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과장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하고 내 인생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의외로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몇 가지 되질 않았다. 첫째, 어느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것, 둘째, 집안의 돈을 끌어들여 사업이나 장사를 해서 사장이 되는 것, 셋째,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집안에 돈이 많지도 않고, 계속 공부할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회사에 취직해 직장인이 되었다. 그렇기에 [시마과장]은 내게도 아주 재밌는 만화였다.

어느 직장에도 있을 계파(라인의 문제),  남의 성공에 시샘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직장인들,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직의 성공에 편승하기도 하는 직장 생활의 면면이 생생한 드라마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시마과장]은 직장인의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오히려 환타지에 가깝다.

특별히 작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절세의 미인들이 척척 달라 붙는다. 그녀들은 나와 뜨거운 잠자리를 나누고 쿨하게 제갈길을 간다. 그러나 그녀들의 가슴에 나는 영원한 연인으로 남아 있다. 재회할 수록 그녀들의 아쉬움은 커져 간다. 한편 그녀들은 교묘하게 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연결돼 나의 성공을 내조한다. 남성의 환타지이다.

내가 존경할 수 잇는 훌륭한 상사가 있다. 능력있고, 공명정대한 그 상사와 난 서로 흉금을 터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다. 그 상사는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고, 자연스레 나를 이끌어 내게도 승진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직장인의 환타지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시달리고 밤에는 가장으로서 의무에 시달리는 우리 남성들. [시마과장]은 다행히 어느날 아내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며 별거를 선언한다. 얼마 후 남자가 생겨 이혼을 요구한다. 이제부터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아내의 귀책사유로 이혼했기에, 예쁘게 잘자란 딸 아이는 언제나 아빠편이다. 외로울 수 있는 명절이나 쉬는 날, 언제나 딸이 찾아 오고, 딸이 없을 때는 여러 여자들이 나를 외로울 틈이 없게 만든다. 중년 남성의 환타지이다.

[시마과장]을 읽고 있을 때, 다행히 아내와 아들은 아빠를 내버려 두었다. 가족이 만들어 준 달콤한 휴식시간에 남편은 만화 속에서 환타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가정이 휴식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현실은 씁슬하고 세상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바라는 대로 해결되는 [시마과장]의 세계는 그래서 환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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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3-0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환타지 속 세상이 좋았는감? 영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