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즈느비에브 쉬레 지음, 김은정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얘기는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해줍니다. 이런 글은 독자에게 '나도 옛날에 저런 생각을 했었지'하는 향수에 빠지게도 만들고, '아이의 시각으로 본 세상은 이렇게 다르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놀라게도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얘기입니다.

어린 주인공 또마는 안데스 산맥을 기어 오르는 작은 기관차를 타기 위해 페루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년입니다. 그는 이 목적을 위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이용하려 합니다. '아빠의 부재' 로 슬퍼하기 보다는 자신을 페루로 데려갈, 엄마의 새 남자친구가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이런 또마의 목적을 부합시킬 적당한 엄마의 남자 친구가 정해지지 않아 또마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마는 의외로 엄마의 이혼과, 엄마의 여러 남자들을 담담하게 받아 들여, 어른인 독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생각하는 당신들의 '이혼'과 아이가 생각하는 부모의 '이혼'에는 이렇게 차이가 있나봅니다. 직업상 아이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연출할 때, 아이들의 정신 세계와 행동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갈등한 적이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영혼의 결정체'로 아이를 그리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어리지만 알것은 다 아는 '어른의 축소판'으로서 아이를 그리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가 취한 방식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저 또한 후자의 방식이 글을 풀어가고, 읽는 재미에는 도움이 된다고 경험적으로 터득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글을 읽고,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10년적, 혹은 20년전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참된 어린이의 모습으로 생각하므로, '흥행'을 위해서는 그들의 '어린시절 향수'를 조금 씩 채워주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것을 다 아는 어른스런 생각을 가진 아이'지만, 과거의 내 모습을 되돌이켜 생각하게 하는 복고적인 캐릭터가 성장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 책의 또마는 '알것을 다 아는' 아이지만, 30년전의 저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이혼의 문제가 그렇게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시점은 아니었기 때문일까요, 세월의 벽 보다 더 큰, 프랑스와 한국의 사랑과 결혼, 가정을 둘러 싼 파라다임의 차이 때문일까요. 어린 또마의 모습에서 저의 자화상을 발견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느낀 진한 감동을 느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종이 멸망하지 않는 한, 짝짓기와 번식, 새로운 생명체의 발생과 성장이 끊이지 않듯, 이러한 성장 소설이 주는 재미는 여전히 계속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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