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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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는 미야베 미유키가 91년에 낸 두 번째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화차]나 [이유]를 먼저 읽은 사람에게는 그녀의 초보시절을 향해 시간을 거슬러 돌아보는 기회일 것입니다.  작가로서 기량이 완전히 무르익기 전, '될성부른 나무'는 과연 '떡잎'이 달랐는지 미리 간을 보는 독서입니다. 이후에 나온 그녀의 히트작들이 어떤 영향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게 해줍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회적인 소재로 추리 소설의 영역을 넓혀, 읽다 보면 르포와 같이 느껴지지만, 독자들을 사실의 바다 속에서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생동감이 시사적인 소재와 결합해 있기에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판 인간극장이랄까요? 이렇게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에 그녀의 소설이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주인공들은 모두 비숫합니다. 실연당한 여자, 소비문화의 희생자, 노인, 수험생 등 세상의 주변부에서 겉도는 삶들이 중요한 캐릭터로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작가는 대도시에 편입되기에는 사소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들은 (단편에 적합하게도) 사소한 일상의 틀어짐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안간힘을 다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 끝에 다가오는 반전은 뭔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서늘하게도 합니다.

작가는 캐릭터를 말 그대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구축하는 스타일입니다. 다른 작가들처럼 인물에게 사건을 던져주고 그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단번에 캐릭터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크로와상이나 데니스 페스추리 빵을 만드는 것처럼 캐릭터의 삶을 켜켜이 쌓아올려 어느 순간 형태를 완성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작가의 특기가 단편으로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층을 쌓아 올릴 여유가 없어 느닷없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에서 누릴 수 있는 심층적인 깊이 감은 부족합니다. 

그녀의 장편에 비해서는 진폭도 작고 인물의 입체감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녀 특유의 사회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은 여전합니다. 짧은 시간에 미야베 미유키를 다시 느낄 수 있고, 저처럼 그녀에 중독된 사람은 부족한 약물을 보충하는 기회였습니다. 아직 서가에 곶혀 있는 [낙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전에 잠시 분식점에 들러 허기를 채웠습니다. (1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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