼마만큼이나 원작의 느낌을 잘 담아낼 수 있을런지 말이다. 단순한 무협영화로 제작되어 원작의 표현을 전혀 무시한 작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전에 꼭 원작을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순정만화를 접해본 사람치고 <천사금렵구>의 제목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키 카오리님은 <천사금렵구>전에도 <백작카인시리즈(아직완결되지 않았다)> 나 특이한 단편들로 사랑받고 있으며 백천사의 '하나또유메'에서 인기리에 이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엔 OVA로도 제작되어 화제다. 이책은 해적판으로 무려 15권까지 나왔었고, 해적판을 이미 본 독자들은 복사된 희미한 그림체, 자주 바뀌는 주인공의 이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스토리상의 문제점 등 해적판의 조악함에 실망해 새로이 나온 정식판을 다시 보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독자들일수록 정식판을 꼭 다시 보기를 권한다. <천사금렵구>의 작품성을 그런식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팬중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기 때문이다. 줄거리나 느낌은 자세히 쓰고 싶지 않다. 직접 느끼고 읽어보길 바란다. 반전도 꽤 있고 스케일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몇마디로 표현하기는 좀 힘들다. 읽다보면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현재 16권까지 출간되어 있고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에코 오사카님의 작품을 몇개 읽어보았고 그녀의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이다. 그 중에서도 '영원의 들판'은 특히 수작으로 꼽고 싶은 작품이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강아지 미캉을 중심으로 하는 후루야 가의 이야기와, 후루야가의 일원인 니타로와 이치히메의 생활이야기,이렇게 두 축으로 하여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을 좋아해 닥터 스쿠르나 센타로의 일기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은 미캉에게서 또 다른 애정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잔잔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치히메의 사랑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니타로와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고있다.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캐릭터는 주인공 니타로이다. 언제나 친한 친구 후토시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게 되고마는 니타로를 볼때면 안타깝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공감대를 느끼기도 한다. 아직 7권까지밖에 정식판이 출간되어있지 않기에 나도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80-90년대 초반에 넘쳐나던 해적판속에서도 단연코 빛을 발하던 작품중 하나가 <사이퍼>이다. 그당시 해적판으로 읽어보셨던 분들에게도, 아직 접해보시지 않으셨던 분들에게도 꼭 권해드리고 싶다.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정식판 출간을 간절히 바래왔었고, 소장하고 있다. 미나코 나리타님의 최대 장점은 평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녀의 캐릭터들에겐 인간미가 가득하다. 또한 자칫 별 내용 없는,그래서 재미없는 작품이 되기 쉬운 스토리상의 단점을 뛰어난 심리묘사로 보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나리타님의 작품으로는 <사이퍼>이외에 <알렉산드라이트>, <내추럴>이 있다. <사이퍼>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그 후편격인 <알렉산드라이트>를 권하고 싶다.(시바의 친구인 레바인이 주인공이다.) 후편이라고 해도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또다른 재미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