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이야기 1 밀리언셀러 클럽 67
스티븐 킹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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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티븐 킹의 연대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아내 타비타와 관계된 것이다. 스티븐 킹이 무명이던 시절인 1972년, 그는 '캐리'라는 10대 소녀에 관한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몇 페이지를 못 채우고 그는 쓰레기통에 원고지를 구겨 버렸다. 타비타는 그 버려진 이야기를 꺼내 읽어보았고 남편에게 이 소재를 더 써보라고 격려했다. 이것이 오늘날 스티븐 킹이라는 대작가의 시작이었다. 스티븐 킹에게 아내의 역할은 일종의 구원자였음이 틀림 없다. 그의 원고를 가장 먼저 읽고 평해주는 아내는 단순한 내조를 뛰어넘어 킹의 작품에 산파 역할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킹이 자신의 죽은 뒤에 남아있을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는 과정은 필연적일 것이라 본다. 특히 1999년 6월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해 삶과 죽음을 오가던 스티븐 킹은, 혼자 남은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고 어쩌면 그의 신작 [리시 이야기]는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잉태되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만 난 그의 모든 소설을 좋아하진 않는다. [총알차 타기]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단편이라 보이며 [드림 캐처]와 이번 [리시 이야기]에서 보인 '관념적 세계의 현실화'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머리 속으로 상상한 어느 황당한 세계를 서로 공유하며, 그 세계에서 발생한 일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 세계의 현실화'는 킹의 상상이 도에 지나친 면이 있다고 본다.이런 스토리의 흐름을 볼 때 '최초의 사랑 이야기'라는 식으로 이 소설을 정의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유명 소설가인 남편의 유작을 노리고 접근하는 '괴물'을 남편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액션물이다. 독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야문'이라는 해방구를 설정해 그곳을 오가며 역경을 극복하는 미망인 '리시'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가슴 저민 사랑 얘기를 기대한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개인적으로 [미저리], [그린마일], [쇼생크 탈출] 등 현실에 기반을 둔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킹의 백미는 다섯 개의 연작 소설이 묶인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 중 영화화해서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기도 한데 영화로 추구할 수 없는 문학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본다. 하지만 리시의 운명과 생사에 공감하며 그녀의 BMW에 함께 올라탄 독자들은 호러의 왕 스티븐 킹이 차려  놓은 정찬에 흠뻑 빠질 것이다. 여하튼 킹이 말한 것처럼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만드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만드는 것, 런던 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는 리시이야기를 그의 서가 위에 새워 놓았다. 킹에게 중독되어있는 독자에게는 달콤하지만 새로운 손님에게는 어지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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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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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송일은 하는 데 제일 어려움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종종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고관대작에서 조직폭력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과 계급, 성격을 지닌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만드는데 제일 큰 어려움은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라 대답할 것입니다.


수많은 드라마가 존재해 왔으나 사실 기억에 남는 새로운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캐릭터들은 한 드라마의 영속적인 생명력을 불어 넣습니다. [네멋대로 해라]의 캐릭터들이나 [환상의 커플], 영화 [공공의 적]등은 그런 새로운 캐릭터들은 많이 창조한 예이라 생각합니다.


추리소설의 경우도 이런 캐릭터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악인의 모습을 만드는 것은 주인공인 탐정이나 형사를 만드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범인은 극 전체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 때문이죠.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면에서 또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성격의범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범죄의 이유 또한 새롭습니다. 뿐만아니라 사건을 경험하고 관조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 다양한 캐릭터의 렌즈를 통해 극의 연쇄 살인범을 추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접근 방식이 다른 작가와는 판이합니다. 주인공과 악당을 정하고 악당이 징벌을 받는 과정을 주인공의 행동과 시선을 통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드라마의 플롯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미유키는 이 과정이 남다릅니다.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다각도에서 조망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도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경찰, 사건을 취재하는 르포 기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친구, 사건과 별 관계없이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 인물들의 시선으로 작가는 독자에게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철학적 깊이를 맛보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화된 [모방범]은 소설의 재미를 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쫒아가는 구조는 영화의 내러티브와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비록 전화번호부 두께를 넘어서는 3부작의 분량이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밌습니다. 범인을 잡나 못잡나의 단순한 구조를 넘어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으로 입안을 톡 쏘지는 않지만 그 맛의 여운이 가슴 속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이런 맛에 독서를 하는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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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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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추리소설을 뛰어 넘어 '사회소설'이라 불릴 만큼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드 빛에 시달리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인다든지 일본 거품 경제의 허상 속에서 떠도는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와 독특한 현실성을 지닙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현실이라는 무대를 뛰어넘어 역사 속으로 이사 갑니다. 현실의 모순과 어두움을 무기로 삼았던 작가가 자신의 주 무기를 버린 것입니다. 


