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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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추리소설을 뛰어 넘어 '사회소설'이라 불릴 만큼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드 빛에 시달리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인다든지 일본 거품 경제의 허상 속에서 떠도는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와 독특한 현실성을 지닙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현실이라는 무대를 뛰어넘어 역사 속으로 이사 갑니다. 현실의 모순과 어두움을 무기로 삼았던 작가가 자신의 주 무기를 버린 것입니다. 


에도 막부에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고관 '가가'님이 마루미번으로 유배를 옵니다. 마루미번 사람들을 단순한 죄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가가님의 악마성에 떨게 되었고, 다른 한편 그의 가졌던 지위와 에도 막부의 그림자에 짓눌립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가님의 존재가 마루미번 사람들 속에 악마를 일깨우는 것입니다.작가는 이런 이야기에 참으로 희한한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사람들에게 바보라 불리는 주인공 '호'는 배운 것이 없어 머리마저 모자라 보이는 계집아이입니다. 이런 '호'가 '가가'님을 모시는 하인으로 '외딴집'에 들어가면서 독자들도 비로소 미몽에서 깨어나 소설 속의 현실을 바라봅니다.소설을 읽으면서 결국 미야베씨는 본인의 장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중들이 조작된 정보에 의해서 격랑에 휩쓸리는 모습이 결코 역사 속의 한 순간이 아니라 21세기인 오늘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서늘함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악마적인 권위를 지닌 가가님이 마루미번에 유배 온다는 소식은 독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집단적인 마녀 사냥에 휘말리지 않았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옳다고 소리 지를 때 이성과 논리로 상황을 분석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런 사람이 없을 바에야 작가는 마치 '호'처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보 같은' 존재가 혼탁한 사회에 빛을 주는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집단의 거대함 속에 개인의 나약함을 숨기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그 나약함이 집단의 울타리 안에 서면 획일화된 사고로 변해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그 폭풍은 해가 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집니다. 이성과 논리가 부족했기에 엄연한 사실과 반론에 대해서도 눈을 가리게 됩니다. 알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보의 선택적 노출 행위가 일어납니다. 빈약한 이성과 논리였기에 오래 그 주장은 지속되지 않고 금방 식어 내립니다. 


반대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을 줄 아는 여유와 이성이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일 것입니다. 이성과 사고가 마비되어 격랑에 휩쓸리는 순간 그것을 이용하는 '가가'님보다 더한 악마적인 존재가 항상 사람이 모인 곳에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역사 속으로 이사를 한 것이 오히려 우리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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