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리처드 코니프 지음, 이상근 옮김 / 까치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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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부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주위에는 부자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시중에 팔리고 있고, 또 어찌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관련 실용서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리처드 코니프의 [부자]는  위에 언급한 예와는 아주 다른 종류의 '부자' 관련 서적이다.

부자를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라고 동물의 한 種 쯤으로 정의하는 것처럼, 저자는 이들을 생태학적으로, 더욱 정확히 표현한다면 진화 심리학자로서의 시각으로서 관찰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를 확대하고, 후손 대대로 계승하고자하는, 다시말해 부자라는 현재의 경제적 특징을 유전적으로 고착화시키려는 인간들 사이의 특별한 종자로 바로보고 있다.

나는 부자라는 사람들이 정녕 어떤 부류의 인간들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에서 부자는 주요한 캐릭터로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실제로 연구하고 그린 작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욕망하고 또 욕망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故 정주영 회장에 왜 대권에 도전하는 무리를 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오라클의 회장 래리 앨리슨이 말한  "나의 성공으로만은 충분치 않다. 다른 모든 이들이 실패해야 한다"는 표현처럼 부자들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용도 즐거운 발견이었다. (오죽하면 그가 별명이 '샤크'이겠는가.) 중산층인 우리가 빈민층의 삶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한 것 처럼, 부자들은 우리 중산층의 삶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부자들의 눈에는 자신의 주의에 부자들만 보이기에, 그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서는 황당할 수도 있는 사실이 것 같다.

부자는 다른 누구보다 더 자신이 부자이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적 욕망과 신분 상승의 욕망은 고갈되는 법이 없다. 누가봐도 부자인 그들이 종종 '신이시여,내가 뭘 잘못했기에 돈이 이 정도 밖에 없습니까'라고 한탄한다고 한다. 그러니 보통사람인 우리가 부자가 되는 첫번째 방법은 부자가 되길 끊임 없이 갈망하는 수 밖에 없는 것같다.

끝으로 재밌는 책이지만, 역자의 번역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식 국어표현이 곧곧에서 발견되고, 몇 번은 읽어도 문장의 뜻이 불분명한 곳이 상당수이다. 저자의 위트가 역자의 경직된 번역으로 어색한 인조 깃털 꼬리처럼 부자연스럽게 붙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원서를 읽어보고픈 고난의 욕망을 불러오니, 기회가 되면 역자는 다시 문장을 다듬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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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6-04-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별셋밖에 안되다니... 별 좀 넉넉하게 쏘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