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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남성 연쇄 살인사건, 결혼사기 피해액 1억엔!
일본을 뒤흔든 실화, 수도권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버터'.
연쇄 살인, 결혼사기, 피해액 1억엔의 의문사...
이 키워드들 만으로도 궁금증 100%인데, 게다가 모티브가 된 실화가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사람이었길래 저런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왠 걸??
실화의 주인공 '기지마 가나에'는 2012년, 2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결혼을 빙자해 거액을 뜯고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30대 여성. 기지마의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그녀가 일반적인 꽃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세자리수 몸무게의 거구였다는 것. 피해자 남성들은 오히려 뚱뚱한 모습이 신뢰감을 주었다 라고 했더라는... 만약 미인이었다면 '뭔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계했을 텐데,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살아갈 여자로 느껴졌다'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유즈키 아사코는 이 기지마 가나에가 유명 요리교실을 다녔다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소설을 집필한다.
남성 주간지 기자 마치다 리카는 최근 몇 년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한 수도권 연쇄 의문사 사건의 피고인, 가지이 마나코에 대해 왠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뚱보가 용케 결혼 사기를 쳤네'라는 세상 남자들의 평균 반응에 더해, 사망한 피해자들은 '밥을 해줄 가정적인 여자라면 아무리 못생겨도 좋았다.'라고 가지이를 무시하는 발언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사건 전체에 떠도는 강한 여성혐오 분위기 그리고 여전히 당연한 일처럼 여성에게 가사능력을 요구하는 풍조 때문일지 모르는 초조함 등을 이유로 리카는 가지이 마나코의 취재를 결심한다.
어렵사리 만남을 허락받은 리카는 드디어 가지이와 도쿄 구치소에서 만나게 되고, 요리 이야기만이라면 이라는 단서하에 면회를 이어가게 된다. 가지이가 말하는, 버터가 들어간 음식들을 먹고 즐길 수 있는 '진짜를 아는 사람'이 되어 보기로 한 리카. 가지이와의 만남을 통해 사건의 진상 외에도 자기 자신의 삶의 고통과도 마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되었다.
이토록 맛있는 게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감동을 느끼는 한편 가지이에게 더 맛있은 음식 이야기를 듣고 가지이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식을 쌓고 싶다고 말하며 가지이의 맘을 돌리려는 리카. 하지만, 가지이와의 만남은 리카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리카는 가지이에게 홀려 휘둘리게 되고 리카의 친구 레이코가 가지이에게 휘말려 자취를 감추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기 시작한다.
리카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자들을 둘러싼 많은 편견에 나 또한 둘러싸여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편견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외모, 능력, 성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자'라는 잣대에 재어지는 여성들.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면, 힘이 약하다면, 성격이 무난하지 않다면 우리는 공격당한다.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가지이에게 휘둘리고 있었던 리카. 리카는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리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 '버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