에도 막부에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고관 '가가'님이 마루미번으로 유배를 옵니다. 마루미번 사람들을 단순한 죄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가가님의 악마성에 떨게 되었고, 다른 한편 그의 가졌던 지위와 에도 막부의 그림자에 짓눌립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가님의 존재가 마루미번 사람들 속에 악마를 일깨우는 것입니다.작가는 이런 이야기에 참으로 희한한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사람들에게 바보라 불리는 주인공 '호'는 배운 것이 없어 머리마저 모자라 보이는 계집아이입니다. 이런 '호'가 '가가'님을 모시는 하인으로 '외딴집'에 들어가면서 독자들도 비로소 미몽에서 깨어나 소설 속의 현실을 바라봅니다.소설을 읽으면서 결국 미야베씨는 본인의 장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중들이 조작된 정보에 의해서 격랑에 휩쓸리는 모습이 결코 역사 속의 한 순간이 아니라 21세기인 오늘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서늘함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악마적인 권위를 지닌 가가님이 마루미번에 유배 온다는 소식은 독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집단적인 마녀 사냥에 휘말리지 않았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옳다고 소리 지를 때 이성과 논리로 상황을 분석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런 사람이 없을 바에야 작가는 마치 '호'처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보 같은' 존재가 혼탁한 사회에 빛을 주는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집단의 거대함 속에 개인의 나약함을 숨기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그 나약함이 집단의 울타리 안에 서면 획일화된 사고로 변해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그 폭풍은 해가 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집니다. 이성과 논리가 부족했기에 엄연한 사실과 반론에 대해서도 눈을 가리게 됩니다. 알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보의 선택적 노출 행위가 일어납니다. 빈약한 이성과 논리였기에 오래 그 주장은 지속되지 않고 금방 식어 내립니다. 


반대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을 줄 아는 여유와 이성이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이성과 사고가 마비되어 격랑에 휩쓸리는 순간 그것을 이용하는 '가가'님보다 더한 악마적인 존재가 항상 사람이 모인 곳에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역사 속으로 이사를 한 것이 오히려 우리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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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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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란 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종지부를 찍게 마련이다. 삶은 열 달이라는 산모의 진통을 통해 그 시작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마침표를 찍는 죽음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사신(死神)혹은 저승 사자를 두어 그 누군가가 준비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만든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기 일주일 전에 파견되어 데려갈까 말까를 판단한는 사신 치바. 늘상 비를 몰고 다니는 그는 일주일 후 죽을 운명인 사람을 만나 그의 죽음에 대한 가부를 판정한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들여왔지만 단문에 가까운 짧은 문장들과 담백한 캐릭터들을 통해 삷과 죽음의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간결한 문체로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연작과 같은 구조로 소개되어 있다. 교묘하게 쓴 시간의 트릭으로 결국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난 만족감을 독자에게 준다. 날이 궂고 의욕이 저하될 때 본 이 소설은 의욕 상실의 밑바닥까지 사람을 끌어내려 고요하게 만든다. 그 끝에 사신 치바가 햇살을 본 것처럼 독자들도 꿈틀하고 느껴지는 의욕이 있다. 최소한 글을 쓰고 싶은 의욕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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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삶이란 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종지부를 찍게 마련이다. 삶은 열 달이라는 산모의 진통을 통해 그 시작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마침표를 찍는 죽음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사신(死神)혹은 저승 사자를 두어 그 누군가가 준비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만든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기 일주일 전에 파견되어 데려갈까 말까를 판단한는 사신 치바. 늘상 비를 몰고 다니는 그는 일주일 후 죽을 운명인 사람을 만나 그의 죽음에 대한 가부를 판정한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들여왔지만 단문에 가까운 짧은 문장들과 담백한 캐릭터들을 통해 삷과 죽음의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간결한 문체로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연작과 같은 구조로 소개되어 있다. 교묘하게 쓴 시간의 트릭으로 결국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난 만족감을 독자에게 준다. 날이 궂고 의욕이 저하될 때 본 이 소설은 의욕 상실의 밑바닥까지 사람을 끌어내려 고요하게 만든다. 그 끝에 사신 치바가 햇살을 본 것처럼 독자들도 꿈틀하고 느껴지는 의욕이 있다. 최소한 글을 쓰고 싶은 의욕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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