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남을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명절을 앞두고 귀향하는 차안에서의 남은 시간처럼... 이때에는 역시 추리소설 만큼 훌륭한 소일거리가 있을 수 없다.<가짜 경감 듀>는 그런 휴일 연휴에 생긴 여가를 아주 재밌게 메워 주었다.추리 소설, 혹은 탐정 소설을 짓는 작가는 바로 탐정의 캐릭터로 고민할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셜록 홈즈를 비롯해 미스 마플, 포와로 등 수 많은 탐정의 캐릭터가 이미 탄생해 있으니 새로 시작하는 작가들은 과연 어떤 인물을 창조해 낼 것인가.작가 피터 러브시는 이런 점에서 특별한 탐정을 만들어 냈다.월터 바라노프는 아내에게 금전적인 의지를 하는 치과의사이다. 마술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독심술 공연을 하긴 했지만, 돈 많은 전직 배우 리디아의 지원을 받아 의학을 공부해 개원한 상태이다. 이 모든 안락한 환경을 져버리고 아내 리디아는 미국에 가겠다고 하자, 월터의 생활을 송두리체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 마침 나타난 연인 알머는 월터에게 아내를 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어넣는다.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이 월터란 사람이 범인이 되는 추리극이 시작될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뜻 밖에도 월터는 그가 범행 공간으로 설정한 대형 여객선 내에서 전직 경찰 듀경감으로 오인되고, 뜻 밖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러브시가 창안해 낸 이 형사의 캐릭터는 '잘 들어주는' 남자이다. 이 범죄자이자 형사인 캐릭터는 작가가 설정한 장치들에 의해 개연성있는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가짜이기에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수 밖에 없고, 범죄자의 경험을 치루었기에 범인의 심정을 알 수도 있는 그런 캐릭터이다. 이 훌륭한 캐릭터 외에도 이 소설의 장점은 의외성과 반전이다. 주인공이 죽인 아내는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시체가 나오며 극은 독자의 기대와 예상을 배신하고 심하게 뒤틀린다. 거기에 최후의 반전까지 더해져 독자와 작가의 두뇌 싸움은 결말에 까지 팽팽하게 지속된다. 이 두뇌 싸움의 결과를 알게 된 후 작가를 원망할 수 없는 것은, 추리소설의 작가가 시청자에게 제시해야 될 단서들은 이미 모두 행간을 통해 흩 뿌려져 있기에 독자는 작가에게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신선한 캐릭터와 의외성, 그리고 반전까지... 킬링 타임용으로 꺼내 든 한편의 추리 소설에서 기대이상의 재미를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